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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아의 현장에서] 빵 가격은 내려갈까

국제 밀 가격이 뚜렷한 하향세다. 커피 원두 수입가는 안정세로 돌아섰다. 유업체가 낙농가로부터 구매하는 가공유 가격도 떨어졌다.

그런데 가격은 정반대로 움직인다. 빵값은 1년 새 벌써 두 번이나 올랐다. 밀을 주재료로 하는 식빵은 값이 5000원에 육박한다. 한 번 오른 커피 가격은 내려갈 기미가 없다. 실제로 1000원에 즐기는 저가 커피가 싹 사라졌다. 1ℓ짜리 흰 우유 가격은 3000원에 이른다. 국산보다 싼 수입산 멸균우유가 난데없이 ‘반값 우유’로 떠올랐다.

새해 벽두에 정점을 지나나 싶었던 물가가 끝을 모르고 오르고 있다. 식품·주류업계와 대형 마트·편의점업계에서 시작된 가격인상 대열에 화장품·생활용품업계도 합류했다. 여기에 난방비 폭탄, 교통비 등 공공요금 인상까지 더해졌다.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중산층 사이에서 “달 바뀌는 게 무섭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연초부터 물가를 잡으려고 업체들을 압박하고 성수품 물량공세를 퍼부었지만 단기 효과에 그치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이 즈음에서 의문부호가 붙는다. 원재료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서고 있는데 소비자가격은 왜 계속 오를까. 업체들은 에너지요금, 인건비, 물류비, 판매관리비 등 경영비용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더해져 가격을 인상했다고 하소연한다. 매출이 늘었지만 정작 영업이익이 줄었다며 부연설명을 하는 기업도 있다.

이렇다 보니 국제유가, 환율, 원자재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여도 소비자가격이 하락할 일은 어째 요원해 보인다. 실제로 식자재 유통 부문을 전담하는 한 선임 상품기획자도 “최근 6개월 사이에 공급사(파트너사)에서 가장 큰 가격인상 압박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9년간 일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손을 내저었다. 그의 말도 일리가 있다.

다만 주요 원자재 가격하락폭이 커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올해 빵, 라면, 과자 등 가공식품에 가장 많이 쓰이는 밀은 전년보다 무려 14.7%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옥수수와 콩 가격도 각각 16.5%, 11.6%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공유 가격도 ℓ당 800원으로 15.5% 낮아진다.

그렇다면 다시 질문이 나온다. 과연 한 번 오른 소비자가격은 인하될까. 13년 전 라면업체가 가격을 한 번 내린 적이 있다. 2008년 2월 650원에서 750원으로 올랐던 신라면의 권장소비자가격이 2년 만에 730원으로 2.7% 인하됐다. 당시 국제 밀가루 가격이 7%가량이나 하락했는데도 20원만 찔끔 내려 질책을 받기도 했지만 어쨌든 가격이 인하되긴 했다. 당시 대부분 제빵, 제과, 라면 등 관련 업체가 줄줄이 가격을 소폭 하향조정했다. 굉장히 이례적인 사례다.

미래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 식품업체 관계자가 귀띔한 말이 귓가에 맴돌 뿐이다. “설령 가격을 내려도 인상폭은 크고 인하폭은 박할 거예요. 그러니까 한 번 오르면, 안 내려가요.”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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