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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제인의 현장에서] 재벌집 ‘시간여행’은 없지만 기회는 있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윤현우는 두 번째 기회를 얻은 남자다. 윤현우는 재벌총수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다 쓰임이 다하자 살해당한다. 그리고 그 집안의 막내아들로 환생해 복수 혹은 새 삶의 기회를 얻는다.

이 드라마 외에도 시간을 거슬러 새로운 기회를 얻는 이야기는 차고 넘친다. 사람들은 ‘새로운 기회’를 좋아한다. 아마 현실에선 모든 걸 되돌린 채 다시 시작할 기회가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잘못된 선택과 그 후유증, 이에 따른 후회가 시간여행 이야기를 만들고 좋아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현실에선 다른 사람의 조언 혹은 경험을 통해 얻은 배움만이 있을 뿐이다.

“해외주식 투자는 제한된 정보, 복잡한 거래 과정 등으로 국내주식과는 상이한 위험요인을 내재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됨.” 지난 8월 금융감독원에서 배포한 보도자료 일부다. 금감원은 개인투자자 거래가 고배율 레버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 고위험 상품에 집중되자 투자자 유의사항을 설명했다.

그러나 서학개미의 고위험 투자 집중은 더 늘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순매수 상위 5종목 중 4개가 고배율 ETF상품이다. 나스닥100지수의 일일 상승률을 3배 추종하는 PROSHARES ULTRAPRO QQQ ETF(TQQQ)는 테슬라를 제치고 순매수 1위 종목 자리에 올랐다.

금감원이 꼽았던 투자자 유의사항은 대체로 맞아떨어지고 있다. 레버리지상품의 높은 변동성에 가격등락폭 제한이 없는 미국 증시의 특징, 변동성이 클 경우 수익률이 낮아지는 복리 효과까지 더해졌다. 순매수 1위인 TQQQ는 하반기 들어 27.9% 하락했다. 그 외 순매수 상위 종목도 각각 15.8%, 46.0%, 35.7% 떨어졌다. 1440원대로 치솟았던 환율이 1200원대로 내려오면서 실제 손실은 더욱 불어났다.

투자자들의 선택이 더욱이 아쉬운 점은 코스피가 고꾸라지는 것을 경험했음에도 고위험 투자를 지속했다는 점이다. 삼천피를 꿈꾸던 코스피가 상반기부터 크게 하락했다. 늘어난 유동성에 따른 급등장은 영원하지 못하다는 걸 목격했다. 금감원의 조언과 경험에 따른 배움에도 투자자는 또 한 번 고위험상품에 베팅했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새해가 오고 있다. ‘내년에는 꼭’으로 시작하는 새해계획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는 연말, 새로운 투자 전략을 계획에 추가해보는 것은 어떨까. 최고의 수익률은 아니겠지만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와 안정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투자 전략 말이다. 올해는 타인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지 못했더라도 새해에는 내 경험과 배움에 귀를 기울여보자.

물론 환생이나 시간여행처럼 그간의 손실을 깨끗이 지울 순 없다. 그러나 새해는 시작되고, 원한다면 변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아무렴 진도진으로의 환생도 사실은 ‘꿈’이었다고 한다. 완전한 ‘새로운 시작’이란 어디에도 없다.

ey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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