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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오르기 전에 대출 받아두자”…3高위기에 기업들 부채 딜레마 [기준금리 3%시대]
경기악화에 자금수요 늘어 대출 증가세
회사채 금리상승도 유동성 확보 부추겨
“당분간 지속” 전망 속 사업 접는 중기도

# 최근 중소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3고(高) 위기에 따른 자금경색으로 사업체 존폐위기에 직면했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자금이 필요하지만 대출이자를 부담할 자신은 없기 때문이다. A씨는 “입찰시점 대비 원자재 가격이 40~50%가량 상승해 더는 입찰을 진행하지 못하는 지경”이라며 “현금 보유가 탄탄하면 버틸 수 있겠지만 추가 대출도 부담되는 상황에 상환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3%를 목전에 둔 상황, 기업들의 부채 부담이 커지며 부채관리의 필요성 또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부채 축소 움직임은 크지 않다. 되레 기업 부채 잔액은 증가세다. 고금리에 고물가·고환율이 겹치며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에 나선 탓이다.

고금리에도 기업대출 규모는 연일 상승세를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은 약 1146조원으로, 지난해 말(1065조원) 대비 7.6%가량 증가했다. 이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경영 여건 악화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 조달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회사채 금리 상승도 대출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회사채 발행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은행대출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신용등급 ‘AA-’ 기업의 3년물 금리는 4.23%를 기록해 올해 3월(3.03%) 대비 약 1.2%포인트 상승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회사채 발행금리는 5.528%로,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대기업들에서는 투자를 줄이고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는 등 현금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애초 1조7000억원을 들여 미국에 원통형 배터리공장을 짓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물가상승 등을 이유로 재검토에 돌입했다. 현대오일뱅크 또한 지난 9월 이사회에서 36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신세계푸드가 미국 대체육시장 진출을 위한 투자금을 축소하는 등 전 업권에서 투자 축소 움직임을 보인다.

대응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달러거래가 많은 중소기업은 3고 위기를 정면에서 마주하고 있다. 중소 스포츠의류업체 대표 B씨는 “경기가 악화되고 있는 만큼 현금보유 비중을 조금씩 확대하며 회복되기까지 대비 중”이라며 “급격한 달러 상승이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생산 위축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응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경기 악화의 위기는 스타트업으로도 전이되고 있다.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투자를 줄이자 스타트업을 지탱하던 투자 기반 또한 약해진 탓이다. 이에 스타트업업계에서는 내년 하반기까지는 신규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AI 스타트업 대표 C씨는 “하반기 투자는 물론 내년까지 투자가 대폭 긴축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며 “기술개발보다는 기업 수주작업을 받아 매출을 창출하고, 추가 채용을 하지 않는 등의 방법을 통해 건전성 지표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IT 스타트업 대표 D씨는 “투자금이 말라 사업을 포기한 스타트업들의 사례도 계속 나오고 있다”며 “스타트업 투자 또한 이른 시일 내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스타트업들을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리상환 부담 등 은행대출도 쉽지 않아 자금 마련 방도가 마땅치 않다”고 덧붙였다.

은행들에서는 기업대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기업대출을 단속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기업대출 담당직원은 “영업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시중은행 전반에서 기업대출 모니터링 강화와 대출 회수 압박 움직임이 이뤄지는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에서 은행들에 건전성 유지 압박을 지속하는 등 내외부적 요인에 따라 대출 경색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속되는 기업의 대출 수요에 따른 부실 우려를 경고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대출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실적이 나빠져 부채를 일으키는 수요와 추가적 금리 상승에 대비하는 수요가 공존한 탓”이라며 “차후에 금리 상승에 대비하는 수요는 줄어들 수 있으나 경기 악화에 따른 수요는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적 악화에 따른 대출 수요는 부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리스크 관리를 계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정은·김광우 기자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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