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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0년 플라스틱 50% 절감...삼다수, 친환경 기준 될것” [人터뷰-고운봉 제주개발공사 상임이사]
업계 첫 ‘그린 홀 프로세스’ 비전 발표
정부 정책보다 공격적인 절감 목표
공기업 사명안고 ‘친환경’ 행보 박차
페트병 경량화·재활용 등 동시 진행
‘삼다수’ 경쟁력은 제주 천연 ‘물 맛’
“안심하고 마시는 깨끗한 물” R&D강화
2025년 에비앙 견줄 스마트팩토리로
제주개발공사는 지난 1998년부터 한라산에서 생산하는 삼다수로 34년째 먹는 샘물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삼다수의 고향’인 이곳에서 고운봉 제주개발공사 상임이사를 만났다. [제주개발공사 제공]

제주공항에서 내려 제주시 조천읍 방면으로 차로 50여 분을 달리다 보면 한라산 중턱께 차량 차단막을 마주하게 된다. 언뜻 보면 군사보호구역처럼 생겼지만, 사실 이곳은 제주삼다수의 취수부터 포장 및 출고까지 전 과정이 이뤄지는 삼다수 공장이다.

제주개발공사는 지난 1998년부터 이곳에서 생산하는 삼다수로 34년째 먹는 샘물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삼다수의 고향’인 이곳에서 고운봉 제주개발공사 상임이사를 만났다.

▶업계 최초 ‘그린 홀 프로세스’ 경영 선포=고 이사가 최근 가장 신경쓰고 있는 분야는 바로 ‘친환경 정책’이었다. 전세계적으로 기후 변화 등으로 인해 친환경 이슈가 크게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플라스틱 사용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삼다수가 전체 먹는 샘물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선두 기업이고, 이를 생산하는 제주개발공사가 공기업이다 보니 ‘환경보호’라는 공익적 측면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 역시 지난해 말 탄소중립을 위한 ‘한국형(K) 순환경제 이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플라스틱 페트(PET)의 30% 이상을 재생원료로 사용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에 제주개발공사는 정부보다 한 발 앞서 지난해 3월 먹는 샘물 업계 최초로 ‘그린 홀 프로세스(Green Whole Process)’ 경영비전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플라스틱 사용량을 지금보다 50% 줄인다는 다소 공격적인 친환경 목표다. 고 이사는 “삼다수가 업계 부동의 1위인 만큼 친환경 활동에도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삼다수가 친환경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션 “500ml 생수병 무게 10g 이내로 줄여라”=플라스틱 사용을 절반으로 줄이는 ‘그린 홀 프로세스’ 달성 시기가 채 10년도 남지 않다 보니 친환경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고 이사의 손발도 바빠졌다. 우선 지난해 품질연구본부를 R&D(연구 개발) 혁신센터로 승격해 이곳에서 제품 수질 및 품질 연구는 물론, 친환경 업무까지 전담토록 했다.

이와 함께 직접적으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자 무라벨 제품의 상용화는 물론, 페트 경량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삼다수 페트병은 제주에서 출고돼 육지로 나가는 물류적 특성상 경쟁사 제품보다 페트 두께가 두껍다. 현재 삼다수 500ml 페트병 무게는 18g으로, 최근 이것을 16g까지 줄였다.

고 이사는 “R&D 혁신센터에서 삼다수 물병의 모양을 사각 기둥에서 원형 기둥으로 바꾸면 병 무게를 10g 이내로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며 “무게가 9g인 원형 기둥 모양의 시제품은 이미 생산했으며, 조만간 물류 등의 시험을 거쳐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처럼 생수병을 더 얇게 만든 후 제품에 질소 충전을 하는 방식도 연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페트 경량화로는 한계...재활용·친환경 소재도=페트 경량화로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보니 재활용 플라스틱 및 친환경 소재에 대한 연구도 병행할 수 밖에 없다는 게 고 이사의 설명이다. 특히 위생상 문제가 전혀 없는데다 여러 번 재활용이 가능한 화학적 재활용 페트(CR-PET)에 대한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CR-PET란 수거된 페트를 잘게 부신 후 녹여 완전히 다른 분자구조가 된 원료로 다시 페트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고 이사는 “지난해 10월 업계 최초로 화학적 재생 페트 제품인 ‘제주삼다수 리본(RE:Born)’ 시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국내외 수질분석 공인기관을 통해 국내 환경부 및 미국 식품의약국(FDA) 수질 기준에 적합 판정을 받았다”며 “지난 달 6일에는 자원순환의 날을 기념해 제주삼다수 리본 약 78만병을 쿠팡에서 한정 판매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플라스틱이 아닌 사탕수수 등을 원료로 만드는 바이오 페트(Bio PET) 제품도 지난해 시제품 개발을 완료했고, 탈(脫) 플라스틱을 위한 유리용기 개발도 검토 중이다. 고 이사는 “오는 2025년까지 대용량 구독서비스 제품 개발하고, 2030년에는 바이오 소재 패키징 원천 기술 확보 및 미래의 먹는 샘물 용기 개발 등 중장기 목표도 적극 이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삼다수의 경쟁력은 ‘물 맛’...R&D 강화=아무리 친환경 정책이 ‘시대적 과제’라고 하지만, 사실 먹는 샘물의 핵심 경쟁력은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이다. 제주개발공사가 단순히 삼다수 수질 유지에만 신경쓰는 게 아니라 업계 최초로 먹는물 공인 검사기관으로 지정받고, ‘먹는물수질연구소’를 운영하는 이유도 ‘단일 수원지 한라산에서 생산된 깨끗한 물’이라는 삼다수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고 이사는 국내 대기업의 다양한 도전에도 삼다수가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로 ‘삼다수 본연의 물 맛’을 꼽았다. 그는 “제주개발공사가 지난 1998년 삼다수를 처음으로 생산할 때 제주에서 세계섬문화축제가 있었는데, 당시 자원봉사자들이 다른 음료보다 삼다수를 제공해달라고 요구했을 만큼 삼다수의 물맛은 생산 초기부터 소비자들의 인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주에서 농반진반으로 수돗물로 끓인 커피는 안먹는다는 말을 할 정도로 삼다수로 커피나 차를 끓이면 삼다수의 실리카 성분이 차 맛을 업그레이드 시킨다”고 말했다. 실리카는 이산회규소, 무소규산의 통칭적인 명칭으로, 지각 중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성분이다. 삼다수는 한라산 1450m 부근에서 스며든 지하수가 현무암과 화산송이층을 통과한 후 취수되다 보니 실리카와 같은 다량의 미네랄을 함유하게 된다.

실제로 지난 2016년께 고려대와 카페베네가 공동으로 물과 커피 맛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 삼다수로 끓인 커피가 가장 맛이 좋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또 “일부 직원들은 밥을 할 때 삼다수로 지으면 밥이 더 찰질 뿐 아니라 내솥에 거품 자국이 남지 않는다고 하더라”며 “집에서 삼다수를 음용하고 있지만, 단가가 비싸다 보니 아직 밥까진 안해봤다”며 웃었다.

▶L6 준공되면 연간 140만t 생산...스마트공장 레벨도 ‘업(Up)’=친환경 뿐 아니라 삼다수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해 추진 중인 사업은 바로 신공장(L6) 증설이다. 오는 2025년 L6 생산라인이 완공되면 생수 생산량이 지금보다 40% 많은 140만t까지 확대된다. 세계적인 생수 회사인 에비앙이 연간 150만t 가량의 제품을 생산, 유통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에비앙에 버금가는 세계적 수준의 생산 라인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고 이사는 “이미 기존의 생산라인이 모두 무인 자동화 시설로 운영되고 있지만, 스마트공장 수준으로 보면 엔트리급인 레벨(level) 2에 불과하다”며 “지금 추진 중인 L6라인은 생산 시설의 실시간 모니터링 뿐 아니라 수집된 정보를 분석해 제어할 수 있어 스마트공장 레벨로 보면 3수준으로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추가 취수 허가에 대해선 “L6가 완공된 후 모든 생산라인을 돌려도 총 140만t 가량 생산할 수 있는데, 이는 아직도 우리가 보유한 지하수 취수허가량(166만t)보다 적다”며 “2025년이 되면 시장의 수요가 확대되더라도 충분히 (수요를) 충족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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