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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번방 방지법’ 시행 9개월…해외서버엔 속수무책
불법촬영물 유통방지 의무 이행 
아직 인터넷사업자 현장 점검중 
전문가 “부다페스트협약 가입을”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 유통을 막기 위한 이른바 ‘n번방 방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이 시행된 지 9개월이 지났지만 계도기간으로 인해 인터넷 사업자들의 의무 조치 이행 여부를 파악하는 현장 점검이 아직 진행 중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해당 법안이 해외 서버에는 적용이 어려워 아동청소년의 성착취물 유통을 근절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수사망을 뚫고 해외서버에서 성착취물이 유포되는 허점을 막기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14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90여개에 달하는 인터넷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매일 1~2개씩 불법촬영물 유통 방지 의무 이행 여부 확인을 위한 현장 점검을 진행 중으로, 연내 점검을 마칠 계획이다. 방통위는 올해 6월 9일까지였던 계도기간이 종료되자 현장 점검을 시작했으며, 올해 새롭게 지정된 인터넷 사업자에 한해선 이달 9일 이후부터 의무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앞서 네이버 등 인터넷 사업자들은 지난해 12월 10일 시행된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따라 불법촬영물에 대한 인터넷 사업자의 ▷신고기능 마련 ▷검색결과 송출 제한 ▷기술적 필터링 ▷사전경고 등 조치 의무가 주어졌다.

그러나 이 개정안으론 텔레그램, 디스코드 등 해외에 서버를 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불법 성착취물에 대응하는 게 불가능하다. 인터넷 사업자의 불법촬영물 등 유통방지 책임은 공개된 온라인 공간만 필터링 대상으로 두고 있고, 사적 대화방 속 정보는 필터링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텔레그램이나 디스코드 등 접속을 국내에서 원천 차단하는 방법에 대해선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VPN(가상사설망)을 통해 IP주소를 우회하면 국내에서도 해외 서버들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과거 정부가 해외 음란사이트 접속을 원천 차단하자 IP주소를 우회해 사이트를 방문하는 이들이 나타났는데, 텔레그램이나 디스코드의 접속을 차단하는 방안도 결국 마찬가지”라고 진단했다.

텔레그램에서 유포되는 성착취 유포물은 필터링의 대상이 아닌 ‘수사 영역’이라는 것이 방통위 측의 설명이다. 전문가들도 국제공조를 통해 국내 수사기관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 해외 서버를 통해 유통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봤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도 사이버 범죄 조약인 ‘부다페스트 협약(Budapest Convention)’에 가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부다페스트 협약은 2001년 유럽평의회 주도로 출범한 최초의 사이버범죄 분야 다자간 협약으로, 일본·필리핀 등 비유럽 21개국을 포함해 총 66개국이 비준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러시아, 중국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아 효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가입을 미뤄왔지만, 우리나라도 이젠 가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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