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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출에 퇴직금까지 당겼는데…갚을 이자만 보면 '절망' [오르는 금리, 무너진 투심]
올해 1~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2006년 실거래가 조사 이래 최저를 기록하고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주 19주 연속 하락하는 등 부동산시장이 냉각되는 가운데 13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가 비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성연진·서정은 기자] # “2년 실거주 후 매매하는 투자 목적이었는데 금리는 오르고 집값은 떨어져서 팔지도 못해요.”

서울에 사는 J(43)씨는 지난해 봄 쌍문동에 있는 신축 아파트를 6억원에 분양받아 입주했다. 당시 금리는 3.7% 안팎. 정부가 부동산 대출 규제를 손대던 때라 변동금리도 감지덕지하며 3억원을 30년 분할 상환으로 대출받았다. 집값에 보태기 위해 대출뿐 아니라 15년 근속으로 쌓인 퇴직금 1억원까지 더했다. 그런데 금리는 급등하고 집값은 분양가 부근까지 떨어졌다. 매월 갚아나가는 원리금만 200만원, J씨는 1년 만에 달라진 상황이 원망스럽다.

# “주가가 이렇게까지 떨어질 줄이야.”

직장인 K(30)씨는 핀테크기업에 다니는 친구가 지난해 상장을 앞두고 스톡옵션을 받자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다. 상장 후 ‘떡상’하자 친구가 얼마나 벌었을지 바로 계산을 시작했다. 스톡옵션 자금으로 2억원을 대출받아 넣었는데 ‘무조건 오를 주식’이니 부모님 등 가족 자금까지 싹 모아 투자했다는 말을 듣고 자신의 월급명세서를 보니 표정관리가 되지 않았다. 친구의 대박 꿈은 주가 급락과 함께 고꾸라졌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 금리가 천장이 어디인지 도통 가늠할 수 없어지면서 부동산, 주식, 코인 등 그간 유동성에 힘입어 거침없이 오르던 자산시장이 고꾸라지고 있다. 특히 온갖 대책으로도 안 잡히던 집값은 금리인상기를 맞아 단박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킹달러와 고금리는 레버리지의 시대를 끝내고 투자빙하기로 몰아넣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통화 긴축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투자는 당분간 지갑에 고이 집어넣어야 할 판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2일 석 달 만에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사실상 자산시장의 가격 하락을 경고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가격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해외 위험자산에 투자해 환율이 올라갈 경우 이익을 보자고 생각하지만 환율이 정상화될 것을 고려하면 상투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쏟아냈다.

그는 또 “빚을 낸 많은 국민이 고통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거시(경제) 전체로 봐서는 (금리인상이)안정에 기여하는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물가상승이 지속되는 한, 이를 잡는 게 우선”이라고도 했다.

올해 1~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2006년 실거래가 조사 이래 최저를 기록하고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주 19주 연속 하락하는 등 부동산시장이 냉각되는 가운데 13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물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

실제 금리가 오르자 수요자들의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자산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KB국민은행 리브온의 주택구매력지수(HAI)를 살펴보면, 전국의 아파트와 단독·연립주택을 포함한 HAI는 기준금리가 0.50%였던 지난해 7월 103.4에서 올 6월 88.4로 떨어졌다.

이 지수는 우리나라에서 중간 정도의 소득을 가진 가구가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아 중간가격 정도의 주택을 구입한다고 할 때 현재의 소득으로 대출원리금 상환에 필요한 금액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즉 HAI가 100 아래로 낮아질수록 주택구매력 역시 약화된다고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고가 주택이 많은 서울은 같은 기간 51.2에서 44.1로 떨어졌고, 특히 한강 이남 11개구 아파트로 좁히면 35.2에서 30.7로 미끄러졌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 등 위험자산으로의 투자 자체를 경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전한다. 최재현 NH농협은행 WM전문위원은 “미국이 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고, 한은 또한 이 같은 스탠스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게다가 시장은 변동성이 커지고 투자심리가 위축돼 섣불리 투자에 나서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고, 오히려 예적금이 연 4~5%의 안정적 수익을 내줄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yjsung@heraldcorp.com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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