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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권 명운 걸고 연금개혁해야...가상자산은 새로운 기회” [인터뷰-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
설립후 첫 외부공모 원장 취임 1년
국민·개인·퇴직연금 ‘3층 체계’
공적연금 고갈 불가피...수급개편
퇴직·개인연금 투명한 운용 중요
가상자산 활발한 연구·다양한 융합
시간걸려도 체제정비 제도권으로
연구영역 외환·파생·금융제도 확대
법 제정 지원·연구·공청회 등 진행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자본시장연구원장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 원장은 “어렵더라도 연금 개혁은 이번 정부에서 꼭 해야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상섭 기자

“경제상황이 어렵더라도 이번 정부(윤석열 정부)에서 명운을 걸고 꼭 해야 할 과제가 바로 연금개혁입니다”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지난해 9월 연구원 설립 이래 첫 공모 방식으로 원장에 선발됐다. 자본시장 분야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는 취임 이후 가상자산 등 새로운 분야의 정책 연구에 몰두하면서 자본시장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일에 힘을 보태고 있다. 내달로 취임 1주년을 앞둔 신 원장과 최근 인터뷰를 가졌다.

- 국내외 경제 여건이 여러가지로 안 좋은 상황이다.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고금리 환경 속에서 가계·기업 등 각 주체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사실 21세기 들어 줄곧 저금리가 진행돼 높은 금리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많다. 당분간은 리스크 관리 쪽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도 투자 계획을 짜기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제가 경영진이어도 섣불리 뭘 하기 힘들 것이다. 우선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면서 경제 상황을 잘 살펴야 한다. 내년 상반기부터 조금씩 물가 상승폭이 둔화하고 경기가 지금보다 나아진다면 그 때투자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 미국이 내년 하반기 금리 내릴 것이란 전망도 있는데 예전 같은 저금리 시대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 정부의 가능한 정책 방향은 무엇인가.

▶ 정책수단 측면에서 금리를 어느 수준까지는 유지하면서 탄력성을 가지고 갔어야 하는데 금융위기와 코로나19 등을 겪으며 그렇지 못했다. 이제는 (기준금리가) 3%대 중반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는데 경기가 어렵다고 중앙은행들이 예전처럼 급격하게 초저금리 정책을 선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도 쉽지 않다.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도 힘들다. 지금은 어려운 경제여건에 취약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제한적인 지원 정도가 가능해 보인다.

-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지난달부터 본격 도입됐다. 장기투자가 핵심인데 결국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역량 강화가 중요하고, 수수료 등 수익모델 정립도 중요할 것 같다.

▶ 막상 은퇴해서 보니까 국민연금 밖에 남는 게 없다는 얘기가 많다. 국민연금 하나로는 노후보장이 어렵다.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을 아우르는 삼층 연금체계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퇴직연금은 주로 TDF(타깃데이트펀드)가 주요 상품인데 수수료를 낮추지 않으면 누적으로 장기 수익률을 갉아먹게 된다. 운용 역량도 중요하지만 그 부분이 업계에서 개선해야 할 큰 과제다. 투자자들이 하나의 TDF를 하다가 다른 TDF로 큰 기회비용 없이 옮길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운용사들의 건전한 경쟁이 이뤄져야 펀드에 대한 정보공개가 투명해지고 수익성도 개선될 수 있다.

- 퇴직연금과 맞물려 향후 국민연금 고갈도 심각한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가지고 있는 주식과 채권을 팔아 연금급여를 지급하는 상황이 올 수 있는데 자본시장에서 이걸 다 받아낼 수 있을까?

▶ 국민연금 수익률이 연평균 5% 정도로 그 자체는 다른 글로벌 기관과 비교했을 때 나쁘지 않다. 해외투자가 계속 늘었기 때문에 그만큼 분산투자 효과도 커졌다. 다만 연금제도를 바꾸지 않고 저출산 고령화가 지금처럼 진행되면 결국 (보험료가) 들어오는 것보다 나가는 게 더 많아진다. 문제는 운용기금이 커질 때는 수익이 복리로 불다가 일단 규모가 줄기 시작하면 그 속도가 급격해진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이 국내 투자규모를 줄인다면 결국 퇴직연금이 받아줘야 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 이번 정부(윤석열 정부)의 공약이기도 하지만 어려운 문제 중 하나가 국민연금을 포함한 전반적 연금체제 개혁이다. 기초연금부터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까지 가는 이 사층구조를 어떻게 적절하게 가져갈 것인지가 지금 굉장히 어려운 숙제다.

- 연금제도 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바람직할까.

▶ 기초연금을 늘리자고 하면 국민연금을 내는 입장에서는 ‘나는 평생 국민연금 냈는데 하나도 안 낸 사람이랑 받는 금액이 똑같네’하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 이런 불만이 쌓이면 결국 연금 기반 자체가 깨질 수 있다. 상대적인 부분을 잘 조율하고 어느 정도의 비율로 각각의 연금을 가져갈지 설계해서 정책으로 옮기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현재까지 그런 부분에 대한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지 못하는 부분은 안타깝다. 사실 연금 개혁은 결코 안팎에서 좋은 얘기를 들을 수는 없다. 하지만 후대 사람들을 통해 ‘이번 정권 때문에 우리가 살았다’는 얘기를 듣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정권의 명운을 걸고 진행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에서 가상자산 관련 연구가 활발하다. 가상자산을 둘러싼 다양한 융합이 이뤄지고 있는데 자본시장 차원에서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걸로 보시는지.

▶ 그렇다. 디지털 자산이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되는데 하나는 자본시장법 하에 있는 증권형과 새로운 법을 기반으로 하는 비증권형으로 나뉜다. 자본시장 관점에서 어쨌든 자산이기 때문에 이쪽에 대한 투자와 상품 개발은 계속될 것이고, 결국 새로운 기회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전통적인 자본시장 플레이어와 새로운 디지털 플레이어가 서로 합해질 수 있다. ICO(가상자산 공개)나 증권형 토큰의 경우 형태는 디지털이지만 결국은 증권의 성격이니까 관리는 기존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이 하게 된다. 핵심은 위험 관리다. 루나-테라 사태라는 사례도 있고 워낙 변동성이 심하기 때문에 돌발적인 상황에서 어느 정도 관리를 잘 할 지가 중요하다.

- 증권업계의 경우 건전성 규제 이슈가 있다. 어떻게 하면 가상자산이 제도권으로 들어올 수 있을까.

▶ 법적으로 정비가 될 필요가 있다. 지금 국회에서 (법 제정이) 계속 늘어지고 있는 이유가 디지털자산은 24시간 돌아가고 국경도 없는 상황이라서 어느 한 국가가 법 체계를 마련한다고 해서 다른 곳도 정확성 있게 무언가를 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때문에 국제적 공조까지는 아니지만 선진국에서 하는 걸 보고 뒤따르려는 움직임이 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체제가 정비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지금 해외주식 같은 경우도 사실상 24시간 거래되고 있다. 증권사들 입장에서도 기회가 있다고 보는 듯하다. 규제의 범위 내에서 수익이 된다면 당연히 할 것이다.

- 고금리 시대에서 여유 자금을 투자하려면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

▶저희 아이들한테도 이야기를 하는데 결국 길게 보고 해야 한다. 여윳돈이 생겼을 때 기본적으로 연금부터 투자하고 그 이후에는 분산투자를 해서 조금씩 투자를 늘려가는 것이다. 대부분 처음부터 목돈이 있어서 시작하는 게 아니기때문에 우선 연금부터 보고 장기적으로 가야 하는데, 사실 저도 잘 안되고 이게 쉽지는 않다. 우리나라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여전히 체계성이 부족하다.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개인들의 생애주기에 따른 재무설계를 체계적으로 도와줄 수 있도록 하면 좋을텐데 제대로 해주는 곳이 없다. 제도권을 통해 연금에 넣어두면 본인이 따로 무언가를 안 하더라도 나중에 그걸로 별 문제 없이 바로 노후생활을 할 수 있게 되면 가장 좋을 것 같다.

- 오는 9월이면 취임 1주년이다. 남은 2년의 임기 동안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 코로나19 이후 부의 불균형과 소득 불균형이 심해졌다. 단순한 규범적인 이슈가 아니라 시장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돈 많은 사람들은 가계소비성향이 떨어지는 반면 정작 돈을 써야하는 사람은 돈이 없어서 여러가지 이슈가 발생한다. 앞으로 이런 변화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해 볼 계획이다. 그리고 일반 투자자들도 보고서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카드뉴스 등 다양한 방안을 연구 중이다. 해외투자자들을 위한 영문 보고서 발간도 생각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명실공히 국내 자본시장을 대표하는 싱크탱크다. 지난 1997년 설립 이후 자본시장법 정립에 주도적인 연구 활동을 한 것을 비롯해 25년 동안 각종 법 제정 지원 및 다양한 연구·공청회 등을 진행해 왔다. 현재 박사급 인력만 30명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데 첫 출범 당시와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늘어난 숫자다. 연구 분야도 외환·파생·금융제도 영역까지 확대됐다.

정리=양대근 기자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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