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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자연의 현장에서] 금리인하요구권...1등과 꼴찌의 함정

자산이 늘거나 월급이 오르는 등 신용상태가 개선될 경우, 소비자는 금융사에게 대출 금리를 내려달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이같은 ‘금리인하요구권’은 은행법, 상호저축은행업법, 보험업법, 여신전문금융업법 등에 규정돼있으며 최근 지역농협·수협, 신협 등 상호금융의 금리인하요구권도 법제화됐다.

이달부터는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실적이 공개된다. 정부는 금리인하요구권의 활성화를 위해 은행별로 신청·수용건수와 감면액을 매반기 종료일로부터 2개월 내 공시하도록 했다. 금리 인상기를 맞아 금융소비자들의 이자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이려는 시도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업권별 간담회를 통해 “금리인하요구권 제도가 조기 정착될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은행권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의 수용률은 26%대로 2년 연속 떨어졌다. 주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은행의 지난해 금리인하요구권 접수는 총 88만2047건이었고, 수용은 23만4652건이었다. 전년(28.2%)보다 1.6%포인트(p) 낮고, 2018년(32.6%), 2019년(32.8%)과 비교해서도 낮은 수치다.

주요 시중은행 수용률은 NH농협은행(95.6%)이 압도적 1등을 기록했다. 그 뒤를 우리은행(63.0%), 하나은행(58.5%), KB국민은행(38.8%)이 뒤따랐다. 신한은행은 33.3%로 가장 낮았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면 1등 자리는 뒤바뀐다. 신한은행의 경우 신청건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5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신청건수가 13만건에 육박했다. 다음으로 많은 국민은행이 2만건, 농협은행은 6000여건이다. 2위와 6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금리인하요구 신청건수가 많은 이유는 신청 절차가 비대면화돼 상대적으로 편리하기 때문이다. 결과 역시 신청 당일 바로 나오기 때문에, 재신청도 잦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6개월간 50번을 신청한 고객도 있어 수용률은 낮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복건수 등이 포함되면 수용률 자체가 크게 떨어지기 마련이다.

같은 맥락에서 모든 절차가 비대면화된 인터넷전문은행도 낮은 금리인하권 수용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수용률은 카카오뱅크가 25.7%, 케이뱅크가 12.3%이었는데 이 두 은행의 금리인하권 신청건수는 각각 13만9159건, 13만211건으로 집계됐다.

연봉인상이나 승진을 앞두고 금리인하요구권 사용을 계획한 소비자가 수용률만 보고 대출 은행을 택했다가는, 오히려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수용률보다 수용건수와 수용 대출금액을 봐야한다고 조언한다.

문제는 당장 금리인하요구권 공시가 시작되는데, 금융사의 시스템 차이는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비대면화로 소비자 편의를 도운 금융사는 오히려 불리하게 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각 사별 시스템 차를 인지하고 있지만, 첫 공시니 우선 정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추후 은행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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