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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억씩 ‘뚝뚝’...입주단지 역전세난에 몸살
동대문 래미안 엘리니티 가보니
1048가구 중 400여곳 전월세
금리상승에 수요자들 월세 선호
보증금 한달 사이 1억원 떨어져
대형 평수가 하락 폭 더 커
집주인들 잔금 못구해 속앓이
시장 금리의 상승이 전세 시장의 약세를 가져오자, 전세 물량이 쏟아지는 입주 단지에서 심각한 역전세난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이달 31일 입주를 시작하는 동대문구 용두동 래미안 엘리니티. 이 곳의 전세 가격은 한 달 새 억대가 하락했다. [헤럴드경제DB]

“동대문구에서 오랜만에 지어진 대규모 신규입지 물량이다 보니 전세 문의 전화는 좀 있습니다. 하지만 깎아달라고만 하지 계약에 나서는 분은 매우 드문 상황입니다”(용두동 래미안 엘리니티 앞 A공인)

매매 시장에 이어 전세 시장 또한 예상과 달리 약세 흐름이 이어지자 입주단지들이 심각한 역전세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입주에 맞춰 급매로 나왔던 물건 다수가 전세시장으로 유입되고 있지만, 수요자들이 반전세나 월세를 선호하며 전세 가격의 급락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달 31일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동대문구 용두동 래미안 엘리니티 현장에는 세입자를 찾지 못한 전세 물건이 즐비하다. 1048가구의 대단지임에도 불구하고 가격만 맞는다면 옵션이 좋은 조합원 물량을 얼마든지 골라서 계약할 수 있다고 인근 부동산들은 조언한다. 1048가구 가운데 400여가구 물량이 전월세로 나온 상황이다.

용두동 B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과거만 해도 신규입주 아파트는 층수와 방향만 따져 계약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31일 입주를 시작하면 아파트를 본 뒤 집을 계약하겠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전반적으로 세입자들이 신중해진 모양새”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달 14일 입주지정기간이 끝나면 지연이자를 내야 하는데 집주인들로서는 애만 태우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매매시장에서 매도자와 매수자가 생각하는 가격 적정선이 달라 ‘거래절벽’이 벌어지는 것처럼 전세도 ‘동상이몽 시장’인 것은 마찬가지다. 전세를 구하는 손님들은 “시세보다 크게 내린 물건이 없냐고만 물어본다”고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귀띔한다.

이에 전세 호가는 급락세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전용면적 51.91㎡가 7억원 선에서 호가가 형성됐던 것이 최근 6억원을 밑돈다. 한 달 사이 1억원 가량이 떨어진 것이다. 인근 용두동 래미안 허브리츠가 지어진 지 10년이 넘은 구축임에도 불구하고 59.98㎡가 최근 6억원에 전세 계약된 것과 비교해 신축 아파트의 전세 가격이 더 낮아진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보다 큰 대형 평수는 가격 하락 폭이 더 크다. 전용면적 74.79㎡는 한 달 전만해도 8억원 중반에 호가를 형성하던 것이 최근에는 7억원 초반에 전세로 초급매물이 계약됐고, 7억원 이하로도 매물이 나올 조짐이 보인다고 인근 공인들은 귀띔했다.

집주인들은 잔금을 치르기 위해 전세를 원하는 반면, 수요자들은 월세를 찾고 있어 계약의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시중금리가 예상보다 빠르게 뛰고 추가 금리 인상도 예고되면서 지속적인 금리 상승이 우려되는 전세 자금 대출 대신 안정적인 월세를 내려고 하는 세입자들이 많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전세 대출 금리가 수직 상승하는 가운데 월세는 고무줄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전세 보증금이 떨어지는 가운데 전월세 전환율이 올라 월세 가격의 시세가 명확히 형성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반적으로 순전세 보증금은 가격이 떨어지는 반면 반전세 및 월세 가격은 하락하지 않고 있다.

용두동의 한 부동산 대표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보증금 1억을 월세 35만원으로 계산했는데 (기준금리가 추가로 오르자) 1억에 40만원으로 올리자는 집주인들 전화가 온다”며 “순전세 보증금 가격은 떨어지는데 월세 환산율은 오르니 반전세를 내놓은 집주인들로서는 얼마를 받아야 할지 몰라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보증금 액수가 적은 월세들은 나왔다 하면 바로 나가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역전세난이 심각한 것은 통계로도 집계된다. 이번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88.7로 지난주(90.2)보다 하락하며 지수가 90 이하로 떨어졌다. 2019년 7월 29일 조사(88.0) 이후 약 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수도권의 전세수급지수도 지난주(90.4)보다 낮은 87.6을 기록하며 90 이하로 내려왔다. 기준선(100)보다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영상 기자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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