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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매물 저가 경쟁에 ‘을’된 강남 집주인
강남까지 덮친 역전세난
‘개포자이프레지던스’ 하락 부채질
3년 전 ‘디에이치아너힐즈’와 딴판
집주인 “차라리 내가 들어가”
중개사 “내년 역전세난 더 심할 것”
서울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왼쪽)와 ‘개포디에이치아너힐즈’단지. 신혜원 기자

고금리발(發) 부동산시장 침체에 전셋값이 지속 하락하면서 ‘역전세난’ 현상이 서울 강남권까지 덮쳤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치솟는 전셋값으로 전세난을 우려했던 것과 딴판이다.

특히 내년 3월 ‘개포자이프레지던스’(3375가구) 입주가 임박하면서 강남권의 전셋값 하락폭이 더 가팔라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 찾은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전세 매물을 놓고 저가 경쟁 중”이라고 했다. 입주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문의는 이어지고 있지만 거래가 성사하지 않는 분위기다.

개포동 일대 부동산 10여곳 중 서너 곳은 손님이 찾아와 문의를 하고 있었고, 전화로 상담 중인 중개업소도 몇 곳 있었다.

이들 업소 관계자는 가격이 저렴한 매물은 계약이 이뤄지는 가운데 대체로 전셋값이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관망세라고 전했다. 개포자이프레지던스 바로 옆에 있는 ‘개포디에이치아너힐즈’가 2019년 입주 당시 전셋값이 순식간에 1억~2억원이 오르던 건 ‘옛 일’이라는 반응이다.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A씨는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면적 79㎡가 7억5000만원에서 8억원, 112㎡가 10억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개포디에이치아너힐즈가 입주시기에 112㎡가 18억~20억원까지 나갔던 걸 생각하면 많이 하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 8%에 육박하는 전세대출금리 탓에 이자 부담이 커져 전세 수요가 줄어드는 전국적인 추세에 입주물량까지 쏟아지면서 가격 하락에 부채질을 하는 양상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첫째 주 기준 강남구 아파트 전셋값은 1.05% 하락해 전주(-0.98%)보다 낙폭이 커졌다.

늘어나는 월세 수요도 전셋값 하락에 한몫했다. 개포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개포자이프레지던스 매물을 보면 애초 월세로 돌려 내놓는 분들이 많다”며 “월세가 많이 오르고 있고 찾는 사람도 늘어 집주인이 월세를 좋아하는 편”이라고 했다.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입주장에 인근 단지의 전셋값도 하락세다. C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개포디에이치아너힐즈는 전용 면적 112㎡가 19억 하던 게 12억원까지 내려왔다”고 전했다. D공인 대표도 “신축 아파트는 기본 2억원 이상 떨어졌고 30년 된 아파트는 더 떨어졌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이런 하락세에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소유주 중 전·월세를 염두에 두고 있다가 입주로 방향을 튼 사례도 있다. E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자금이 급하지 않은 집주인은 너무 저렴한 전세나 월세엔 고개를 젓는다. ‘차라리 내가 들어가지’ 하는 분들”이라며 “잔금대출을 받아 어떻게 해서라도 입주를 맞춰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D공인 대표는 “재건축조합원 중에선 너무 가격이 낮아지니 전세로 내놨다가 역으로 입주하겠다고 하시는 분도 있고, 대출받아서 본인이 들어오시려고 하던 분은 금리가 높으니 세를 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개포동 일대 부동산은 ‘내년은 역전세난이 더 심할 것’이라고 했다. 개포자이프레지던스는 내년 1월 7~9일 사전 점검을 앞두고 있는데 이 기간 이후 전세 매물은 더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E공인 대표는 “사전 점검을 해보고 집 구조 등이 마음에 안 들면 다른 매물을 찾거나 가격을 더 내려 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우리도 두렵다”고 했다.

D공인 대표도 “사전 점검 이후 나올 물량도 많을 것”이라며 “개포자이프레지던스가 3000가구가 넘는데 그중 절반은 전·월세로 나올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F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부동산시장이 IMF 사태 때 수준”이라며 “기존에 전세로 내놨던 집주인들은 만기가 돌아오는 걸 두려워하고 있다. 2년 전 전셋값 상승기에 10억원에 계약한 집주인은 현재 시세가 8억원이라 2억원가량을 오히려 세입자에게 월세처럼 지급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집주인이 ‘을’이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혜원 기자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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