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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대 금융지주 수장 과반이 ‘고졸 출신’…미래 세대도 가능할까
진옥동 은행장, 신한금융그룹 회장으로 내정
5대 금융그룹 회장 중 과반(3명)이 ‘고졸 출신’
점점 줄어드는 금융권 고졸 채용 문화에
미래 세대 ‘고졸 신화’는 불투명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은행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각 사 제공]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최근 상업고등학교를 나와 은행에 발을 들인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신한금융그룹의 수장으로 내정되며 금융권 내 ‘고졸 신화’가 재조명되고 있다. 그러나 미래 세대에도 고졸 신화가 계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날이 갈수록 은행권의 고졸 채용 문화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주름잡은 ‘고졸 신화’…5대 금융그룹 CEO 3명이 ‘상고’ 출신

지난 8일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조용병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회장 후보로 진 행장을 단독 추천했다. 진 행장은 덕수상고를 졸업해 1980년 고졸 은행원으로 입사한 뒤, 은행장까지 오른 ‘고졸 신화’의 대표격 중 하나다.

금융권에서의 고졸 신화는 드문 일이 아니다. 현재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수장 중 3명이 상고 출신 인사다. 8년째 KB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는 윤종규 회장은 광주상고를 졸업한 뒤 고졸 은행원으로 외환은행에 입행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또한 강경상고를 나와 서울은행에 입행한 뒤 회장 자리까지 오른 상징적인 인물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전에도 고졸 신화는 존재했다. 세차례 연임을 했던 라응찬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 또한 선린상고를 나와 고졸 행원으로 입사한 금융권 수장이었다.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등도 ‘고졸 신화’의 사례로 꼽힌다. 최근에는 첫 여성 은행장으로 선임된 SH수협은행의 강신숙 행장이 전주여상을 졸업한 고졸 출신 인사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9일 경북 포항시 남구 지곡동 포항제철고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확인하고 있다.[연합]

은행들은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상고 출신 은행원들을 대거 채용했다. 대학 진학률이 높지 않았던 당시 시대상에 따라 은행권 취업이 보장된 덕수상고·선린상고·경기상고 등 명문 상고의 인기도 높았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외환 위기 이후 고졸 채용 문화가 달라졌다. 금융권에서는 외환위기를 전후해 고졸 채용을 사실상 폐지하고 대학 졸업자 중심으로 직원을 채용했다.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고, 대졸 지원자들이 취업 시장에 대거 몰린 영향이다.

금융권 ‘고졸 채용’ 변천사 거쳤지만…“결국 고졸 직원 설 자리 줄어들 것”

금융권이 다시금 고졸 채용의 문을 연 것은 ‘고졸 채용’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다. 이명박 정부는 당시 특성화고 정책 등 ‘고졸 인력 육성’을 강조하며 금융권을 비롯한 전 산업권에 고졸 채용을 장려했다. 이에 국책은행을 비롯해 주요 시중은행들 또한 고졸 채용의 문을 열었다.

수능 성적 발표일인 9일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성적표를 보고 있다.[연합]

이 또한 잠깐이었다. 정권이 바뀌자 고졸 채용은 다시 감소하기 시작했다. 고졸 채용이 이어진 2014년 339명의 고졸 정규직을 채용했던 4대 시중은행의 채용 규모는 점차 줄어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7년에는 129명으로 감소했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과 KDB산업은행 또한 2012년에 200명 이상 고졸 채용을 실시했지만 2017년에는 60명대로 줄였다.

이후에도 고졸 채용 바람은 불지 않았다. 은행들이 속속 학력과 성별 등을 고려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 제도를 도입하고, 수시 채용을 실시하며 별도의 고졸 채용을 진행하지 않은 탓이다. 현재 4대 시중은행 중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 ‘특성화고’ 부문을 통해 고졸 직원을 뽑고 있지만, 나머지의 경우 별도의 정규직 고졸 채용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도 은행권 고졸 채용의 문이 줄어드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경상권에 위치한 A상고의 경우 은행권 취업자 수가 2019년에 6명, 2020년에 4명, 2021년에 2명으로 줄어들었다. A상고 관계자는 “갈수록 은행권 문턱이 높아지며 은행권 진입을 목표로 하던 학생들도 공기업으로 방향을 트는 경우다 많다”며 “일반 은행들에서 고졸 출신을 뽑더라도 계약직 위주의 채용이 많아 정규직 진입이 힘들다”고 덧붙였다.

서울 한 시중은행의 창구 풍경.[연합]

은행권의 직원 규모가 점차 줄어드는 요인도 한 몫을 차지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국내 시중은행의 정규직원 수는 약 5만7000명으로 2년 전인 2020년 3분기 말(6만3000명) 대비 약 6000명 가량 줄었다. 은행권의 점포 수가 감소하는 경향도 은행권 고졸 취업난을 부추겼다. 상고 출신 고졸 행원들의 경우 은행 창구직을 맡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졸 채용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단 1명의 정규직 고졸 채용만을 실시했던 기업은행은 지난해 다시금 31명의 고졸 행원을 채용했다. 지난해까지 별도의 고졸 전형을 시행하지 않았던 우리은행은 올해 하반기부터 고졸 인재 채용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지금과 같은 ‘고졸 신화’가 계속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은행 인원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고졸 채용만을 별도로 확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날이 갈수록 대졸자 행원의 비율이 높아지는 등 고졸 직원의 설 자리가 줄어든 만큼 미래 세대의 분위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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