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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 금리를 누가 버티냐"…착시효과에 가려졌던 ‘연체율 둑’ 터지나[머니뭐니]
연체율 0%대라지만
야금야금 올라
당국은 건전하다는데
금융지주사는 위기의식 드러내
성장보다 리스크관리 우선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에서 직원들이 개점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개인대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버는 돈을 지금도 다 갚고 있는데, 8% 이자를 어떻게 감당하죠?”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이자 갚기가 버거운 이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을 자랑했던 금융사들도 표정이 바뀌었다. 이미 은행 및 카드 연체율이 슬금슬금 오르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 금융지주는 최근 경영전략 포럼에서 “연말 결산이 끝나진 않았지만, 연체율이 문제”라며 “은행 연체율이 11월 말까지 꽤 올랐고, 카드 연체율은 그보다 더 심각하다”며 대책을 세울 것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대출만기 연장 같은 정부 정책에 가려졌던 연체율 착시효과가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한 두 차례 더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금리 하락 전환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고금리를 버텨온 차주들이 이제 벼랑 끝에 섰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착시효과에 가려진 연체율…슬금슬금 오른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각 금융지주사들이 발표한 경영실적에 따르면 은행,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대부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4대 시중은행의 연체율을 보면 9월 말 기준 신한은행 0.2%, 우리은행 0.19%, 하나은행 0.18%, 국민은행 0.14%였다. 2021년 말에 비해 같은 수치를 유지한 우리은행을 제외하고는 각각 0.01~0.02%포인트(p)씩 상승했다.

카드사도 다르지않다. 지난해 3분기 말 연체율은 우리카드 0.92%, 신한카드 0.86%, KB국민카드 0.78%로 집계됐다. 신한카드, 우리카드는 직전년도 말에 비해 연체율이 각각 0.06%p, 0.26%p씩 상승했다. 다만 KB국민카드는 0.04%p 내려갔고, 같은 기간 하나카드는 0.11%p 하락했다.

연체율 자체로만 놓고 보면 아직 높은 수준은 아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정부가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상환유예 조치를 해온 덕에 부실 가능성을 이연시켰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연체율 추이 자체가 건전성을 해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며 “금융환경 악화로 인한 잠재부실을 막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쌓도록 유도해오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연합]

9% 신용대출, 가처분소득 축소…연체율 둑 터지나

문제는 추이다. 표면적으로는 0%대 낮은 연체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연체율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연체율이 오르지 않은 한 금융사 관계자도 “정부 정책이 올라갔어야 할 연체율을 꾹 잡아둔 것”이라면서도 “이미 다른 금융사들에서 하나 둘 연체율이 올라가고 있어 이 추이를 어떻게 관리할지가 올해 과제가 되는 중”이라고 토로할 정도다.

금융사들도 위기의식을 드러내고있다. 각 금융지주들은 올해 연체율을 경영전략회의에서 직접 언급하며 리스크관리 의견을 피력한 상태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9일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지속가능하고 내실있는 성장을 해야한다”면서도 “시장 상황을 우리가 쉽게 예상할 수 없으니 작년보다 보수적으로 잡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신한지주 또한 올해 카드, 은행 연체율이 11월 말까지 계속 상승한 만큼 이에 대한 관리를 경영 목표로 삼은 상태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에서 사옥 매각 등 일회성 요인 덕에 높은 성장세를 구가한 만큼 올해는 안정성에 방점을 찍겠다는 구상이다. 다른 지주사들 역시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지주사들이 이처럼 올해 중점 과제에 연체율을 올려 놓은 것은 착시효과를 계속 누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은행권 대출 취급 끝자락에 있다고 하는 신용등급 신용대출 금리는 이미 연 9%에 육박한 상태다. 대부분의 은행에서 1년 전에 비해 상하단 금리가 2%p 이상 뛰었다. 은행들이 정부의 대출금리 인상 자제 압박에 인상폭을 억누르고는 있지만, 금리 상승 자체를 막을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에 따른 가처분소득 축소 압박도 가중되고 있다.

오는 13일 열리는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를 0.25bp 추가로 올리는 베이비스텝이 전망되는 만큼 시장금리 인상도 불가피하다. 한은의 통화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기준금리 상승도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4.25~4.50%인데,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의 동향 분석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 절반 이상이 미국이 0.75%포인트(p) 추가 인상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 기업 할 것 없이 금리 부담이 수년째 가중 되는 상황인데 연체율까지 오르고 있는 만큼 부실 현실화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올해도 각종 취약차주를 위한 정책이 쏟아지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부분이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당분간 고통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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