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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MF 때도 성장했던 생산능력 후퇴, 재고율은 코로나 초기로 회귀…‘진짜 겨울’이 온다
성장·청년기 달려온 우리나라 경제
전세계가 위기여도 성장해왔는데…
수출 둔화 속 이젠 동력의 한계 우려
비가 내리는 21일 오전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외환위기(IMF 사태), 금융위기 때도 증가했던 생산능력지수가 지난해 후퇴한 것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지난 2018년에 이어 벌써 두번째다. 지금까지 성장·청년기를 달려온 대한민국 경제가 이제 노년으로 접어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제조업 재고율은 코로나19 사태 초창기인 2020년 5월 수준을 넘어섰다. 소비침체가 예견된 상황 속 수출 경기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기업들의 재고가 쌓이고 있다. 경제위기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해왔던 수출이 둔화하고 있는 것이다. 수출과 투자를 정책적으로 최대한 독려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단 한번도 증가 반전하지 못했다. 지난해 1월 -1.1%를 시작으로 11월 -0.8%에 이르기까지 계속 역주행을 반복했다. 11월까지 평균은 -0.6%.

생산능력은 말 그대로 우리나라가 제조업으로 얼마나 물건을 생산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즉, 생산능력 증가세가 무너진다는 것은 수출로 성장신화를 쓴 우리나라 경제가 이제 그 ‘동력의 한계’에 직면했다는 의미다.

단발성 이슈라고 보기 어렵다. 2018년에도 우리나라는 사상 처음으로 연간 생산능력이 후퇴했다. 당시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GM대우 철수가 있었다. 업계에선 상당한 충격이었지만, 특정 기업과 지역에 한정된 측면으로 읽힐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전세계가 위기에 봉착해도 항상 우리나라를 구해온 수출이 별다른 기업 이슈 없이 무너졌다.

전례가 없다. 코로나19 위기 여파라고 변명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성장세는 경제위기와 상관 없었다. 1970년대 제조업 생산능력지수가 집계된 이후 대한민국은 단 한번도 멈춘 적이 없다. 1972년 전년비 8.3%를 시작으로, IMF(1997년 4.9%, 1998년 4.9%) 때도, 금융위기(2008년 5.2%, 2009년 3.4%) 당시에도 우리나라의 생산능력은 성장했다.

제조업 재고율도 치솟고 있다. 통계청 광업제조업동향조사 제조업 재고율 추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제조업 재고율은 127.6%를 기록했다. 최근 2년 추이를 살펴보면 이 정도로 재고 상황이 악화한 시점은 2020년 5월(127.5%)이 유일하다.

2020년 5월은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난지 비교적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다. 전세계가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면서 기업들의 재고가 누적됐다. 이후 유동성 공급으로 대표되는 경기부양책 효과가 미국을 중심으로 본격화하면서 수요가 살아났고, 우리나라 수출경기도 호조세를 보였다. 제조업 재고율도 하락 안정됐다.

그런데 이 제조업 재고율이 지난해 6월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11월에는 코로나 사태 당시를 넘어섰다. 제조업 재고율은 재고와 출하의 비율이다.

11월을 보면 출하가 3.8% 줄어들고, 재고는 6.2% 늘었다. 경기가 악화돼 제품 생산을 줄였지만, 수출과 내수가 동반 위축되면서 재고가 큰 폭 늘어난 것이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73.1%에 불과하다.

제조업 가동률지수는 전월 대비 0.9% 상승했으나 호조세라고 보기 어렵다. 98.2%로, 여전히 100% 아래다. 특히 수출 주력인 반도체에선 오히려 12.0% 감소했다. 생산으로 봐도 반도체는 11월 11.0% 감소했다. 지난 8월(-12.8%) 이후 3개월 만에 최대 감소다.

정부는 이에 8개월째 경기둔화가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기획재정부는 2023년 1월 그린북(최근경제동향)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내수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감소 및 경제심리 부진이 이어지는 등 경기둔화 우려가 확대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대외적으로는 통화긴축 속도, 중국의 방역상황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주요국 성장둔화 및 러·우크라 전쟁 향방 등에 따른 세계경제 하방위험 지속하고 있다”며 “설 물가 등 민생 안정에 총력 대응하면서, 수출투자 등 경제활력 제고 및 대내외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3대 개혁 등 경제체질 개선 노력도 가속화하겠다”고 덧붙였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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