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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달 낼 돈이 없어요”...은행에서 사라지는 적금
‘역 머니무브’ 가속화 속 특이현상
9월이후 예금 느는데 적금 잔액 감소세
이자부담·생활비 지출증가 등 원인으로
가처분소득 감소로 적금 지속 감소 전망
물가·고금리로 가계의 여윳돈이 사라지고 있다. 이 영향으로 정기예금은 늘고 있는데 매달 꼬박꼬박 정해진 돈을 내야 하는 정기적금은 줄어드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민들이 서울의 한 시중은행이 내건 대출 광고 앞으로 지나고 있다. [연합]

#.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간호사 A씨는 최근 매달 30만원을 납입하던 시중은행의 적금을 깼다. 지난달 월세 계약을 갱신하며 주거비 지출이 월 10만원가량 늘었고, 고물가에 생활비 지출 규모도 커져서다. A씨는 “월세와 공과금 등 생활비 지출만 20만원은 더 늘어난 상황에서 줄일 수 있는 건 적금뿐이었다”고 말했다.

치솟는 금리 영향에 정기 예·적금으로의 ‘역(逆) 머니무브’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지난 9월 이후 시중은행에서 특기할 만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기예금 잔액은 상승곡선인데, 정기적금 잔액은 하락세로 반전한 것이다. 이자만 최고 12%가 넘는 적금을 사람들이 외면하고 있다는 얘기다. 고물가에다 고금리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이 겹치면서 가계에 여유자금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가처분소득 감소의 신호라고 진단했다.

▶예금은 늘었는데 적금만 줄었다=1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적금 잔액은 10월 말 기준 39조원으로 전월(39조3000억원)에 비해 약 3000억원 감소했다. 이달 15일 기준 잔액도 38조8000억원이다. 불과 2주 만에 약 2000억원이 빠져나갔다. 반면 같은 날 정기예금 잔액은 821조원으로 9월(760조원)과 10월(808억원)을 거치며 거듭 불어났다.‘역 머니무브’ 속에서 유독 정기적금 수요 감소세만 뚜렷한 셈이다.

일각에선 고금리로 시중 예금 이자가 5% 넘게 오른 점을 들어 적금의 금리 매력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한다. 하지만 은행들이 특판 정기적금 상품을 출시하는 등 적금 경쟁력 확보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점을 참작하면 마냥 금리 경쟁력 탓만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하나은행은 최고 연 11%의 금리를 제공하는 특판 적금을 최근 출시했다. 신한은행도 지난달 연 최고 12% 금리의 적금 상품을 내놨다. 우대금리 적용 조건이 까다롭다는 비판도 있지만, 최고금리 적용이 어렵지 않은 일반 정기적금 상품들도 5~7%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정기 적금 수요가 급격하게 떨어진 근본적인 이유론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고물가로 인한 생활비 지출 증가 등을 전문가들은 꼽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예금의 경우 자산시장 불황에 따른 투자처 이동으로 잔액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여유자금이 필요한 적금은 대출금리 상환 등의 지출 부담이 커지면서 줄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돈 줄 말라 허덕이는 가계...“가처분소득이 줄었다”=실제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지출 부담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산정지표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올해에만 두 배 이상 올라 지난 10월 기준 역대 최고치인 3.98%를 기록했다. 매달 월급의 절반 이상을 대출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다는 차주들의 사례도 적지 않다. 여기에 추가 기준금리 인상 전망도 나오면서 가계대출금리가 내년 중에는 10%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물가 부담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21로 전년 동기보다 약 5.7% 상승했다. 특히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이 23.1% 올라 2011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물가만큼 소득이 따라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가계의 지출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월평균 가계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한 반면, 가구당 소득은 3.0% 올라 지출 증가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가계의 여윳돈 감소에 따른 적금의 하락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경영학부)는 “고물가에 더해 은행 대출금리가 8% 육박할 정도로 오른 상황에서 가처분소득을 활용해야 하는 적금에 대한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금리인상 여파는 일정 기간을 두고 반영되기 때문에, 적금 수요는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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