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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옆집은 고정으로 대출받았다는데?”…주담대 하락에 '변동' '고정' 놓고 갈팡질팡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하락세 지속
금융채 금리안정·금융당국 입김 작용해
금리인상 속도조절 신호도 지속
‘고정 택했다가 손해볼까’
예비 주담대 차주들 고민에
전문가들 “상승여력 여전” 조언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 내 집 마련에 성공해 입주를 코앞에 둔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대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A씨는 애초 금리 5.1%의 5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로 4억원의 잔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금리상승세가 주춤한다는 소식에 5.48%의 6개월 주기 변동금리를 적용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고민이 생겼다. A씨는 “내년 중 금리가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리는 마당에 5%가 넘는 금리가 장기적으로 이득이 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잇단 금리상승에 따라 고정금리로 쏠렸던 예비 주담대 차주들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꾸준히 치솟았던 은행권 주담대 금리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금리인상 속도조절이 본격화됨에 따라 변동금리 혜택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의 대출금리 하락세로 금리 추세를 전망하기는 어렵다고 조언했다.

주담대 금리 최대 0.35%P 하락…당국 압박, 금융채 안정 등 영향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5.64~7.654%로, 상단이 7.8%에 진입한 지난달 말에 비해 0.15%포인트가량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날 기준 주담대 고정금리는 4.9~6.694%로, 상단이 7.3%를 넘은 지난달 말에 비해 약 0.35%포인트 줄어 6%대로 내려갔다.

꾸준한 기준금리 인상에도 대출금리가 하락 전환한 것은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금리가 떨어진 영향이 크다. 채권시장 경색으로 급등했던 금융채 금리는 금융당국의 시장안정대책들이 시행된 이후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 금리(AAA, 5년물)는 전날 기준 4.678%로, 지난 10월 기록한 연고점(5.467%)에 비해 약 0.8%포인트 하락했다.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인상 압박도 은행권 금리에 하방 압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달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사의 대출금리 상승 추이를 주 단위로 살피겠다고 밝혔다. 대출금리 상승 추이를 관리해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계부채의 부작용을 막겠다는 취지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상승이 계속되는 와중에 대출금리를 내릴 경우 되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지만 당국의 조치를 거스르기는 어렵다는 게 현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공식적인 대출금리 인하 움직임도 시작됐다. 지난 9일 우리은행은 내년 4월까지 전세자금 대출금리를 최대 0.85%포인트 인하했다. 우리은행은 “고객들의 이자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모니터링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정했다 손해볼까’ 우려에도…전문가들 “금리인상 가능성 농후해”

무엇보다 이러한 금리인하 움직임은 예비 주담대 차주들에게 고민거리를 안겼다. 비교적 고정기간이 긴 주담대 특성상 고금리 상황에 고정금리를 택했다가 향후 금리인하에 따른 손해를 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고정금리의 위험 부담은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정점에 다다랐다는 관측과 함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부터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졌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에 따라 내년 상반기 중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나고,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내년 1분기 다시금 기준금리가 인상된다 하더라도 인상폭만큼 대출금리가 오르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지난달 24일 한은은 0.2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했지만 시중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따라 올리지 않았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쉽사리 판단할 수는 없지만 현재 금융당국의 기조 등을 봤을 때는 기준금리가 인상된다고 해도 인상폭을 그대로 반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리인상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현재로서는 고정금리를 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고정금리의 금리 수준이 변동금리보다 낮게 형성된 요인이 큰 장점이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 상단은 6.694%로, 변동금리 상단(7.654%)에 비해 0.6%포인트가량 낮다.

통상 리스크 방지비용이 포함된 고정금리는 변동금리를 웃돈다. 그러나 최근 수신금리 경쟁에 따른 자금조달비용지수(코픽스·COFIX) 상승 등의 영향으로 변동금리는 크게 상승했다. 또 은행들은 부실을 우려한 금융당국의 고정금리 대출 독려 등의 영향으로 고정금리 수준을 낮춰 제시하고 있다.

전문가들 또한 최근의 대출금리 하락세만으로 미래를 섣불리 판단하기는 힘들다고 조언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의 금리하락세는 정부의 지침과 채권시장 안정 등의 요인으로 대출시장이 소강상태에 진입한 것”이라며 “아직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끝나지 않았고, 내년 1월 다시금 국내 기준금리가 상승한다면 대출금리에도 상승폭이 반영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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