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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품질 타협 없습니다…고객은 신이죠” 박경분 자코모 대표 [인터뷰]
박경분 대표의 국내 ‘소파 1위’ 비결
돼지축사 창업, 88올림픽 딛고 성장
IMF위기 계기로 자체 브랜드 개발
자재 수입 마진 낮추려 직영점 판매
엔데믹 이후 홈쇼핑서 역대급 성적
콘텐츠 중심 새 판매 전략도 한몫
최근 경기도 남양주시 자코모 본사 쇼룸에서 만난 박경분 대표가 소파 1위 기업의 비결을 말하고 있다. [자코모 제공]

“품질은 그 어떤 순간에도 절대 타협 없어요.”

지난해 말 경기도 남양주시 자코모 본사 쇼룸에서 만난 박경분(67) 대표가 전시돼 있는 소파를 세심하게 만지며 말했다. 박 대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객은 왕이 아닌, 신(神)”이라며 “‘딱 5만원만 남기자’는 마음으로 좋은 소파를 만들고 팔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한 시간 남짓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 대표는 ‘고객’ 단어를 마흔 한 번이나 언급했다.

1986년 재경가구로 출발해 올해 36주년을 맞은 자코모는 국내 1위 소파 기업이다. 설립 당시엔 유명 가구업체에 소파를 납품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사업을 하다가 2005년 자체 브랜드 ‘자코모’를 론칭했다. 코로나 특수가 사라진 올해에도 매출은 지난해와 같은 1800억원을 달성했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소파를 비롯한 가구업계 매출이 역성장한 점을 감안하면 선전한 수치다.

오로지 사업가가 꿈이었던 박 대표는 여상을 졸업하고 서울 중구 무교동의 한 무역회사에 취직했다. 사업 자금을 모으기 위해 1979년 올린 결혼식도 회사에는 비밀로 붙였다. 모질고 끈덕지게 버티며 모은 돈으로 박 대표가 산 것은 다름 아닌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야산에 위치한 380평 규모의 돼지 축사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소파 수요가 크게 늘겠다 싶었어요. 축사를 개조해 소파 생산 공장으로 만들었죠. 이날을 대비해 남편은 소파 회사에서 일을 배우도록 했어요.”

박 대표의 판단은 정확했다. 그는 2년 만에 한 해에만 1만3000세트 소파를 제작, 유명 가구업체들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매출은 수직 상승했다.

부침도 있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가 닥치면서 박 대표는 생산 공장을 노동력이 값싼 중국으로 이전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때 그는 한 가지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품질을 버리면 망한다’는 불변의 원칙이었다. 박 대표는 “사후관리(AS) 비용이 제조원가 절감 비용보다 더 들었을 정도로 제품 품질이 엉망이었다”며 “3년간 손해만 보고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했다”고 했다.

이는 박 대표가 자체 브랜드를 개발한 배경이 됐다. 그는 2000년 이탈리아 밀라노에 국내 가구업체 최초로 디자인연구소를 세웠다. 현지에서 향긋한 소나무 냄새가 나는 고급 본드, 200㎏ 무게에도 꺼지지 않는 이탈리아 최고급 밴드(소파 내장재)를 수입했다. 시중 자재에 비해 가격이 3배 이상 비쌌지만, 망설임은 없었다. 박 대표는 “좋은 원자재를 쓰는 대신 중간 마진을 없애기 위해 대리점을 내지 않고 직영점만 운영했다”고 말했다.

‘최고의 자재로 만들어 합리적인 가격으로 팔자.’ 박 대표의 확고한 사업 신념은 17년간 자코모가 시장 장악력을 꾸준히 키우는 원동력이 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CJ온스타일과 손잡고 온·오프라인을 연동한 ‘옴니채널’ 판매 전략까지 맞아떨어지면서 하루 판매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3월 자코모는 CJ온스타일의 콘텐츠 커머스 ‘브티나는 생활’ 첫 판매 방송에서 역대 일일 최고 매출인 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그동안 진행된 CJ온스타일 모바일 라이브 방송 중 최고 주문금액이기도 하다. 7월에는 CJ온스타일과 첫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제작, 3개월 만에 주문금액 3억원을 넘겼다. 10월에는 자코모 쇼룸에서 TV홈쇼핑, 모바일 라이브 방송을 연계한 온·오프라인 페스타를 열었는데, 월 최고 주문금액인 22억원을 달성했다. TV라이브·T커머스·모바일 라이브를 모두 잇는 콘텐츠 중심의 새로운 판매 전략이 매출 신장에 한 몫한 것이다.

박 대표는 “20여 년 전 첫 협업을 한 CJ온스타일과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온라인 채널을 통한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35% 이상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인연을 중시하는 박 대표가 찾은 ‘100년 기업’의 열쇠는 사람이었다. 그가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자코모 소파 아카데미를 지난해 4월 첫 개설한 이유다. 목공, 재단, 재봉, 조립 등 소파 생산 분야에서 전문 교육 이수가 가능하다. 교육 수강을 위한 성별·연령 제한도 없다. 박 대표는 “목표는 분명하다”며 “자코모가 고객에게 계속해서 바른 브랜드로 신뢰받는 것, 이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양주=이정아 기자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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