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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EF, 기업 구조조정 지원 나선다…그러나 발목 잡는 족쇄는
금감원장·기관전용 PEF 대표 간담회
이복현 “기업 구조개선 주도적 역할” 당부
PEF 대표들, 투자 애로사항 토로
“신규투자 어려움…기관투자 범위 확대해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기관전용 사모펀드 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상훈 기자] 지난해부터 이어진 대내외 금융시장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의 경영환경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 자본시장에서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영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에 금융당국도 부실기업들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을 우려하며 최근 PEF 운용사에 직접적으로 기업들의 경영환경 개선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줄 것을 강조했다. 다만 PEF들 역시 펀드 회수 지연, 자금 모집 경색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투자 활성화를 위한 현실적인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금융당국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3일 여의도에서 국내 PEF 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자본시장 중심의 기업 구조개선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향후 경기회복 지연으로 인해 유망기업이 일시적 어려움에 처하거나 한계기업의 부실이 확산될 수 있는 만큼 축적된 자본력과 경영 정상화의 노하우를 갖춘 PEF 운용사에 ‘역할론’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 지난해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국내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인수합병(M&A) 시장에선 대기업과 PEF가 사고파는 카브아웃(Carve-Out, 대기업이 매각하는 자회사나 사업을 사들여 성장시키는 것) 딜이 대세로 떠올랐다. 대기업 입장에선 비주력 계열사 매각으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고 PEF 입장에선 현금창출력이 뛰어난 안정적인 매물을 인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브아웃 딜은 올해도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원장이 언급한대로 기업 구조조정을 선제적으로 이끄는데 PEF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진 상황이다. 더욱이 그는 앞서 2021년 금융당국이 제도개편을 통해 바이아웃(경영권 인수)뿐 아니라 크레딧펀드, 대출형 펀드 등 PEF들이 다양한 형태의 자산운용 전략을 구사하도록 규제를 완화한 점을 거론하며 “창의적인 투자전략 모색을 통해 국내 사모펀드 업계의 경쟁력 강화와 기관투자자의 새로운 투자기회 확보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도 당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기관전용 사모펀드 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투자은행(IB) 업계 안팎에선 올해도 PEF들의 신규 투자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PEF 대표들도 이 원장에게 “기존 펀드의 회수가 지연되고 기관투자자의 보수적인 의사결정으로 신규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투자에 뒤따르는 부담과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필요성 등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관전용 사모펀드 본래 취지에 비추어 기관 투자자들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게 PEF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이 원장은 “(PEF의 요구에) 공감하는 부분도 있으나 제도 초기이고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상의해야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PEF 대표들은 증시 하락 여파로 상장사 투자에 대한 부담이 커진 데 따른 우려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PEF 대표는 “상장사의 경우 기업가치를 주가로만 평가하다 보니 등락에 따라 시장의 압박이 거세다”며 “바이아웃 투자는 최소 3~4년 보유하는 긴 호흡의 투자기 때문에 당일 주가에 따라 일희일비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자본시장법 개정과 관련, 의무공개매수제에 대한 우려 역시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융당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주식양수도 방식의 경영권 변경 시 일반투자자 보호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주식 매매를 통해 상장기업의 지분 25% 이상을 보유하게 된 최대주주는 소액주주의 지분을 일정 수준 이상 의무적으로 매수해야 한다.

현재도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여파로 가뜩이나 M&A 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지분 인수 규모가 커지면서 M&A, 특히 바이아웃 투자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이 가진 자산도 팔아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인수자가 소액주주의 주식까지 사야하면 구조조정이 되겠나”라며 “소액주주들 보호를 위한 취지는 이해하지만 너무 빨리 도입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awar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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