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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훈의 현장에서] ‘빚 탕감’…하던 거니까 또 해도 된다?

“기존에도 해왔던 정책인데....”

최근 논란 중인 새출발기금과 안심전환대출에 정부가 주로 하는 해명이다. 자영업자 빚을 탕감하는 새출발기금은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이나 법원 개인회생의 틀을 가져온 것이고,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부담을 낮춰주는 안심전환대출은 2015·2019년에 이어 세 번째인데 새삼 비판하는 게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 돈에 대한 감수성이 과거와 달라진 것을 이해 못한 해명이다.

코로나 기간 전국민이 투자에 뛰어들었다 해도 무방할만큼 투자시장의 윤리와 정서가 사회에 확산됐다. 주식·코인시장은 시가총액이 계속 늘지 않는 한 제로섬 게임이고, 내가 따려면 누군가 잃어야 한다. 주택 시장도 한 사람의 영끌 투자가 집값을 올려 다른 이의 주거권을 위협할 지경에 이르렀다. 자살을 뜻하는 주식시장 은어인 ‘한강행’이 우스개로 통용될 정도로 양극화, 적자생존, 대결적 분위기가 사회를 지배하게 됐다. 누군가의 빚을 탕감해준다는 정책이 수용되기 어려운 환경이 된 것이다.

제도 자체의 결함을 파악하는 국민의 의식 수준도 과거보다 높아졌다. 새출발기금은 도덕적 해이에 취약하다. 전두환 전 대통령,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등 거액 추징금·세금이 있음에도 가족 명의로 재산 빼돌리고 ‘전재산 29만원’이라 거짓말하는데 국가는 무력했다. 새출발기금은 잘 잡아내겠다는 다짐이 설득력 없는 이유다. 가뜩이나 자영업자들은 소득신고 등을 제대로 안한다는 불신이 있는 터라 더욱 그렇다.

더 큰 문제는 안심전환대출이다. 새출발기금과 달리 부실 없는 멀쩡한 차주를 지원하고, 무주택자가 아닌 유주택자를 지원하고, 연소득 7000만원의 여유있는 사람까지 지원한다는 점에서 불공정하다. 올해는 4억원 이하 주택 소유자가 지원받는데, KB리브온 기준 5대 광역시 중위 주택값이 2억9621만원, 중위 아파트값이 3억4004만원이다. 지방서는 형편 좋은 사람들이 지원받는 것이다. 내년엔 대상이 집값 9억원 이하, 소득 무제한이 돼 불공정은 더 커진다.

안심전환대출이 없었다면 금리 부담으로 집을 팔겠다는 사람이 나와 집값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데 이를 막는다는 점에서도 불합리하다. 집값 상승·하락을 놓고 유·무주택자가 갈등하는 중에 한쪽 손을 들어주는 셈이다. 집값 경착륙을 막아야한다는 주장 있지만, 경착륙을 우려할 상황도 아니다. KB 기준 집값은 올해도 상반기 내내 올랐으며, 고점인 7월 대비해 서울은 고작 0.07%, 전국은 0.14% 떨어졌다. 정말 경착륙이 우려된다면 소득 대비 원리금(DSR)을 파악해 부실차주를 선별할 수 있음에도 그럴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가계대출 질적구조를 고정금리 중심으로 바꾸겠다면서 변동금리에 혜택을 줘 고정금리 차주를 역차별한다는 점에서도 불합리하다.

코로나로 세상은 크게 달라졌다. 기존에 했으니까 이번에도 되겠지 하는 식의 타성에 젖은 정책은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한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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