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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금리에 투자할 때...‘올해는 안전자산’ 채권의 시대”
ETF·OCIO·TDF로 트렌드 변화
고객성향 데이터 통해 세부적 분석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 유지 전망
굴곡 있어도 시장은 결국 우상향
100의 70은 합리적 자산 택하고
나머지 30은 취향대로 가도 돼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해 12월 21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배 사장은 “고금리 시대에는 고금리에 투자해야 한다. 올해는 이른바 ‘채권의 시대’가 되지 않을까 전망해 본다”고 말했다. 임세준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를 올릴 생각만 있지, 내릴 생각은 없다. 지금은 고금리 시대다. 고금리 시대에는 고금리에 투자해야 한다. 올해는 ‘채권의 시대’가 되지 않을까 전망해 본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002년 상장지수펀드(ETF)를 국내 최초로 도입한 뒤 아시아 최초의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인버스 ETF를 출시하는 등 국내 ETF 시장을 선도하면서 소위 ‘ETF의 선구자’, ‘ETF의 아버지’로 불렸다. 배 대표는 “액티브 운용은 절대 시장(패시브 운용)을 이길 수 없으며, 결국에는 선한 자산운용사가 승리할 것”이라는 신념을 밝혔다.

그는 올해 각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유지되면서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 대비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에 대한 선호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부분의 금융기관 전망이 올해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그럼에도 인플레이션 우려로 중앙은행들의 고금리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는 얘기다.

헤럴드경제는 배 대표를 만나 취임 첫 해 성과와 과제, 올해의 목표와 시장전망 등을 들어봤다.

▶지난해 2월 취임 후 첫해가 지났다. 어떻게 보냈나=한국투자신탁운용은 전통적으로 주식, 채권, 펀드에 강한 회사다. 다만 운용 시장환경 자체가 ETF,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타깃데이터펀드(TDF) 쪽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어 해당 조직을 강화하는데 주력했다. 또 하나 신경썼던 부분은 조직 문화 개선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원래 1등이던 회사였는데 지금은 순위가 밀려있는데(4위) 다시 추격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전체 직원들에게 변화를 통해서 다시 도약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다시 화려했던 시절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그냥 열심히 한다고 솔루션이 나올 수 없다. 방식을 바꿔야 한다.

▶조직 문화 개선의 구체적인 예가 있다면=‘어떤 상품이 좋을 것 같다’는 느낌에 의존하는 것을 지양하고, 데이터를 통해서 고객이 어떤 상품을 좋아할지 세부적으로 쪼개서 분석하도록 했다. 고객에 따라 변동성이 낮아야 하는지 높아야 하는지, 장기 수익률과 1년 수익률은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지, 거래량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10개 정도로 쪼개서 분석토록 했다. 쪼개는 과정 자체가 새로운 접근이 될 수 있다. ‘좋은 수익률’이란 사실 굉장히 어려운 개념이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좋은 수익률’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채권 플러스 알파를, 어떤 사람은 주식시장보다 좋은 수준을, 또 어떤 사람은 항상 플러스 수준의 수익률이 좋은 수익률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걸 전부 나눠서 카테고리화 해야 한다. 막연하게 접근하던 것을 세부적으로 쪼개는 과정을 익히는 워크숍을 여러 차례 진행했다.

▶자산운용업은 결국 철학이 들어있어야 하는데,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지향점이 있는지=자산운용은 기본적으로 운용사가 돈을 벌려고 추구해서는 성공할 수 없는 구조라고 본다. 고객 가치 지향이 여느 금융사보다 강해야 한다. 자산운용은 고객과 거래가 일어난다고 해서 이익이 바로 발생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고객이 돈을 벌어야 주된 비즈니스인 보수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자산운용사는 궁극적으로 고객을 지속 유지하려면 신뢰 형성이 필수적이다. 펀드 하나 판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고객 자산을 거시적으로 바라보고 투자배분해야 한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운용사가 성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시장을 이기는 투자는 없다는 지론이 있는 걸로 아는데=그런 측면에서 자산운용사가 추구하는 패시브 투자가 섹시하지는 않은 측면은 있다(웃음). 액티브 투자라는 건 기본적으로 전망과 예측에 의한 투자인데, 과거를 분석해서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게 된다. 그러나 그 순간 결국 배팅이다. 어떤 새로운 변수가 들어올 지 알 수 없다. 어떤 사고가 발생해도 나와 내 자산은 죽지 않아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자본주의는 성장한다. 중간에 금융위기도 있고 경기침체도 있지만, 결국 우상향 한다. 굴곡을 피하려는 건 안되지만, 굴곡에 있을 때 죽으면 더 안된다. 그러니까 패시브 투자와 분산투자가 중요한 것이다. 섹시하진 않지만, 투자에서 진짜 옳은게 있다면 해야한다. 그게 자산운용사의 롤이다.

▶자산운용업은 결국 운용, 마케팅, 상품개발로 압축할 수 있는데 이 셋 간의 상관관계는 어떻게 조화를 추구하는지=결국 모든 사업은 상품개발, 운용, 마케팅으로 이뤄져 있다. 자산운용을 들여다보면, 액티브 투자상품은 운용을 제일 잘해야 한다. 상품개발이나 마케팅과 상관없이 운용수익만 좋으면 다 팔린다. 패시브 투자는 운용에서 가치 창출을 한다고 볼 수 없다. 대신에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잘 찾아줘야 한다. 상품개발이 운용사에게는 자산배분, 우리는 솔루션이라고 부른다. 마케팅은 투자 교육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평균 투자자, 일반 투자자들을 상대로 어떻게 해야 장기적으로 돈을 버는 투자를 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운좋은 사람을 상대로 할 게 아니라, 상식적인 선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자산을 불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지난해 10월 상장지수펀드(ETF) 브랜드 이름을 기존 ‘킨덱스(KINDEX)’에서 ‘에이스(ACE)’로 변경했는데. 반응은 어떤가= 아직 두 달 밖에 지나지 않았다(웃음). 사실 에이스 펀드를 성공시키려면 에이스에 사람들을 확 끌어당길 수 있는 상품이 출시돼야 한다. 그래서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 지 고민할 때 “에이스에 이러이러한 게 있으니 사라”고 하는 얘기가 들릴 정도로 주목을 끄는 상품이 나와야 에이스란 명칭도 대중화가 될 것이다. ETF가 처음 나왔을 때 그렇게 알리려고 해도 안되더니, 식사 중에 옆 테이블에서 “장이 빠졌는데 뭘 사야하나”라는 질문에 “코덱스(KODEX) 레버리지 사”라는 말이 돌면서 코덱스가 크게 성공했다. 그 때 경험을 반추해보면, 결국 명칭은 히트상품이 나오면 유명해지게 돼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상반기 긴축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고, 일본도 금리정책을 급변경했다. 펀드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한 상품 운용전략이 있다면=채권이 주식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채권형 상품은 금리가 이미 4~5%에 달한다. 1~2% 수준이었다가 배로 뛴 거다. 펀드든 ETF든 ‘채권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고금리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 대비 안전한 성격의 채권에 대한 선호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글로벌 금리의 공격적인 인상으로 현 수준의 채권 기대수익률이 과거 대비 매우 높은 편에 속하는 점은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소다. 이미 국내채권형 ETF의 경우(작년 12월23일 기준) 전체 ETF의 일 평균 거래대금이 전년보다 40.5%나 증가(2021년 2650억원, 작년 3722억원)했다. 반면 국내주식형 ETF의 경우 전년 대비 부진한 증시에 따라 일 평균 거래대금이 13.9% 감소(2021년 6926억원, 작년 5962억원)한 바 있다.

▶하반기부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하가 예상된다는 의견도 있는데=올해 말로 갈수록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경기 침체가 명확해지는 등 경제지표가 확인된다면 각국 중앙은행들은 기준 금리를 인하하려는 완화적 스탠스로 전환할 수 있다. 이 경우 금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채권 이자 외 가격 상승 기대감도 공존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존속기한이 있는 만기채권형 ETF도 출시되면서 직접 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의 니즈 역시 채권형 ETF로 흘러 들어오는 양상이다. 만기채권형은 금리가 상승하거나 하락해도 만기까지 보유한다면 예상수익을 받을 수 있다. 수수료가 높고 중도매매가 어려운 개별 채권의 단점과 가격 리스크가 있는 기존 채권형 ETF의 단점이 보완돼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채권에 이른바 ‘올인’해도 좋다는 얘기인지=아니다. 그럼에도 자산배분은 중요하다. 주식이 언제 다시 오를지 알 수 없지 않나. 다만 100 중에 50%를 주식에 투자하겠다, 이런 방식은 너무 막연하다. 30%는 미국, 10% 중국, 나머지 10% 한국, 이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100 중에 70%를 합리적인 자산에 배분했다면, 나머지 30%는 취향대로 투자해도 된다고 본다. 여기에 채권의 비중을 더 늘리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고,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자라면 테마 투자나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투자를 고려하는 것도 찬성이다.

윤호 기자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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