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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쁜건 기본, 친환경은 덤”…250만개 폐페트병, 가방으로 ‘재탄생’
삼청동에 첫 단독 매장…왕종미 플리츠마마 대표 인터뷰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오픈한 ‘플리츠마마 이웃’ 플래그십 스토어. [플리츠마마 제공]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하루에만 약 50개의 팝업과 플래그십 스토어가 들어섰다 사라지는, ‘패션의 메카’인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 최근 성수동을 거부하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고즈넉한 한옥에 매장을 연 패션 브랜드가 있다. 바로 버려진 페트병에서 뽑아낸 원사로 가방을 만드는 ‘플리츠마마’다. 올해에만 500㎖ 기준 약 250만개의 폐(廢)페트병이 형형색색의 니트 가방으로 새 삶을 얻었다.

플리츠마마는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오프라인 첫 매장인 ‘플리츠마마 이웃’을 선보였다. 한옥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과 자글자글한 니트 디자인의 가방이 어우러진 이곳에서 12일 왕종미 플리츠마마 대표를 만났다.

왕종미 플리츠마마 대표. [플리츠마마 제공]
“삼청동서는 지속가능 패션에 대한 메시지 전달 가능”

왕 대표는 성수동 대신 삼청동의 한옥을 택한 이유에 대해 “(이곳은) 빠르게 바뀌는 패스트 패션이 아닌,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기존의 것을 새롭게 재탄생시키는 한옥과 브랜드의 정체성과도 결이 맞는다”고 설명했다.

삼청동이 갖고 있는 ‘다양성’도 왕 대표가 이곳을 선택한 이유다. 10대부터 60대까지, 한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도 모이는 동네가 삼청동이다. 20대 ‘패피(패션 피플)’ 위주인 성수동 패션과 플리츠마마와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지난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그 어느 때보다 화두로 떠오르자 친환경 패션 브랜드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러나 올해는 본격적인 소비 침체가 시작되면서, 친환경 패션 브랜드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플리츠마마 이웃 플래그십 스토어에 폐(廢)페트병, 폐어망, 버려진 아이스컵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진열돼 있다. [플리츠마마 제공]
“‘친환경’도 디자인이 우선…‘선물하고 싶다’ 반응 나와야”

왕 대표는 “친환경 패션 브랜드가 ‘반짝 유행’이 되지 않으려면 디자인에 충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플리츠마마 역시 그 어느 브랜드보다 친환경에 진심이지만 결국 브랜드의 핵심은 디자인이라는 의미다.

왕 대표는 “친환경 브랜드가 아닌 제품과 경쟁해도 소비자한테 선택을 받을 수 있는지 항상 고민했다”며 “굳이 친환경 제품이라는 꼬리표를 달지 않아도 ‘디자인이 예쁘다’, ‘남에게 선물하고 싶다’ 등의 수준의 소비자 반응을 이끌어내야 브랜드를 지속할 수 있다”고 했다.

품질 관리를 위해 플리츠마마는 2018년 론칭할 때부터 OEM(주문자생산) 방식을 따르지 않았다. 모든 가방의 디자인은 아직까지도 왕 대표의 손을 거친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플리츠마마 본사 1층 한쪽에는 랩실까지 자리잡고 있다. 니트를 통째로 짜는 홀 가먼트 기계로 직접 시안 상품을 제조하며 원사 연구도 진행하기 위함이다.

플리츠마마는 폐페트병 뿐 아니라 새로운 소재의 원사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폐어망에서 추출한 나일론 원사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플라스틱 아이스컵’에서도 원사를 추출해 제품에 상용화할 예정이다.

폐페트병과 같은 플라스틱이지만, 원사 추출 과정은 훨씬 복잡하다. 순수한 플라스틱으로 구성된 폐페트병과 달리 아이스컵은 불순물이 포함되어 있어 긴 실을 뽑아내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이번에도 효성티앤씨와 손을 잡고 친환경 소재 개발에 나섰다.

왕 대표는 “매출과 마케팅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올해까지도 R&D(연구·개발)에 집중할 것”이라며 “방석, 러그 등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를 확장해 나가며 더욱 많은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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