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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크다윗을 키우자]정복 불가능한 치매?…“다중 작용기전 유전자치료제로 퇴행성 뇌질환 잡는다”
이노퓨틱스 김태균 대표
식약처서 허가심사 연구관으로 20년 근무 후 창업
아데노 부속바이러스(AAV) 치료제로 비임상 진행
“가능성 무궁무진한 유전자치료제 시대 곧 올 것”
김태균 이노퓨틱스 대표 [회사 제공]

지난 7월 전 세계 의학계에 큰 논란이 벌어졌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가 그동안 치매의 발병 원인으로 지목되던 '아밀로이드 베타(Aβ)' 단백질에 대한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팀의 2006년 논문이 조작됐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아밀로이드 베타를 표적으로 개발하던 치매 치료제 개발 제약사들이 충격에 빠질 만한 폭탄급 발표였다. 아직도 이렇다 할 치매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 주요 발병 원인으로 지목되던 아밀로이드 베타에 대한 논문 조작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치매 치료제 개발이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치매 치료제 개발은 멈추지 않고 있다. 그만큼 치매는 인구 고령화 시대에 우리가 가장 직접 마주하고 있는 큰 난제이기 때문이다. 치매 환자의 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환자는 한국이 60만명(2019년), 미국이 580만명(2020년)에 이른다. 이로 인한 연간 의료비용은 한국의 경우 2042만원, 미국은 6000만원 이상이다. 40년 후 한국은 140만명이, 미국은 1160만명의 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노퓨틱스는 이런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벤처다.

이노퓨틱스 김태균 대표(사진)는 20년(1996~2016년) 동안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연구직 공무원 으로 일했다. 주로 바이오의약품, 그 중 유전자치료제에 대한 허가심사를 담당했다. 이후 엔케이맥스에서 기술총괄이사(CTO), 파마리서치 R&D본부장을 거쳐 지난 2019년 이노퓨틱스를 창업했다.

김 대표는 창업 배경에 대해 “어릴 때부터 꿈은 ‘아픈 사람을 치료할 수 있는 좋은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모친이 8년간 병상에서 고생하다 돌아가셔서 그 마음이 더욱 컸다”며 “식약처를 나온 후 신약개발에 대한 실전 경험을 쌓으며 좋은 치료제를 개발하는 꿈에 도전할 준비가 되었다는 자신감을 갖고 창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창업 이후 사업은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2019년 5월에 창업을 한 이노퓨틱스는 당시 바이오 업계에서 인보사, 신라젠 사건 등으로 악재가 겹치던 시기였다. 바이오 산업에 뛰어드는 벤처는 많았지만 투자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김 대표는 “투자자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에 코로나까지 터지면서 미팅 자체도 어려워졌다. 창업 후 첫 투자를 받기까지 1년 6개월이 걸렸다”며 “그나마 초기 자본이 어느 정도 있었기에 그 어려운 시기에도 치료제 개발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노퓨틱스는 유전자 전달 벡터로 아데노 부속 바이러스(Adeno-Associated Virus, AAV)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 기술은 이상훈 한양대 의대 교수가 퇴행성 뇌질환에 대한 유전자 치료제 후보물질을 찾으면서 시작됐다. 이 교수는 이 후보물질을 김 대표가 개발할 수 있는 적임자라며 2019년 특허를 양수했다. 김 대표는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이 치료하기 어려운 병이라는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교수님의 연구 결과를 보고 이런 다양한 작용기전이면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자신감을 갖고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노퓨틱스의 치료제가 기존 치료제와 다른 점은 하나의 작용기전으로 한 가지 물질만 타겟하지 않고 퇴행성 뇌질환의 다양한 원인을 표적으로 한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치료 유전자(Nurr1 및 Foxa2)가 투여 부위(해마 및 측뇌실)에 발현되면 병리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의 축적을 제거할 뿐 아니라, 교질세포의 염증 및 면역 활성을 억제하고 신경 영양 인자 발현을 촉진함으로써 환자 뇌의 상태를 정상 환경으로 되돌리는 작용을 한다. 이를 통해 인지 기능에 필요한 신경 시냅스의 발현 증가와 장기 기억력 기능까지 올리는 결과를 보였다”며 “즉 치료제가 질병의 원인 물질 제거와 동시에 재생 환경으로 바뀌도록 유도함으로써 근본적인 개선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노퓨틱스는 2022년부터 두 질환에 대한 약동학·독성시험 등의 비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정부의 범부처 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과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 과제에도 선정돼 연구를 수행 중이다.

이런 배경에는 김 대표의 식약처에서 쌓은 허가심사에 대한 노하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 대표는 “신약 개발에는 과학(Science)과 기술(Technology)이 필요하지만 여기에 신약이 임상 승인과 품목허가를 통과하게 할 '규제(Regulatory Affairs)'에 대한 지식 또한 중요하다”며 “식약처 경력을 통해 얻은 규제 지식은 최첨단 바이오 신약 연구개발에 대한 시행착오를 줄여주었다. 특히 규제기관에 제출해야 할 자료의 종류와 준비 소요기간, 중요도/난이도, 병목현상 등을 잘 알고 있어 효율적이고 빠르게 임상시험 진입을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내년 초 식약처에 임상 1상 승인계획(IND)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 이후 2024년 환자에서 임상 결과를 평가한 다음, 유효성을 보인다면 미국에서도 IND 신청을 추진한 뒤 글로벌 빅파마와 공동개발, 파트너링, 라이센싱에 대해서도 협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AAV 유전자치료제의 미래를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AAV 치료제는 첨단바이오의약품 중에서도 생산기술, 품질기술을 개발하는데 가장 난이도가 높은 제품 중 하나다. 아직까지 미국 일부 제약사만 이런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김 대표는 “AAV 유전자치료제로 신생아에 정맥 주사하는 '졸겐스마', 눈에 직접 투여하는 '럭스터나' 같은 제품이 허가돼 지금까지 수천 명에서 사용되었으나 큰 부작용이 없었다”며 “아직은 고가이지만 1회 투여로 완전한 치료가 가능한 큰 장점으로 환자들의 기대가 크다. 앞으로 10년 정도 지나면 AAV같은 유전자치료제가 지금의 항체 못지않게 치료제의 대세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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