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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규제완화·중처법 손질…산재 늘어나나
느슨해진 규제에 불안 증폭
고용부 “중처법 개정 후퇴없다”지만
화학물질관리 혁신안 산재발생 키워
첫 위반 두성산업이 관리 소홀 사례
환경단체 “가습기살균제 재연 우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개정해도 중대재해법의 입법 취지가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내놓는 규제완화 정책은 오히려 산업재해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환경부가 최근 발표한 환경규제 혁신 방안에 담긴 화학물질 관리기준 완화가 대표 사례다. 중대재해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정부 목표가 고용부 만의 ‘구호’로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정식 장관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용부가 소관하는 법률에 대해서는 경제형벌 완화를 검토한 것은 없다”며 “노동 관련법은 노동자 생명과 안전과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이것을 규제완화 측면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부분은 확고하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노동관계법 법령을 규제완화 측면에서 접근하려고 하면서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려 한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라는 게 이 장관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 주장과 달리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은 오히려 산업재해 가능성을 높이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당장 지난달 26일 윤 대통령이 주재한 ‘제1회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환경부가 발표한 ‘환경규제 혁신 방안’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 방안의 핵심은 스크리닝 제도를 도입해 기존 환경영향평가 문턱을 낮추고, 화학물질 관리기준을 위험 정도에 따라 차등하겠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화학물질 관리기준을 느슨하게 한다는 방안이다. 저농도 납 같은 저위험 물질이 고농도 황산 같은 고위험 물질과 똑같은 규제를 적용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시민단체들은 이 조치가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고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1990년대 초 PHMG 등 물질의 독성자료 제출의무조항에 면제 단서가 만들어졌고, 이 탓에 독성심사를 면제받은 PHMG로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유통돼 참사가 터졌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논평을 통해 “환경규제 완화에 가습기살균제 참사 재발방지 관련 안전조치들이 포함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산업현장에선 이번 화학물질 관리규제 완화는 관련 제조업체 근로자들에 직접적인 위협요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처음으로 검찰이 이 법을 적용해 기소한 것은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인 두성산업이었다. 두성산업은 유해화학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클로로포름)이 포함된 세척제를 사용하면서도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 절차를 갖추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탓에 이 회사 직원 16명이 독성간염을 앓았다. 독성간염은 약물, 화학물질에 노출돼 발생하는 간 손상 질환이다. 지금의 기준으로도 두성산업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를 완화할 경우 관련 산재가 급증하는 것은 명약관화하다는 주장이다.

김용훈 기자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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