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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유산, 데면데면한 가족 주느니" 기부신탁 찾는 부자들 [서정은 기자의 나·알·아]
“법정상속 벗어나 사회적 의미 찾겠다”
10년 이월공제도 받도록 구현 가능
아파트, 상가부터 채권 등 금융상품까지
1인가구 늘고, 개인주의 문화 확산
해외는 이미 활성화, 똘똘한 기부 는다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 모친과 살고 있는 50대 A씨는 급작스러운 중병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자신이 죽고 나면 생전 자신과 사이가 나빴던 오빠가 재산을 챙길까봐 노심초사한 상태다. A씨는 은행을 방문해 모친에게 아파트와 생활비를, 나머지는 평소 정기적으로 후원을 해왔던 단체를 사후수익자로 지정했다.

# 아파트와 상가를 가지고 있는 B씨의 두 자녀는 모두 해외에서 거주하고 있다. 자녀들 모두 한국에 들어올 일이 없는데다, 배우자도 먼저 사망해 자산 처분 방법을 고민해왔다. B씨는 두개의 부동산을 신탁을 맡겨 자신이 사망할때까지 현재 아파트에서 지속적으로 거주하되, 사후에는 아파트와 상가를 모교에 기부하기로 했다.

사람들이 보유한 자산이 다양해지고, 기부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신탁을 활용해 사회적 온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과거에는 보유 자산을 몽땅 현금화해 기부처에 한번에 주는 방식이 많았다면, 지금은 기부자산도 부동산부터 펀드, 채권까지 한층 다양해진 상태다. 사후에 기부단체를 세세하게 정하는건 물론 공제 혜택까지 챙기는 ‘똘똘한 기부’도 늘었다.

은행, 증권사들은 최근 1~2년 사이 기부신탁 상품을 내놓고 활성화에 뛰어들었다. 하나은행의 경우 일찌감치 기부신탁을 출시해 계약 건수를 쌓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또한 지난해 기부신탁 라인업을 선보였다. 신영증권은 얼마 전 한국심장재단과 계획기부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기부신탁은 보유중인 금전, 부동산, 금전채권, 유가증권을 신탁해 생전에는 기부자의 노후를 안전하게 관리하다 향후 유고시 위탁자가 원하는 대로 기부하는 유언대용신탁을 말한다. 통상 영업점, 홈페이지, 콜센터, 앱 등으로 상담예약 신청이 가능하고 비대면 상담 후 대면 상담 필요시 가까운 영업점에서 계약 체결을 하면 되니 절차도 단순하다.

기부신탁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건 단연 재산을 원하는 방식대로, 원하는 시점에 처분할 수 있어서다. 특히 1인 가구 비중이 늘고 개인주의 문화가 확산되면서 과거처럼 가족, 친척 대신에 사회에 환원하려는 독지가들도 늘어나고 있다. 1인가구의 경우 직계 존비속이 없다면 상속 순위가 교류가 없던 형제나 조카에게 넘어가는 경우가 있어서다. 법적 상속순위를 보면 1순위는 피상속인의 직계 비속, 2순위는 직계 존속, 3순위는 형제자매, 4순위는 4촌 이내 방계 혈족이다.

또 직접 가지고 있던 재산을 일일이 처분하기 번거로우만큼 이를 금융사에 신탁해 이 노력을 줄일 수도 있다. 기부재산이 부동산인 경우 신탁 가입자가 그대로 거주하거나 임대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신탁 가입 이후에도 거주 문제와 생활비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고령화 및 1인 가구 증가로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거주하면서 사후에 그 집을 기부하고자 하는 분들이 늘고 있다”며 “선진국에서는 이미 많은 고민들을 신탁과 유언을 통해 미리 설계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점차 상속과 유언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 점차 의미있는 기부 설계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은 물론 금융자산을 기부하는 경우도 있다. 하나은행에는 실제 10년물 ‘알채권’을 매입해 원금과 이자를 몽땅 기부하도록 해달라는 요청이 있기도 했다. 펀드 계좌를 기부하는 고객도 있다. 예컨데 특정 단체에 1억원을 현금으로 기부한다면, 보통 정기예·적금으로 굴리는게 보편적인데 펀드 자체를 기부해 수익률이 좋을 때 차익 실현해 기부 금액 자체를 키우기 위한 차원이다. 이 때문에 금융사들은 고객 상담시 전문가 그룹을 통해 기부·상속 종합 컨설팅을 지원해준다.

특히 기부금 세액공제혜택을 10년 동안 이월할 수 있도록 신탁으로 구현도 가능하다. 기부금 세액공제는 기본적으로는 15%가 적용되지만, 1000만 원을 초과하는 고액기부금의 경우에는 기부금의 30%를 세액공제 한다. 기부단체 입장에서도 출연받은 날 부터 3년내 공익목적사업에 사용하지 않으면 증여세를 추징당할 수 있는데, 신탁을 통해 수년에 걸쳐 지급토록 할 경우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신탁을 활용하더라도 별도 신청을 거치면 법정기부금, 지정기부금은 10년동안 이월해 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자산증식 목적 외에 신탁을 통해 공익적,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고객들도 늘어나는 중”이라고 말했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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