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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사람은 왜 모르는 사람에게 기부하는가

해마다 연말·연초 기부천사들의 미담 기사가 자주 나온다. 인간의 타고난 심성이 이기적인가, 이타적인가?

영국의 자선지원재단에서 해마다 ‘세계기부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 2021년 기준 지난 10년간 평균 세계기부지수는 조사 대상 국가 126개국 중 57위다. 기부 경험 항목 38위, 사회봉사 항목 53위, 낯선 사람 지원 경험 78위이다. 한국의 세계 13위 GDP 규모에 비하면 인색한 수준이다.

후진국인 미얀마의 세계기부지수는 1, 2위다. 미얀마는 불교가 국교인 국가다. 살아서 기부선행을 많이 하면 다음 생에 보상받는다는 ‘윤회설’의 영향이다.

동양의 정신세계에 큰 영향을 준 공자는 군자의 인격수양으로 ‘어질 인(仁)’, 따뜻하고 어진 마음을 강조한다. 맹자는 사람은 타고날 때부터 어진 마음, ‘측은지심(惻隱至心)’ 심성을 갖고 태어난다고 주장했다. 어린 아기가 우물에 빠지는 것을 목격하면 추후 보상·칭찬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우선 구해주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긴다는 심성을 예로 든다.

인간의 수렵 채취 원시시대를 연구하는 진화생물학자들은 인간의 유전자는 자식의 숫자 증가와 번영을 기원하는 이기적인 성격을 지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쟁하는 이웃 씨족과 호혜적 상호주의를 실천하는 씨족이 생존확률이 높다. 원시 수렵사회에서 생존에 필요한 사냥과 식량 구입을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먹거리가 풍부할 때 잉여를 나누는 집단이 생존에 유리하다.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고 어려울 때 신세진 씨족에게 자선을 배반하는 씨족은 멸족확률이 높다. 장기적으로 마음씨 좋은 집단이 승리한다, 이것이 사람의 ‘나눔 DNA’ 시초라고 말한다.

초기 유대교, 기독교는 기존 종교, 지배층으로부터 심한 탄압을 받는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초기 기독교 공동체 계율 중 하나가 같은 공동체 안의 어려운 사람을 지속해서 도우라는 것이다. 어려운 사람은 물질적인 도움을 받고, 도움을 준 사람은 신(神)으로부터 영적인 은혜를 받는다. 자선을 받는 상대방의 자존심 배려를 위해 “두 손으로 줘라.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고 기부자의 겸손을 강조했다. 오늘날 서구 기부문화의 출발이다.

16세기 가톨릭교회의 세속화와 사제들의 타락에 대한 반발로 마르틴 루터에 의한 종교개혁이 시작됐다. 종교개혁의 시발점은 기부금 남용과 면죄부 판매다. 타락한 기부금 강제 모금이 발단이 돼 세계 역사를 바꾼 중요한 사건이다.

최근 공정을 강조하는 학자들은 성공한 사람이 기부를 해야 하는 이유로 ‘운의 편재’를 말한다. 좋은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 학력이 높고 재능이 많은 부모를 둔 자식, 부자 부모를 둔 사람은 그렇지 아니한 사람보다 성공할 확률이 매우 크다.

인류사적인 견지에서 오늘의 성공은 과거에 우리 선조가 이룩한 어깨 위에서 발전한 것이다. 본인의 노력으로 성공했다 하더라고 운(運)에 의한 도움이 크므로 운의 산물을 운이 나쁜 사람과 나눠야 한다.

경제학자들은 억만장자와 저소득자를 비교할 때 동일한 돈의 효용가치가 저소득자의 경우가 더 크므로 효용이 높은 사람에게 나눔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의 세대별 운을 비교할 때 기존 세대가 젊은 MZ세대보다 훨씬 좋다.

우리는 ‘조상의 음덕’ ‘정신적 유산’ ‘덕향만리(德香萬里)’라는 말을 가끔 쓴다. 세법은 기부자는 소득세·상속세 감면, 수혜자는 증여세 면제를 지원한다. 약육강식, 승자독식의 시대에 나눔을 통한 사랑과 따뜻함이 더욱 요구된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

ey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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