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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새 정부의 성패는 노동개혁에 달렸다

지난 6월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8일간의 총파업을 마치자 곧이어 수도권 레미콘 운송 차주들도 파업에 들어가면서 산업계는 2조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다. 새 정부는 3년 시한부였던 안전운임제를 일단 연장하는 등 화물연대의 요구사항을 대부분 들어줌으로써 정권 초부터 ‘눈엣가시도 뽑지 못하는 정부’가 돼버렸다. 민주노총이 전국 곳곳에서 생산설비 가동을 무단으로 중단시키는 등 불법 파업을 주도하지만 정부는 말로만 ‘엄정 대응’을 외칠 뿐 실제 행동은 미미하다. 새 정부는 노동계의 반발이 우려되는 노동개혁은 시도하지 않을 방침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민주노총 소속 대우조선 하도급노조가 파업 51일 만에 협력업체 대표단과 파업 종료에 합의했다. 장기 파업으로 원청업체인 대우조선은 추가 부담할 납기 지연에 따른 배상금 외에도 8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하청 노사가 손해배상 책임과 관련해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합의는 ‘반쪽 합의’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성노조의 ‘떼법’ 행태에 대해 끝까지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유사행위 재발을 막을 수 있는데 이번 합의에 포함시키지 못한 것은 파국만 면하자는 일시적 미봉책에 불과하다.

새 정부도 ‘민간주도 성장’을 강조해왔고 노동개혁 없이는 경제위기를 헤쳐 나갈 수 없으므로 주52시간제와 임금체계를 우선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기울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돼버린 노사관계를 지엽적인 이슈만으로 바로잡기는 불가능하다. 노동개혁의 핵심은 해고와 고용을 쉽게 할 수 있게 하는 대신 실업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노동시장의 ‘유연안전성’을 높이는 것이다. 새 정부가 지금까지 보여준 노동개혁의 강도는 정권 교체를 이룩한 출범 초기 보수정부의 입장에서 보나 과거 선진국들의 성공적 노동개혁 사례와 비교해도 크게 미흡하다.

지금 세계경제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글로벌 에너지 위기, 중국의 방역 봉쇄와 경기 둔화, 각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신종 코로나 변이의 세계적 재확산 등 대외 악재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경기침체가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금리인상을 비롯한 선진국의 금융긴축이 신흥국에 치명적인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 한국경제도 ‘쌍둥이(재정+경상수지) 적자’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고, 치솟는 물가에 금리, 환율까지 오르는 ‘3고(高)’ 현상으로 ‘퍼펙트 스톰’에 버금가는 복합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선 글로벌 충격을 흡수하기가 쉽지 않고, 최근의 인플레이션은 공급측 요인이 크다는 점에서 통화·재정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새 정부가 당면한 복합위기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금도 계속 추락하는 잠재성장률의 회복이 최우선 과제다. 특히 우리 잠재성장률 제고의 핵심은 노동생산성 향상이므로,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높이는 노동개혁이 필수불가결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지난해 한국 노동시장 유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가운데 35위이고 노사협력은 141개국 중 130위로 벌써 십 수년째 바닥이다.

개혁은 이해관계자들의 반발 등 어려움이 많지만 신속한 의사결정과 원칙을 지키는 과단성이 성패를 좌우한다. 새 정부는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거대 강성노조보다는 대다수 국민과 근로자를 보면서 정공법과 총력전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과거 마거릿 대처 정부는 노조 천국인 영국에서 노동문제를 철저하게 ‘법과 원칙’으로 다스렸고, 현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는 ‘해고를 더 쉽게, 고용도 더 쉽게’로 요약되는 노동시장 개혁을 밀어붙였다. 새 정부가 복합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느냐의 관건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과감한 노동개혁에 달려 있다.

강명헌 전 금융통화위원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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