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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유동성과 저금리 합주는 끝났다

유동성과 저금리 합창이 이끌던 파티는 흥겨웠다. “대규모 공적 투자로 경기를 부양하더라도 이제는 인플레이션 없는 시대가 됐고 이를 뉴노멀로 받아들이고 있다”(폴 크루그먼)는 주장은 파티 분위기에 무르익었던 취기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뿐인가. 고금리가 더 이상 경제 문법에 맞지 않는 구문이 됐다는 가설도 꾸준히 나왔다. 계속되는 저금리 기조를 설명하기 위해 ‘중국의 자본 투자 규모 축소와 인구 고령화로 선진국 경제가 저축 모드로 돌아서면서 자본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 결과 금리가 떨어졌다’(벤 버냉키 전 Fed 의장)며 구조적인 경제구조 변화를 논거로 제시하는 일도 빈번했다.

그러다 보니 파티에 초대됐던 이들이나, 파티에 몸을 맡기지는 못하고 힘겹게 삶을 지탱하던 이들마저도 유동성과 저금리 합창에 취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인플레이션 없는 과잉 유동성’이라는 달콤한 유혹은 ‘레버리지’를 투자서 제1장에 올려놓았다. 통화정책의 뉴노멀로 굳건한 지위를 얻은 저금리에 월급과 저축통장만으로는 집 한 채도 장만할 수 없다는 절망감, 대박에 대한 욕망이 한데 버무려진 결과다. 여기에 쉽게 넘어서지 못했던 은행 문턱이 닳고 닳아 아예 문드러지기까지 한 현실까지 겹치면서 ‘빚’은 미래를 위한 ‘공짜 돈’(?)으로 둔갑했다.

파티에 초대받지 못했던 이들은 생활이 힘겹기는 해도 유동성과 저금리는 응급실로 실려가는 것을 지연시켜주는 링거가 됐다.

하지만 계속될 것이라던 유동성과 합주는 예고장도 없이 끝났다. 흥겨움에 취했던 곳에는 긴축의 계절이 찾아왔다. 그것도 더 혹독하고, 직접적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긴축의 칼은 과감하고 크게 휘두르고, 쉽게 넣지 말라”는 폴 볼커(1979~87년)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교훈은 성경처럼 받아들여진다. 긴축의 칼은 과격하다고 할 정도의 금리 인상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물가상승률이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매우 확신하기 전에는 금리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잭슨홀 미팅 8분50초 연설에서 경기 위축 우려에 연준의 칼날이 생각보다 무뎌질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감을 뿌리째 뽑았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연 2.50%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0.5%였던 기준금리는 1년여 사이에 2%포인트 올랐다. 지금까지 걸어보지 않았다는 네 차례 연속 금리인상에 빅스텝(0.5%포인트 인상)도 있었다. 앞으로 0.25%포인트 ‘베이비 스텝’을 밟을 것이라고 예고했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전제조건이 바뀌었다”며 또 한 번의 빅스텝 가능성을 남겼다. 2020년 3월 1% 미만으로 떨어진 이후 2년여의 제로금리 시대에 ‘심리선’이 맞춰져 있었던 걸 감안하면 현기증이 날 정도다. 여기에 미 달러화는 계속해서 몸값을 높여 ‘킹달러’도 모자라 ‘갓(God)달러’의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근원물가에서 수입재의 비중이 큰 우리나라로선 킹달러는 엎친 데 덮친격이다.

혹독한 긴축의 칼날은 유동성과 저금리의 파티에 초대됐지 못했던 이들에게 더 참혹한 법이다. 천장을 모르고 오르고 있는 물가와 이자는 상당기간 우리 경제의 깊은 아픔이 될 수 있다. 이를 돌아보는 것은 파티장을 서둘러 떠났던 이들의, 그리고 파티를 열었던 이들의 몫이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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