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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승기-캐딜락 에스컬레이드] 거대한 덩치의 부드러운 반전…‘캠핑카’도 안 부럽다
전장 5380㎜·전폭 2060㎜…압도적인 크기, 주행 스트레스 ‘제로’
2열 접으면 적재공간 2065ℓ로 확장…성인 4명까지 누울 수 있어
426마력 V8 가솔린 엔진과 에어 서스펜션 조합…융단 위 달리듯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압도적인 크기가 가장 큰 매력이다. [정찬수 기자]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거거익선(巨巨益善)’. 집이나 가전제품의 대형화 추세를 일컫는 신조어다. 자동차도 여기에 포함된다. 국내 소비자라면 누구나 작은 차보다 큰 차를, 느린 차보다 빠른 차를 선호한다. 코로나19 이후 ‘차박’과 ‘캠핑’이 유행한 영향도 크다.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선호 현상 속에서 ‘크기’ 경쟁은 더 심화하고 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이런 대형화에 가장 부합하는 모델이다. 압도적인 크기 자체가 장점이자 존재의 이유다. 지난 1998년 캐딜락이 1세대 에스컬레이드를 선보인 이후 5세대까지 진화를 거듭하면서 세그먼트의 최강자로 올라섰다. 직접 주행하면서 느낀 에스컬레이드는 첨단으로 무장한 탱크 같았다. 특히 안전성에 대한 신뢰와 드넓은 공간이 ‘대형 SUV의 제왕’이란 표현에 딱 어울렸다.

캐딜락은 외관 디자인부터 ‘크기’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차세대 모델에 대한 방향성을 담은 ‘에스칼라(Escala)’ 컨셉트에서 영감을 받은 ‘스케일(Scale)’ 등 크기와 연관된 용어까지 정의했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상 속의 SUV를 현실화했다’고 이해하면 쉽다. 키 160㎝의 여성이 올라타려면 뛰어야 할 정도의 높이와 운전석에서 팔을 뻗어도 품을 수 없는 동승자의 어깨가 압도적인 크기를 대변한다. 실제 에스컬레이드의 제원상 전장과 전폭은 각각 5380㎜, 2060㎜다. 어디에 세워도 옆의 차를 경차로 보이게 만드는 마법을 지녔다.

전장은 5380㎜에 달한다. 넓은 주차공간은 필수다. [정찬수 기자]
트렁크 도어를 활짝 열지 않아도 쉽게 짐을 실을 수 있다. 차박 마니아라면 더 좋아할 구성이다. [정찬수 기자]

외관 곳곳에 배치된 디자인 요소도 큼직하고 시원하다. 유광 블랙으로 처리한 가로형 바 패턴의 그릴과 수직으로 길게 세워진 조명이 대표적이다. 후미등 길이는 약 1m에 달한다. 화려함을 최대한 억제한 디자인의 22인치 휠은 묵직하게 하체를 지탱한다. 도로에서 마주친 다른 운전자도 이런 위압감을 느꼈던 것일까. 에스컬레이드 안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으면 끼어들기와 급브레이크가 난무하는 정글 같은 퇴근길이 여유로운 시간으로 바뀐다.

2m에 달하는 차(전고 1945㎜) 옆에 서니 키가 한없이 작게 느껴진다. 창피함을 숨기려 허벅지에 힘을 실어 빠르게 올라탔다. 차급에 걸맞은 고급스러운 실내가 눈에 들어온다. 최고급 가죽과 우드, 패브릭 소재로 짜인 완성도가 만족스럽다. 세 영역으로 나뉜 38인치 LG 커브드 OLED 디스플레이도 호화롭다. 전방 상황을 보여주는 디지털 클러스터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혁신을 느끼게 했다. 크게 활용도가 없는데도 계속 멍하니 보게 된다. 여기에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와 왼쪽 정보 패널, 그리고 콘텐츠를 이용하는 중앙 디스플레이까지 캐딜락이 보유한 첨단 기술을 쏟아부은 모습이다.

고급차에서 기대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는 바로 ‘소리’다. 에스컬레이드는 헤드폰 브랜드로 익숙한 AKG 스튜디오의 레퍼런스 사운드 시스템을 탑재했다. 스피커 유닛만 36개다. 앞좌석과 뒷좌석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리가 실내 공간의 중앙에서 뒤엉켜 새로운 타격감을 느끼게 한다. 두꺼운 도어로 인한 정숙성이 음악의 미세한 소리까지 놓치지 않게 돕는다.

에스컬레이드 운전석 모습. 디지털 액정화면이 입체적인 구성을 보여준다. [정찬수 기자]
2열 터치스크린. 센터 콘솔 아래엔 HDMI와 C타입 포트를 마련해 연결성도 확보했다. [정찬수 기자]

2열에는 12.6인치 터치스크린이 있다. 센터 콘솔에 마련된 HDMI와 USB C타입 포트를 통해 각종 스마트기기를 활용할 수 있다. 차박 중 콘솔 게임기를 연결해 즐기거나 영화를 폭발적인 음향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그야말로 남자의 로망을 현실로 옮긴 ‘꿈의 구성’이다.

주행은 ‘묵직하면서 부드럽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SUV 특유의 뒤뚱거림과 울컥거림은 느껴지지 않았다. 426마력, 최대토크 63.6㎏·m의 성능을 발휘하는 6.2ℓ V8 가솔린 엔진과 자동 10단 변속기의 조합은 훌륭했다. 8개 실린더 중 4개의 실린더를 능동적으로 비활성하는 기술을 신경 쓰지 않더라도 흠을 잡을 데가 없다. 상하 진동과 급격한 코너링에서 쏠림이 적다는 점도 좋았다. 특히 에어 서스펜션이 주는 푹신함은 일반 세단보다 뛰어났다. 어르신을 태우고 장거리를 이동하더라도 걱정이 없을 것 같다.

기본 트렁크 용량은 722ℓ다. 2열을 접으면 2065ℓ까지 확장된다. 차박용 매트를 깔면 그대로 성인 4명이 누워도 충분한 공간이 만들어진다. 깜깜한 밤에 전방을 비춰주는 나이트비전과 디지털 룸미러, 차량 상태 점검 기능도 내세울 만한 기능이다. 겨울철 각 휠의 구동력을 제어하는 ‘리미티드 슬립 디퍼런셜’에 대한 일부 불만족스러운 반응도 실제 주행에서는 느낄 수 없었다. 눈이 쌓인 지형에서 미끄러지거나 바퀴가 헛도는 현상은 타이어의 영향이 크다고 판단됐다.

6.2ℓ V8 가솔린 엔진은 최대출력 426마력, 최대토크 63.6㎏·m의 성능을 낸다. [정찬수 기자]
디지털 클러스터를 가득 채우는 전방 화면. 뭔가 미래형 차를 탄 듯한 느낌마저 든다. [정찬수 기자]

옥에 티는 연비다. 캐딜락이 대배기량 엔진에 최적화한 기술로 연료 효율을 높였다고 하지만, 큰 덩치의 한계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제원상 복합연비는 6.5㎞/ℓ. 그러나 약 200㎞ 정도를 달린 뒤 측정한 연비는 제원에 못 미치는 6.1㎞/ℓ였다. 연료 탱크가 91ℓ라는 점은 다행이지만, 도심 주행이 잦은 운전자라면 고유가 시대에 부담이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화려한 디자인 요소로 실용성을 놓친 부분도 아쉬웠다. 중앙 디스플레이 얘기다. 네모반듯한 일반적인 형태가 아니다. 애플 카플레이 등 폰프로젝션을 연결하면 넓은 공간의 일부분만 활용한다. ‘성능’보다 ‘외관’에 민감한 소비자라면 눈살을 찌푸릴 수 있는 대목이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의 가격은 개별소비세 3.5% 기준 1억5557만원이다. 크기로 가성비를 논한다면 합격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명확한 용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넓은 공간과 오프로드를 아우르는 주행 성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주차 스트레스 등 소소한 불편이 크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2열 승객을 위한 서랍형 컵홀더. 앉은 상태에서 팔을 앞으로 쭉 뻗어야 컵을 쥘 수 있다. [정찬수 기자]
중앙 디스플레이에 애플 카플레이어를 띄운 모습. 넓은 공간을 꽉 채우지 못해 아쉽다. [정찬수 기자]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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