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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대까지 번진 ‘코인 대박 꿈’…잃는 투자 시작됐다 [오르는 금리, 무너진 투심]
목적없는 투자, 손실나도 ‘물타기’ 베팅
올해 시총·거래량 반토막
금리인상으로 외면 이어질 듯

[헤럴드경제=서정은·김광우 기자] #고등학생 A군은 지난해 말 부모님에게서 1000만원을 빌려 가상자산 투자를 시작했다. 같은 반 친구의 ‘코인 대박’ 사례를 보고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후 A군은 몇 달간 이어진 가상자산 시장 침체에 자산 절반을 잃었다. 하지만 투자를 멈출 계획은 없다. A군은 “애초 목적이 없었던 돈이기도 하니 더 많은 돈을 ‘물타기’해 성공을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 취업준비생 B씨의 사정은 더 혹독하다. 그는 지난해 부모님의 노후 자금 5000만원을 모두 코인에 투자했다. 그러나 ‘호강시켜 드리겠다’ 다짐했던 B씨의 꿈은 반토막이 났다. 올해 초 B씨는 신용대출 2000만원을 받아 재역전을 노렸지만 결국 7000만원 전부를 잃었다. B씨는 취업준비는 고사하고,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할 처지가 됐다.

‘벼락거지’가 두려워 투자에 뛰어든 이들이 되려 ‘벼락거지’가 된 사례가 늘고 있다. 10대들에까지 확산됐던 코인 투자의 희망은 사그라든 지 오래다. 실물경제 위기에 루나-테라 사태 등까지 악재가 겹치며 가산자산 시장이 침체기를 맞이한 탓이다. 그러나 다수의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부정적 전망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투자 목적 자체가 ‘한탕주의’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아서다.

10대도 손댔던 코인, 킹달러·고금리에 속수무책…투자자 보호도 미비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23조원으로 지난해 말 55조2000억원 대비 약 58% 하락했다. 상반기 일 평균 거래금액은 5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약 53% 급감했다. 금융위는 “실물경제 위축과 루나-테라 사태로 인한 가상자산 신뢰 하락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가상자산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투자자산에 대한 매력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3연속 자이언트스텝을 결정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이날 최고 1만9174달러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은 1만8000달러 대로 떨어졌다. 같은 날 가상자산 시가총액도 전일 대비 약 2.95% 하락했다.

문제는 전세계적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며, 가상자산 시장에도 악영향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안전자산으로의 이동이 확산되면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의 투자심리는 더욱 흔들릴 수 있다.

루나-테라 사태와 같은 대규모 투자자 피해 역시 안심할 수 없다. 지난 5월 루나·테라 두 코인이 동반 폭락하며 일주일 새 시가총액 58조원이 증발하는 등 손실 피해가 속출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8월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가상자산 시장 규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투자자 보호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입법책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선정한 ‘디지털자산기본법’ 또한 제정 기일이 미지수다.

가상화폐 비트코인 시세. 연합뉴스

“5000만원 빚냈는데 4000만원 손실”…“그래도 코인이 유일한 희망”

잔존하는 위험 요소에도 직·간접적 수익 경험을 맛본 투자자들은 ‘코인 대박’의 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코인 예찬론자’ 중 하나인 대학생 C씨는 지난해 신용대출과 지인 빚을 통해 총 5000만원을 가상자산에 투자했다. C씨는 현재 4000만원 가량의 손실을 본 상태지만, 추후 더 많은 돈을 투자할 거라고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뒤처진다는 불안에 투자를 시작했다면, 이제는 코인이 유일한 희망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규모 손실과 투자자 피해에 대한 우려도 계속된다. 실제 금융위가 추산한 6월 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거래가능 이용자(계정)는 690만명으로 지난해 말 대비 약 132만명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맹목적 추종을 버릴 때라고 조언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되면 반대 상관관계를 가진 가상자산은 점차 하락할 것”이라며 “투자의 3대 요소 중 하나가 ‘수익성’인데 과거의 수익 경험만을 토대로 위험한 투자를 지속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에 대한 믿음이 있다 하더라도 여유자금만을 투자해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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