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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우의 현장에서] 저신용자도 ‘여론’이다

“최고금리를 올리자고 하는 정치인이 아무도 없다.”

최근 법정최고금리 개선방안 질문에 대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답이다. 금리인상기, 연 20%로 제한된 법정최고금리에 따라 저신용자의 대출길이 막히고 있다. 제도권 금융 최후의 보루인 대부업체마저 조달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신규 대출을 조인 탓이다. 부작용이 가시화되자 금융당국도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결과는 불투명하다. 권한을 가진 정치권의 움직임이 현실과 역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말마따나 정치권의 법정최고금리 인상 논의는 진척이 없다. 되레 최고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만 계속된다. 법정최고금리가 기존 24%에서 20%로 인하된 지난해 7월 이후 최고금리를 12~15%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은 총 5건이 발의됐다. 인상 관련법안은 0개다. 개선책을 논의하겠다는 금융당국의 발표에도 “기대하지 않는다”는 관련 업권의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최고금리를 인상한다는 메시지는 최근 금리상승으로 고통받는 국민에게는 그리 반가운 뉴스가 아니다. 당장 법정최고금리 인하 부작용을 담은 기사의 댓글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대부업체에 돈 받고 쓴 기사냐”는 비난이 줄을 잇는다. 국민여론에 민감한 정치권의 경우 다수의 비판에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들이 고려하는 국민여론에 ‘저신용자’들이 배제돼 있다는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과 법정최고금리의 벽이 충돌하며, 저신용자들이 대출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연구결과는 수두룩하다. 지난해 7월 이후 제도권 금융 밖으로 밀려난 저신용자가 40만명이 넘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는 “대부업체에서도 운영자금 대출을 거절당했다. 믿을 만한 불법 사금융업자를 추천해 달라”는 모순적인 고민까지 올라온다.

업계의 상황도 별반 다를 바 없다. 대부업권에서는 자금 조달 여력이 한계에 몰려 신용대출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2금융권에서 법정최고금리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에 달하는 고금리 대출을 시행하는 대부업을 향한 시선은 마냥 곱지 않다. 그러나 금융생태계에서 이들이 가진 ‘저신용자 신용 공급’ 역할은 분명하다.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면 그 누구도 대부업을 찾지 않을 것이다. 대부업이 제도권 내로 들어온 까닭도 이와 같다.

이제는 대출절벽으로 내몰린 ‘저신용자’들에 주목할 때다. 무엇보다 정치권이 발 벗고 나설 때다. 근거와 명분은 이미 충분하다. 여론이 우려된다면 이를 기반한 설득과 타협의 과정을 거치면 될 일이다. 최근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꼽았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법정최고금리 인하의 부작용이 저신용자의 고통으로 나타나고 있다. 무엇이 두려워 고치지 않는가. 이제는 정치권의 선택만이 남았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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