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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대재해법 1년, 효과는 없고 법 집행 혼선만 초래”
경총, 중대재해법 수사·기소사건 분석
“기소까지 평균 8개월…수사 길어져”
“산안법 일원화…형사처벌 규정 삭제"
[123RF]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정부가 사고 발생 기업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했으나, 법 위반 입건 및 기소 실적이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의 불확실성으로 산업안전보건법과 달리 범죄혐의 입증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5일 발표한 '중대재해처벌법 수사 및 기소 사건을 통해 본 법률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경총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기준으로 수사기관이 경영 책임자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사건은 11건, 기소까지 기간은 평균 237일(약 8개월)로 나타났다. 고용노동청은 평균 93일(약 3개월),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평균 144일(약 5개월)간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총은 '사업 대표'와 '이에 준하는 자' 중 경영 책임자로서 안전에 관한 권한과 책임을 지고 의무를 이행한 이를 특정하기 어려워 수사가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법률의 모호성과 불명확성 탓에 경영 책임자의 관리책임 위반을 찾고 고의성까지 입증하기 쉽지 않은 점도 하나의 이유로 지목했다.

지난해 12월 말까지 중대재해법 위반 피의자로 입건(82건) 및 기소(11건)된 대상은 모두 대표이사였다. 최고안전관리책임자(CSO)를 선임하더라도 수사기관이 이를 경영 책임자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내놨다.

경총은 "법률상 경영책임자 개념과 범위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노동부와 검찰이 '대표이사에 준하는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진 자만 경영책임자가 될 수 있다'고 해석해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수사기관이 형사처벌 대상을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총은 또 검찰이 기소한 11건 중 경영 책임자의 소속 기업 규모는 중견기업 1건을 제외하고 모두 중소기업과 중소 건설현장이어서 중소기업의 법 준수 역량 한계를 드러냈다고 해석했다.

기업 규모를 고려해 법 적용을 유예하면서 50인 미만 하청기업의 중대재해 사건의 경우 원청의 경영 책임자만 처벌받도록 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했다. 현행 법률 규정으로는 원청의 책임 범위가 불명확하지만, 수사기관이 원청의 경영 책임자에게만 법적 책임을 묻는다는 설명이다.

중대재해법 위반사건 재판 중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신청됐고, 검찰과 법무부 내부에서도 법적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등 향후 법 적용을 둘러싼 혼란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에 경총은 중대재해법을 산업안전보건법과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실현하기 어렵다면 기업에 큰 부담을 주는 형사처벌 규정 삭제를 최우선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법 이행 주체와 의무 내용을 명확히 하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 유예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현재까지 중대재해법 수사·기소 사건을 보면 정부 당국도 법 적용과 혐의 입증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법 제정 당시 경영계가 끊임없이 문제제기한 법률의 모호성과 형사처벌의 과도성에 따른 부작용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처법 시행 1년이 지났으나 산업현장의 사망재해가 줄지 않고 있는 것은 형벌만능주의 입법의 폐단으로 중대재해를 효과적으로 감소시키고, 법 적용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중처법을 하루빨리 개정해야 한다”며 “특히 처벌만 강조하는 법률체계로는 산재예방이라는 근본적 목적 달성에 한계가 있는 만큼, 산업현장의 안전 역량을 육성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지원법 제정을 정부가 적극 검토 ·추진할 때”라고 덧붙였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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