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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계대출 금리인하요구 낮은 수용률 왜?
은행들 비대면 신청 도입 난색
수용률, 기업대출〉가계대출
자격 안돼도 중복 신청 역효과
은행 “줄세우기 부작용” 불만제기
은행연합회 “수용률만 봐선 안돼”

“신청 당일 결과까지 확인되니 동일한 계좌를 6개월 동안 50번 넘게 신청한 고객이 있더라고요. 고객들 편하라고 비대면을 했는데, 수용률만 낮아지고...”

금융소비자들의 권리를 찾아주기 위해 도입한 금리인하요구권 공시를 둘러싸고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은행들이 비대면으로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해놨더니 잦은 중복 신청으로 수용률을 낮추는 역효과를 내고 있어서다.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의 수용률이 2배 이상을 웃도는 기현상도 여기서 비롯된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자 은행들은 비대면 신청 도입에 난색을 보이는 중이다.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올 상반기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실적’을 보면 주요 4대 시중은행에서 기업대출의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이 가계대출 수용률을 앞질렀다. 대표적으로 하나은행만 봐도 기업대출 수용률은 76.1%로 가계대출 수용률(32.3%)의 2배를 넘었다. 전체 은행권으로 살펴봐도 상황은 같다.

시중은행들은 이런 차이가 비대면 신청 도입 여부, 빈도 차이에 기인한다고 말한다. 통상적으로 기업의 신용점수는 가계와 달리 잘 변하지 않는다. 기업대출의 경우 신용평가를 할 때 매출액 등을 포함한 재무제표가 주요하게 다뤄지는데, 분기 단위로 업데이트되다보니 신용평가 수치가 수시로 바뀌지 않는다는 얘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무래도 기업들은 사전 문의를 자세히 거쳐 확실히 적용받을 수 있는 경우에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더구나 규모가 있는 중견기업 이상은 재무재표 외에 미래 연계영업 가능성 등 정성적인 부분도 고려되기 때문에 스크래핑으로 받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라 대면 신청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인 고객들의 경우 비대면 채널로 손쉽게 신청이 가능한데다 은행들이 산출하는 내부 등급 외에 수시로 개인신용조회회사(CB) 점수를 확인해 중복으로 넣는 경우가 많다. 비대면 신청건수가 압도적으로 높았던 신한은행이 4대 시중은행 중 수용률이 가장 낮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개인사업자에 대해서도 비대면 신청을 허용하다보니 기업대출 또한 4대 은행 중 수용률이 제일 낮았다. 실제 99%가 비대면 채널로 금리인하요구권이 들어왔었다는 후문이다.

복수의 은행 관계자들은 “자격 요건도 안되는데, 일주일에 한번씩 홈페이지나 앱의 팝업창을 보고 무작정 신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수용하기 어려운 신청 횟수는 늘어나는데, 수용률 공시가 되다보니 비대면 채널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은행연합회에서 수용률 공시 옆에 ‘비고’를 만들어 비대면 신청 여부를 기재한다 할지라도 고객들이 이런 점을 일일이 감안해 은행들을 평가하지는 않는다. 다른 시중은행들 또한 공시 이후 이런 점을 고려해 비대면 신청 도입을 주저하는 분위기다.

당국과 은행연합회는 수용률만 봐서는 안된다고 강조하지만 논란은 이어지는 분위기다. 이미 은행들은 ‘줄세우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중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수용률 수치가 나오다보니 자칫 잘못하면 악성 고객들을 양산할 수 있는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며 “이번 제도가 불필요한 경쟁을 일으킬 수 있어 추가적인 보도자료를 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은 기자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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