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세상속으로] 바람직한 ‘납품단가 연동’의 조건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우리 경제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중소기업의 고통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해 공급원가가 올라갔으나 납품단가에 이를 반영하지 못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반영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중소기업의 낮은 협상력을 들 수 있다. 거래상 지위가 열악한 수급사업자는 거래 단절 우려 등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하기 어렵고, 설사 요청해도 거래상 지위가 우월한 원사업자가 이를 거절하는 경우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중소사업자의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5월 납품단가 조정 대응팀(이하 ‘대응팀’)을 가동 중이다.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를 활성화하고 자율적으로 납품단가 연동을 유도해 원자재 가격 급등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란 하도급거래에서 공급원가가 오른 경우 수급사업자가 직접 또는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통해 원사업자에게 납품단가의 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하도급계약 체결 시 결정한 납품단가를 공급원가 상승 시 조정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규정한 것이다.

대응팀은 현행 제도가 보다 활성화될 수 있도록 홍보·교육, 조사·제재, 제도 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사업자를 대상으로 지역별 현장 설명을 실시하고 구체적인 조정 협의의 절차·방식 등을 담은 가이드북을 배포했다. 또한 납품단가 조정 신고센터를 설치해 위법행위를 철저히 감시하고 있으며 제도 개선 측면에서 중기조합의 대행 협상제도를 개선하는 법령 개정을 계속 추진할 예정이다.

대응팀은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를 활성화하는 것 외에도 자율적인 납품단가 연동계약을 유도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가격 변동 이후 협의를 통해 단가를 조정하는 조정협의제도와 달리 납품단가 연동계약은 가격 변동시점 이전에 계약으로서 원자재 가격을 납품단가에 반영하는 방법을 정한다. 계약 당사자가 대상 원재료, 연동 주기, 요건, 기준지표 등을 상호 합의해 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연동 주기마다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해 원재료 가격을 계약에 따라 납품단가에 반영하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율적 연동계약 확산을 유도하기 위해 ‘하도급대금 연동계약서’와 가이드북을 배포했다. 또한 연동계약을 체결할 업체를 대상으로 중소벤처기업부와 공동으로 자율 운영에 참여할 기업을 모집해 ‘납품대금 연동제 자율 추진 협약식’도 개최했다.

향후 자율 운영 참여 기업에 대해서는 하도급법 벌점 경감,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 및 모범업체 선정 시 가점 등 인센티브를 부여할 예정이며, 공정위를 넘어 범부처적 인센티브가 마련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다.

이러한 정책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하다. 말을 물가까지 끌고 갈 수는 있지만 물을 마시는 것은 말이 결정할 일인 것과 마찬가지로, 시장의 참여자인 기업의 행동 변화가 뒷받침됐을 때만이 시장 가격인 납품단가가 원자재 가격 상승에 실질적으로 연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완성품이 생산되는 데에는 수많은 기술과 부품이 융합되며, 따라서 품질 좋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완성품을 만드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 수급사업자도 함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중소 수급사업자가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을 전가 받는 상황에서는 수급사업자의 혁신 역량과 경쟁력이 상실돼 장기적으로 대기업의 경쟁력 악화로 고스란히 귀결될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직적·상호보완적 협력관계가 위험 전가(risk-shifting) 관계가 아닌 위험 분담(risk-sharing) 관계일 때만이 대·중소기업이 함께 지속적 그리고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기업들이 위험 분담을 통한 상생 협력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기를 당부드린다.

송상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정책국장

th5@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