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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역량 중심으로 고용정책 재설계하자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학교에서 배운 전공지식만으로는 취업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기존 세대도 기존 직업에서 변화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구인공고에는 자고 나면 새로운 기술용어가 쏟아진다. 최근 유행하는 메타버스, 블록체인, NFT 등의 용어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 구인공고에선 구경하기 어려웠다. 인턴이나 프로젝트 경력이 없는 청년들이 대규모 공채로 입사하는 것은 이제 옛날이야기가 돼가고 있다. 많은 스타트업과 IT기업을 중심으로 개인별 연봉 협상이 확산되고, 평생직장 보다는 이직을 통해 연봉을 올려가는 영미식 방식이 연공형 직업세계를 소리 없이 흔들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도 복수전공, 융합전공 등의 이름으로 IT관련 교과목에 수강신청이 쇄도하고, 폴리텍대나 직업훈련기관이 운영하는 디지털 관련 훈련과정은 명망 있는 4년제 대학 졸업생들로 붐빈다.

그럼에도 기업에서는 제대로 역량을 갖춘 디지털 인재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고, 중소기업은 성실성, 협동심, 의사소통, 기초영어 등 기본 역량을 갖춘 인재조차 뽑을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학교나 노동계는 기업이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자기 인재는 기업 스스로 키워야 한다고 불평이다. 대학에 자율성을 주는 교육개혁이나 연공급을 대체하는 직무급 노동개혁은 공감대가 부족하다. 청년인구는 급감하는데 생산성 혁신은 난망이고, 개혁이 성공해도 시장에 성과가 나타나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다.

단기간 내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내면서도 사회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이에 30조원에 달하는 정부 고용정책 프로그램을 디지털 대전환기의 모든 청년, 구직자, 재직자의 역량을 키우는 방식으로 재설계하고 혁신할 것을 제안한다. ‘고용 서비스’는 단순 취업알선을 넘어 구직자가 스스로 자기 역량을 발견하고 부족한 역량을 채워갈 수 있도록 그 기능을 대전환해야 한다. 최근 정부가 시범 추진하는 구직자도약보장 패키지와 잡케어 서비스는 그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데 성공을 위한 범정부적 지원이 절실하다. 그 시발점으로 청년구직자를 대상으로 고용센터와 대학일자리센터에서 ‘내 역량이력서 미리 작성하기’와 구인 기업을 대상으로 ‘역량 기반 구인공고 작성하기’ 캠페인을 벌여 보길 제안한다. ‘직업교육훈련’은 프로그램 설계, 강의 및 프로젝트, 수료생 평가 등에서 교육훈련기관 대신 산업계가 주도하도록 거버넌스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 취업률이 높은 디지털훈련과정 등에는 정부의 규제를 철폐해 다양한 미래 인재를 길러낼 수 있도록 ‘규제프리 직업훈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대학 졸업 전 또는 군 제대 전에 희망하는 모든 비전공자에게 디지털 융합교육을 이수할 수 있게 지원하고 졸업학점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이나 신기술 도입으로 재교육이 필요한 재직자나 경력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지역 곳곳에 디지털 교육거점을 만들면 지역 대학에 새로운 교육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10만명에게 1000만원씩 지원하면 약 1조원이 소요되는데 산업계가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디지털융합인재양성위원회’를 설치해 범국가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대전환기의 고용정책을 역량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노동과 교육개혁이 이와 보조를 맞춰 갈 때다.

나영돈 한국고용정보원장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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