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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어음 소진율 급증…대형 증권사도 유동성 ‘빨간불’ 켜지나
국내 증권사 4곳 발행어음 규모 확대
레고랜드發 유동성 확보 수단
고금리에 투자고객유치 기회도

[헤럴드경제=김상훈 기자] 대형증권사들이 한도 내에서 발행 가능한 발행어음의 비중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로 촉발된 단기자금시장 경색 국면에서 최대한 자금줄을 확보해 유동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16일 헤럴드경제가 발행어음 발행이 가능한 대형증권사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 9월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소진율은 80.51%로 나타났다.

발행어음은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된 증권사가 자체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금융상품이다. 국내에서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4개 증권사들만 자기자본의 200% 한도 안에서 발행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3분기 자기자본한도 총액은 14조8424억원이다. 같은기간 발행어음 잔고는 11조9501억원이다. 자기자본 한도 내의 발행어음 소진율이 80%가 넘었다는 것은 그만큼 여유 없이 최대한 발행어음을 찍어냈다는 의미다.

다음으로 KB증권의 한도 대비 발행어음 발행 비중이 56.13%로 높았다. KB증권의 발행어음 잔고는 6조7844억원이었다. 이밖에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각각 5조4000억원, 4조4232억원의 발행어음 잔고를 기록했다. 이들은 한도 대비 각각 36.92%, 20.12%의 소진율을 보였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 이후 단기자금시장의 자금 유동성이 급격히 경색되면서 증권업계 역시 전체적으로 유동성 위기가 제기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발행어음이라는 자금줄까지 최대한 동원해 이같은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도 이들 증권사의 한도 대비 차지하는 발행어음 비중은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고는 8조3719억원으로 소진율은 58.56%였다. KB증권은 41.15%, NH투자증권이 24.91%, 미래에셋증권은 각각 2.05%였다. 이 중 미래에셋증권은 발행어음 잔고 규모가 지난해 말 보다 10배 가까이 늘었다.

다만 한국투자증권은 발행규모가 늘어난 게 최근의 자금경색 위기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가장 먼저 발행어음 판매 인가를 받아서 다른 증권사와 비교했을 때 규모에서 차이가 나는 것일 뿐”이라며 “투자금을 갖고 오는데 그치지 않고 기타 자산에 다시 투자를 하며 운용하는 성격이라 자금조달 목적으로 판매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증권사 입장에서는 높은 금리의 발행어음을 앞세워 고객을 유치하면 다른 거래가 가능해지고 고금리 상품에 투자해 자체 수익을 낼 수도 있다. 최근 이들 증권사에서 발행한 1년 약정 발행어음 금리는 모두 5%를 웃돈다. 특판 상품 금리는 더 높다. KB증권은 연 6% 약정식 특판 발행어음을 출시하기도 했다.

awar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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