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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미들 이유있는 삼성전자와 ‘헤어질 결심’
폭락장에도 애널 98% 매수 의견
국내 증권사 분석 불신감 증폭

국내 증권가 애널리스트 등 전문가가 연초부터 삼성전자 ‘주가 바닥론’을 외치며 반등 가능성에 무게추를 싣고 있다. 여기에 새해 국내 증시로 다시 돌아온 외국인 투자자도 삼성전자 매수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개미(소액 개인 투자자들)들만큼은 초강력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와 맞서는 모양새로도 읽힌다. 삼성전자 주가에 대한 장밋빛 미래만을 그리던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분석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매수·강력 매수’ 의견 보고서 98%…폭락장 속 ‘매도’ 전무=개미들이 국내 증권사의 분석을 불신하는 이유는 최근 1년여간 발간된 삼성전자 관련 증권사 보고서를 헤럴드경제가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서 받은 자료를 토대로 17일 자체 분석한 결과가 잘 보여준다. 에프엔가이드상에 지난해 1월 1일부터 올해 1월 12일까지 등재된 삼성전자 관련 증권사 종목보고서는 총 246개다. 요약·영문보고서와 삭제된 보고서, 독립 리서치 등은 집계에서 제외됐다.

전체 보고서 중 ‘매수(Buy)’ 의견을 낸 것은 240개, ‘강력 매수(Strong Buy)’ 의견을 낸 것은 1개다. 매수·강력 매수 의견이 전체의 98%에 달했다. ‘매도(Sell)’ 의견을 낸 보고서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중립 의견인 ‘유지(Hold)’를 제시한 보고서 수는 5개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단 한 명의 애널리스트가 몇 달에 걸쳐 반복해 제시한 것이었다. 사실상 모든 증권사와 소속 애널리스트가 지난 1년간 계속됐던 삼성전자 폭락장 속에서도 ‘매수’만을 외쳤던 셈이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 최저점 주가(9월 29일·5만2600원)는 지난해 최고점(1월 11~12일·7만8900원) 대비 33.3%나 떨어졌다. 6~12개월 앞을 내다보며 제시한 목표주가마저도 현실을 크게 벗어난 모습이다. 올 들어 증권사들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삼성전자의 ‘재고 소진’ 문제 등으로 발생한 ‘어닝 쇼크’가 이미 주가에 선반영됐다며, 주가 상승 전 ‘매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개미들은 전문가의 의견과 정반대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16일까지 총 1조306억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했다.

▶‘매도’ 의견, 업계 내 애널리스트 입지·증권사 매출에 직격탄 줄 수도=금융투자업계 내부에서도 애널리스트들이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 의견을 무조건 ‘매수’로 제시하고, 목표주가를 높여 제시할 수밖에 없는 것은 기업과 주주, 증권사의 이익이란 3박자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본다.

국내 한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인 A씨는 “부도위기나 대규모 비리 정황 등으로 회사 경영이 최악의 상태에 놓이는 등 누가 봐도 문제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매도’ 의견은 고사하고 ‘유지’ 의견을 내는 것도 해당 회사와 관계악화를 각오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주가 전망이 부정적일 경우 ‘매수’ 의견을 유지한 채 ‘목표주가’를 내리는 방식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이마저도 해당 기업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 B씨는 “질 높은 보고서를 쓰고 싶은 애널리스트들로서는 모든 자료 정보를 기업이 주는 상황에 ‘을(乙)’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며 “국내 한 중견 기업에 대해 ‘매도’ 의견을 냈던 한 애널리스트가 해당 기업 행사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하물며 삼성전자는 알아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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