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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제·미군정 담장에 110년 둘러쌓여있던 송현동…미래 100년 모습은?
7일부터 일반에게 개방되는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 송현동 부지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서울 사대문 한 복판에 110년 넘게 ‘금단의 땅’으로 남아있던 송현동 부지가 마침내 일반인들에게 개방됐다. 3만7117㎡ 넓이에 평가액만 2020년 기준 5000억원이 넘는 서울 도심에 몇 안되는 미개발 필지로, 수십년동안 개발 시도가 무산된 끝에 마침내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으로 돌아왔다.

▶조선식산은행 사택부터 호텔까지 송현동의 과거=송현동 부지는 조선시대 왕궁인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위치했다. 소나무 고개라는 뜻의 이름 그대고 과거에는 소나무 숲이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조선시대 왕족, 또는 고위 관료들이 이 곳에서 집을 짓고 주로 거주했던 이유기도 하다.

사람 살기 좋은 땅인 송현동 부지는 이후 일제시대 조선식산은행 사택이 들어서기도 했다. 해방 직후에는 미군정이 양도받아 1990년대 까지 미국 대사관 직원들의 숙소로 사용했다.

송현동 부지의 개발이 우리 주도로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1997년 부터다. 당시 정부로부터 약 1400억원에 송현동 부지를 매입한 삼성생명은 이곳에 미술관과 다목적 공연장 등이 함께하는 문화시설을 건립하고자 했다.

하지만 우리 손에서 100년 가까이 떨어져 있던 송현동은 쉽게 문을 열지 않았다. 때마침 불어닥친 외환위기 한파에 삼성생명의 문화시설 건립 계획은 백지화됐고 송현동 부지 소유권은 2008년 한진그룹으로 넘어갔다.

2900억원에 이 땅을 산 한진그룹은 7성급 한옥호텔 건설 방침을 밝혔다. 대한항공과 시너지 효과, 그리고 코로나19 직전까지 매년 급증했던 한국 관광 붐을 생각하면 시의적절한 투자 계획이였지만, 인근 학교를 이유로 호텔같은 숙박시설을 불허한 당시 서울시, 그리고 정부와 충돌이 불가피했고 결국 한진그룹의 위기와 함께 소유권이 서울시 그리고 정부로 넘어왔다.

7일부터 일반에게 개방되는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 송현동 부지 모습. [연합]

▶열린 공원에서 미술관까지 송현동의 미래=서울시는 송현동 부지 개방과 함께 2025년부터 ‘이건희 기증관’을 품은 ‘송현문화공원’으로 조성하는 작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송현동 부지를 대한민국 문화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대표 문화관광명소로 육성한다는 그림이다.

서울같은 대도시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하나의 공원을 컨셉으로 내년 상반기 국제현상공모에도 나선다. 이후 2025년 1월 착공, 2027년 ‘이건희 기증관’과 공원을 동시에 완공 개장하는 것이 목표다.

서울시가 공개한 ‘송현문화공원’ 기본계획안은 공원과 기증관 각 부지를 하나의 공간으로 유기적으로 연계한 것이 특징이다. 공원 속 미술관, 미술관의 정원 모두가 어울리는 설계다. 또 공원 어디에서나 북악산과 인왕산을 조망할 수 있도록 해, 110년 도심 속 높은 담장의 그늘을 완전히 지운다.

공원 하부 지하공간에는 서울 관광객들을 위한 50면 규모의 관광버스 주차장 포함 450면 규모의 통합주차장도 들어선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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