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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사회적 갈등 확산과 부자과세 논쟁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

정부의 세법개정 발표 때마다 부자감세 혹은 서민증세라는 갈등적 비판의 목소리를 자주 듣게 된다. 서구 민주국가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상위 1%, 상위 10%의 납세자가 상당히 많은 납세를 한다.

부자세금 중과세에 대한 찬성논리는 ‘불평등한 재산과 그로 인한 소득의 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운이 좋아서, 부모를 잘 만나서, 혹은 본인이 노력하지 않았는데 땅값이 올라서 부자가 되었으니 높은 세금 납부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운다.

반면 부자세금 중과세 반대논리는 ‘부자에 대해 높게 과세하는 것은 성공을 처벌하는 것이며,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동기부여를 축소하는 것’이라고 요약된다. 자본주의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은 ‘부자는 노력으로 만들어지며 과도한 세금은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킨다’는 의식이 강하다. 양쪽의 의견 모두 부분적으로 일리가 있다.

금년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정부가 발표한 법인세율 인하, 종합부동산세율 인하,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의 한시적 인하 내용이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로부터 부자감세라는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과거에 세금문제는 조세 원칙이 많이 적용됐으나, 최근 갈등사회로 전환하면서 정치적·사회적으로 ‘유권자 편가르기’라는 갈등 이념이 우선하는 상황이다. 역사적으로 부자에 대한 초고세율 과세는 전쟁발생 등 긴급 상황에서 가용재원을 최대한 동원하기 위해 운영했다. 2차 세계대전시 미국의 소득세 최고세율을 90%까지 과세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납세자가 감내하기 어려운 높은 세율은 경제적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이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세금을 회피하는 사람이 문제가 아니고, 세금을 회피하도록 유도하는 잘못된 세법이 문제”라고 한 말은 전쟁 당시 미국의 고민을 대변한다.

금년 초 영국 킹스컬리지 대학이 주요 28개 국가 주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사회적 갈등지수를 발표했다. 정치·사회·경제 분야 13개 항목에 대한 사회적 갈등 정도를 조사한 것이다. 이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세번째로 갈등이 심한 나라였으며, 갈등관리 능력의 경우 최하위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남녀 성별갈등, 세대갈등. 빈부격차 갈등 지수가 매우 나쁜 항목으로 소개되고 있다.

성별과 세대갈등도 결국 들여다보면 경제와 일자리 배분 문제다. 청년층 젠더갈등은 남성은 병역의무와 여성의 사회적 약자 코스프레 때문에 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여성은 육아부담 등 불리한 조건에 대한 제도적인 보상의 부족을 탓한다. 세대갈등도 기성세대와 2030세대 간 복지·연금 등 경제적 재원의 배분에 대한 의견 충돌이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자본주의 심화에 따라 악화하는 빈부격차의 시정은 많은 국가에서 중요한 과제다.

우리의 경우 현실과 동떨어진 상속세, 증여세법의 문제점과 개선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사회적 갈등 확산과 시민단체 등의 ‘부자감세 비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서양 속담에 ‘세금은 양의 털을 깍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걷는 것이지, 양의 가죽을 벗기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가혹한 높은 세율이 양의 가죽을 벗기는 것처럼 탈세·밀수·조세회피 등 정직한 사람까지 범죄자로 만든다. 치열한 글로벌 경제전쟁 시대에서 국제기준과 동떨어진 잘못된 제도를 운영할 경우 투자유치 악영향, 자본과 기술의 국외유출 등 부작용이 더욱 크다는 점을 모두 알고 있다.

역사적으로 세금을 실용적으로 과세한 국가와 국민은 번영했고, 억압적으로 과세한 국가는 쇠퇴했다. 빈부격차 완화와 소득재분배를 위한 조세정책은 사회적 갈등 완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 구체적인 상속세, 법인세, 종부세 등의 누진세율의 적정선은 부자과세에 대한 사회적 타협을 경험한 선진국 사례를 참고하면 개선 대안을 찾을 수 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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