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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관성을 벗어나는 가치 소비, 가루쌀과 우리 밀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021년 기준으로 45.8%다. 쌀의 소비는 줄고 밀과 육류의 소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소비 경향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농산물의 생산은 여전히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부족한 농축산물을 수입에 의존해 소비자의 식탁을 손쉽게 채우며 지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우리들의 먹거리가 지속 가능할지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날로 커지는 상황이다.

생산하는 방식이나 생김새는 쌀인데, 쓰이기는 밀처럼 쓸 수 있다는 가루쌀이 개발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물에 불려 빻아야 떡이나 빵 등의 가공식품을 만들 수 있는 기존의 쌀이 아니라 밀처럼 수확 후 마른 상태에서 바로 가루로 만들어 쓸 수 있는 쌀의 종류라고 한다. 그 성질도 밀가루와 비슷해 가공식품을 만드는 데 편리하다고 한다. 게다가 재배 조건 또한 쌀과 비슷, 일반 쌀농사를 짓던 논에서 재배가 가능하고 기후가 맞는 곳에서는 국산 밀과 이모작도 가능하다니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가루쌀로 만든 카스텔라를 먹어본 적이 있었다. 밀가루로 만든 제품 못지않게 부드러운 식감을 느꼈고 먹고 난 후 속이 편안했다. 아마도 글루텐이 들어있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빵은 좋아하는데 밀가루 빵을 못 먹는 이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신선한 재료로 만들었단 점도 크게 한몫했을 것이다.

먼 나라에서 재배된 밀이 우리나라까지 와서 음식으로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 에너지, 보존을 위한 처리 등의 과정이 필요할지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바로 수확한 신선한 원료로 만든 식품을 쉽게 먹을 수 있다면 좋겠는데 우리나라 밀 자급률이 너무 낮은 것을 알고는 크게 실망했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머나먼 해외에서 오랜 시간을 들여 우리나라로 들어오느라 탄소도 많이 배출하고 신선도도 떨어지는 수입 밀가루로 만든 식품보다는 우리 쌀로, 우리 밀로 만든 다양한 가공식품들이 많이 출시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건강에도 좋고, 환경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제품을 선택하는 책임 있고 가치 있는 소비를 하게 되기를 바란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인 가루쌀을 이용한 가공식품 개발과 출시가 치밀한 계획과 지원을 통해 위태로운 식량안보를 책임질 수 있는 든든한 대안으로 단단히 자리매김하기를 대한민국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란다. 다만, 우리 밀이 수입 밀에 비해 높은 가격 등 복합적인 한계로 인해 자급률 확대가 어려운 현실을 볼 때 가루쌀이 그러한 길을 걷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수입 밀에서 가루쌀과 우리 밀로 소비자의 선택이 옮겨가기 위해서는 관성을 벗어나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늘 구매하던 제품을 손쉽게 집어 드는 것이 아니라 성분표, 원산지, 제조일자 등을 꼼꼼히 따져서 수입 밀 제품에 대한 손쉬운 소비의 관성을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소비자들은 그들이 가치를 두는 제품에는 기꺼이 그 대가를 지불한다. 건강은 물론, 맛도 좋고 우리와 자녀들이 살아갈 지구를 지킬 수 있는 먹거리라면 소비자가 스스로 찾고 알리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몇년 새 많이 늘어나고 있는 가치 소비가 바로 그것이다. 게다가 식품업계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가루쌀과 우리 밀을 활용해 더욱 다양한 식품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소식도 들리니 더욱 반갑기만 하다. 부디 소비자 스스로가 찾을 수 있는 고품질의 가루쌀과 우리 밀 가공식품 시장이 형성되기를 기대한다. 우리 소비자의 먹거리를 책임질 가루쌀과 우리 밀이 식량안보의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오늘은 가공식품을 소비할 때 원산지를 한번 더 살펴보면 좋겠다.

원영희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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