반도체 제조 관련 업무 모습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전년 대비 최대 22%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은 높지만 최근 거시 경제 불안정성이 지속되면서 단기적으로 ‘역풍’이 몰아칠 거란 지적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정점을 찍었던 만큼 하락세도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나 스크보르초바 SEMI 시장조사 통계 부문 애널리스트는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진행된 ‘세미콘 코리아 2023’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반도체 시장 매출 규모는 평균 7% 하락한 550억 달러(한화 67조7000억원)으로 전망된다”며 “일각에서는 전년 대비 22%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나 스크보르초바(inna Skvortsova) SEMI 시장조사 통계 부문 애널리스트가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진행된 ‘세미콘 코리아 2023’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반도체 시장 전망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김민지 기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2021년 큰 폭으로 성장한데 이어 2022년에도 4% 증가해 590억 달러(72조7000억원)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3년 연속 성장했지만, 2023년에는 다운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전세계적인 시설투자 규모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나 스크보르초바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팹(fab) 관련 지출이 5000억달러까지 천정부지로 올라갔다”며 “그만큼 최근 몇년 간 반도체 업계가 호황을 보였고 크게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SEMI에 따르면, 2021~2023년 기준 총 84개의 팹이 전세계에서 건설되고 있다. 2018~2021년 기준 64개 팹이 구축됐던 것과 비교해 20개 증가했다.

특히, 당시에는 건설 중인 팹의 84%가 아시아에 있었지만, 현재는 그 비중이 548%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과 유럽 내 팹은 증가했다. 이나 스크보르초바는는 “주요 국가들이 자국 내 투자를 강조하고 있고 미국이 칩 액트 등 여러 법이 제정되면서 이런 트렌드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정동 테크인사이트 박사가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진행된 ‘세미콘 코리아 2023’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반도체 기술 트렌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민지 기자

중국 YMTC와 미국 마이크론의 공격적 행보로 업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최정동 테크인사이트 박사는 “D램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가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며 “요즘 마이크론이 공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하고 있어 삼성전자 등 우리 기업도 개발 기간을 단축해 신속하게 대응해야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YTMC가 개발한 232단 제품이 다른 제조사 제품과 달리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며 “그만큼 상당한 기술적 진보가 있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미국의 칩 액트가 심화 작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최대 규모 반도체 산업 전시회 ‘세미콘 코리아 2023’은 오는 3일까지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올해는 약 450여개 반도체 업계 기업이 2100여개 부스를 통해 최신 반도체 기술을 선보인다. 20여개 컨퍼런스에서 120여 명의 반도체 전문가가 연사로 참여한다. 개회식과 함께 진행되는 기조연설은 AMD, imec, 램리서치 관계자가 맡았다.

조현대 SEMI 대표는 “지난해 말 기준 SEMI 회원사는 2633개를 기록하며 크게 증가했다”며 “반도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글로벌 칩 메이커 기업, 구글 등 시스템 업체들, 자동차 OEM 기업 등이 조인하게 되면서 SEMI의 위상과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규모 반도체 산업 전시회 ‘세미콘 코리아 2023’가 1일부터 3일까지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김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