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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우의 현장에서] 안심전환대출의 오답노트

현실과 동떨어진 요건으로 불만이 들끓었던 ‘제3차 안심전환대출’이 결국 목표액 38% 달성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긴 채 퇴장했다. 늘어난 이자 부담을 덜 방안이 절실한 시기, 야심 차게 내놓은 정책금융의 실패 요인은 무엇일까.

정책의 방향성 자체가 어긋났다고 보기는 힘들다. 지속되는 금리 상승에 따라 최근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의 수요는 증가 추세다. 이전에 두 차례 출시됐던 안심전환대출도 크게 흥행한 바 있다. 2015년 1차 안심전환대출은 출시 나흘 만에 공급 한도 20조원을 달성했다. 2019년 2차 안심전환대출 접수 당시에는 공급 한도 20조원의 3.5배 수준인 74조원이 몰리기도 했다.

1·2차 안심전환대출 때와 달리 이번 3차 안심전환대출 수요가 적었던 원인은 까다로운 신청 조건에서 찾을 수 있었다. 3차 안심전환대출의 출시 초기 주택가격 기준은 4억원 이하로 1·2차 안심전환대출의 주택가격 기준(9억원 이하)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정부는 6억원 이하로 기준을 완화했다. 그러나 1·2차 신청 당시에 비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6억원 또한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기준에 가까웠다.

실제 안심전환대출의 주택가격 심사 기준으로 활용된 KB부동산에 따르면 1단계 신청이 시작된 지난해 9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약 10억9000만원으로 주택가격 기준(6억원)에 비해 5억원가량 높았다. 수도권 아파트 중위가격(7억5000만원)도 기준액을 웃돌았다. 반면 2차 안심전환대출이 시행됐던 지난 2019년 9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약 8억7000만원으로, 당시 주택가격 기준(9억원 이하)보다 낮았다.

금리 매력 또한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이번 안심전환대출의 금리는 연 3.7~4.0% 수준으로, 1~2%로 공급됐던 2019년에 비해 두 배가량 높았다. 물론 당시에 비해 시장금리가 높아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까지 취급된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평균 연 3~4%대였으며, 이번 안심전환대출은 지난해 8월 이전 실행된 주담대만을 대상으로 했다. 당장 혜택을 볼 수 있는 실수요자가 적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애초 취약계층과 서민 차주를 위한 취지인 만큼, 정책 실패로 보기는 힘들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기를 끌었던 지난 1~2차 안심전환대출 또한 취지는 매한가지였다. 한 차례의 개선 이후에도 목표액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결과는, 정부의 수요 예측이 실패한 탓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심지어 정책금융의 흥행 부진 사례는 적지 않다. ‘빚 탕감’ 논란을 빚었던 새출발기금과 소상공인 대상 대환대출 정책 등도 미미한 공급 실적을 기록하며, 실효성 논란을 빚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해당 정책들에 대한 지원요건 완화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 차례의 실패를 본 우리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금융당국이 안심전환대출의 오답노트를 더 꼼꼼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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