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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가계부채, 다가올 금융위기의 뇌관인가

최근 월급이 450만원인 개인이 6억원을 빌려 10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입했는데 아파트값이 거의 반 토막 났지만 월급 대부분을 대출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부동산 투자, 생활자금, 자영업 운영 등의 이유로 가계부채를 짊어지고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869조 원에 이르는데 사상 최대 규모다.

세계 경제의 역사는 ‘위기 발생→과도한 통화 발행→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긴축적 통화정책→ 경제위기’의 반복이었다. 이 같은 ‘통화의 완화와 긴축 사이클’은 과거 경제사에서 수없이 일어난 일이었다. 코로나19로 경제위기가 발생되면서 대부분의 나라는 완화적 통화 및 재정정책을 펼쳤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후 일어날 인플레이션과 긴축적 통화정책에 따른 금리 인상 및 환율 증가를 예상하고 준비해야 했으며 동시에 과도한 가계부채의 증가를 관리했어야 했다. 하지만 정부와 금융권은 가계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의 빚을 지도록 수수방관했고, 이제야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애쓰고 있다.

단기적인 해법은 연착륙이다. 하지만 공적 자금(세금)으로 연착륙시키겠다 해도 의도대로 될지 미지수다. 지금같이 부채가 과도해지고 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정부가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정책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있어 정부가 추가로 재원을 조달하려면 높은 금리로 돈을 빌리거나 세금을 더 걷어야 하는데 결국 공적 자금을 이용한 부채 연착륙 정책은 국채금리 인상과 연결된다. 미국이 국채를 높은 금리로 매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역수지가 6개월째 하락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국채를 발행하면 국채를 매우 높은 금리로 팔 수밖에 없어 국채금리가 폭등할 수 있다. 금리의 폭등은 자칫 가계부채라는 뇌관을 건드리게 될 것이다. 진퇴양난이다.

좀 더 근본적인 해법은 가계 재정의 건전성을 키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가계 재무건전성 종합지표를 개발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금융기관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금융업종별로 다양한 인자를 고려한 재무건전성 규제를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은행은 바젤 III, 보험회사는 신지급여력제도(K-ICS), 증권회사는 순자본비율(NCR)이 있다. 정부가 금융회사들에 이 같은 규제를 준수하도록 하는 이유는 경제의 급격한 변화에도 금융회사들이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도 자산, 수입, 신용 등을 고려해 각 개인의 적정한 수준의 부채 수준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금융회사와 같이 복잡한 기준을 사용하지 않아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RS),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과 같이 이미 존재하는 기준들과 더불어 가계의 재무건전성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해 개인의 재무건전성을 안정적인 수준에서 유지하도록 할 수 있다. 적절한 수준의 부채는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가계부채의 연착륙 방법을 고려하면서 동시에 가계 재무건전성 제도의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

김창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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