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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기대감 커지는 초고층 개발…침체된 경기 환경이 변수[부동산360]
용산에 ‘롯데월드타워’ 넘어선 초고층 건설 기대감
상암동 DMC랜드마크, 송도 인천타워 사업도 재개
금리인상시기, 본격적인 마천루 경쟁은 쉽지 않을 듯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최근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뉴스는 아무래도 서울 한복판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땅’으로 통하는 용산 정비창 부지 개발 재개일 것일 겁니다. 서울시는 지난달 26일 이 일대를 서울 시내 첫 ‘입지규제최소구역’으로 지정해 용적률 1500%를 뛰어넘는 초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지요.

입지규제최소구역은 용도지역 등에 따른 입지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별도의 건축물 허용용도·용적률·건폐율·높이 등이 적용됩니다. 용적률을 최대로 풀 경우 123층(555m) 잠실 롯데월드타워 보다 높은 빌딩이 들어설 수 있습니다. 사업비만 12조원 이상이라고 하네요.

실제 서울시는 2007년 사업 추진 당시 최고 620m(약 150층)의 랜드마크 건물 건립을 허가한 적이 있습니다. 2010년 민간 시행사는 이 일대에 최고 110층 높이 메인 타워와 총 67개의 고층 건물을 배치하는 계획을 세웠죠. 단군 이래 최대 개발 프로젝트라고 불렸습니다. 이번에 다시 추진하면서 과거보다 규모를 다소 축소할 가능성은 있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할 계획인 만큼,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 뿐 아니라 뛰어난 외관 자랑하는 다수의 고층 건물이 새로 지어질 것입니다. 이는 서울 지역 산업 생태계와 부동산 시장엔 엄청난 변화를 불러오겠죠. 오세훈 서울시장은 “(뉴욕) 허드슨 야드나 (런던) 카나리 워프”같은 도시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습니다.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2011년 민간 건설업체들이 만든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계획 조감도.

▶중단됐던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 재개?= 용산 개발 재개로 한동안 잊혀졌던 초고층빌딩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각종 초고층빌딩 프로젝트가 많이 시작됐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지속되던 부동산 호황으로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초고층 건축 계획을 발표했죠.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개발이 당시 시작됐고, 용산 정비창부지 랜드마크 빌딩(110층, 620m),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랜드마크(130층, 580m), 인천 송도 인천타워(151층.610m), 부산 WBC 솔로몬타워(108층 448m) 등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추진됐습니다. 현대차의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는 이들 보다는 조금 늦은 2014년 부지 매입과 함께 시작됐고요.

이중 유일하게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돼 마무리된 곳이 롯데월드타워입니다. 2010년 착공해 2016년 12월 완공됐습니다. 대한민국 최고, 세계 5번째 높은 건물이 됐죠. 인허가 과정에서 항공노선 변경, 교통 혼잡 우려, 안전성 문제 등 각종 논란도 많았지만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물이 됐습니다.

다른 사업은 대부분 중단 됐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금난이 커지고, 사업성이 악화되면서 사업을 접는 곳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개발 계획을 새로 세우고 다시 사업을 추진하는 곳이 생깁니다.

일단 인천에선 ‘송도 인천타워’ 개발 계획이 본격화할 계획입니다. 최근 취임한 유정복 인천시장은 기존 103층 초고층 건립 계획을 151층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잠실 롯데월드타워보다 높은 국내 최고층 타워를 짓겠다는 겁니다.

서울 상암동 DMC 랜드마크 빌딩 계획은 도시관리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 중입니다. 일단 오세훈 시장은 “130층 초고층 랜드마크를 건립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이들은 향후 대한민국 최고층 빌딩 자리를 놓고 롯데월드타워와 경쟁을 벌일 겁니다.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높은 잠실 롯데월드타워.

▶10년 내 완전히 달라진 세계 초고층 순위= 초고층 빌딩은 사실 그 자체로 경제성은 별로 없다고 합니다. 건설회사들은 건축물의 가장 효율적인 높이를 30∼40층 정도로 봅니다. 그 이상으로 올라가면 특수 자재를 사용해야 하고, 최첨단 공법이 필요해 공사비가 3~4배 더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좁아져 효율성도 떨어집니다.

서울시나 인천시 등 지자체가 그럼에도 굳이 초고층 빌딩을 건립하려는 이유는 천문학적인 유무형 경제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초고층 빌딩을 추진하는 지자체마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보다 높게 짓겠다고 하는 건 이 때문입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잠실 롯데월드타워는 2016년 준공 이후 어느새 대한민국의 상징이 됐습니다. 해외 유명 유튜버 SNS영상부터 대한민국 정부 공익 광고, K-팝 가수의 뮤직 비디오에까지 우리나라 관련 영상엔 어김없이 롯데월드타워가 등장합니다. 롯데월드타워 이전 ‘n서울타워’나 여의도 ‘63빌딩’이 차지하던 우리나라의 얼굴이 바뀐 겁니다.

한국하면 떠오르는 건축물이란 ‘상징 자본’은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가치일 겁니다. 롯데그룹이 롯데월드타워의 경제가치를 연간 10조원이라고 분석하는 것도 요즘은 영 틀린 말은 아닐 수 있다고 느껴질 정도죠.

초고층 경쟁은 우리나라에 국한하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해당 지역의 위상을 완전히 바꿔 놓습니다. 초고층 빌딩이 브랜드가 돼 전 세계에 인지도를 높입니다. 최첨단 미래도시라는 브랜드 가치도 생깁니다.

글로벌 차원으로도 초고층 빌딩 경쟁은 우리나라와 같은 시기인 2000년대 이후 본격화합니다. 2010년 이후부턴 초고층 빌딩이 하나둘 준공되면서 세계 초고층 순위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현재 세계 최고층 빌딩인 두바이 부르즈할리파(162층, 828m)는 2010년 1월 문을 열었습니다. 그때까지 최고 기록은 2004년 준공된 509m 높이 대만 타이베이 ‘101빌딩’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현재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은 중국 상하이타워(128층, 632m, 2016년 준공)가 자리합니다. 그 뒤를 사우디아라비아 알베이트 클락 타워(120층, 601m, 2012년 준공), 중국 핑안 파이낸스 센터(115층, 599m, 2017년 준공), 한국 롯데월드타워(2016년 준공), 미국 뉴욕 제1세계무역센터(104층, 541m, 2014년 준공)’, 중국 광저후 CTF파이낸스센터(530m, 111층, 2016년 준공), 중국 텐진 CTF파이낸스센터(530m, 98층, 2017년 준공), 중국 베이징 시틱타워(528m, 108층, 2018년 준공) 등이 따르고 있습니다.

세계 초고층 빌딩 순위. 외쪽 첫번째부터 두바이 부르즈할리파(162층, 828m, 2010년 준공), 중국 상하이타워(128층, 632m, 2016년 준공), 사우디 알베이트 클락 타워(120층, 601m, 2012년 준공), 중국 핑안 파이낸스 센터(115층, 599m, 2017년 준공), 한국 롯데월드타워(2016년 준공), 미국 뉴욕 제1세계무역센터(104층, 541m, 2014년 준공)’, 중국 광저후 CTF파이낸스센터(530m, 111층, 2016년 준공), 중국 텐진 CTF파이낸스센터(530m, 98층, 2017년 준공), 중국 베이징 시틱타워(528m, 108층, 2018년 준공), 타이베이 101빌딩(509m, 101층, 2004년 준공), 상하이 월드 파이낸셜센터(492m, 101층, 2008년 준공), 홍콩 국제상업센터(484m, 108층, 2010년 준공)

▶글로벌 경기 침체기 ‘마천루의 저주’ 논란= 초고층 빌딩엔 늘 따라다니는 경험적 가설이 있습니다. 초고층 건설 열풍이 불면 시장이 과열됐다는 증거로 경제 위기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예컨대 1930년대 미국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102층, 381m)이 완공됐을 때 대공황이었습니다. 1997년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트윈타워(88층, 451.9m)가 지어졌을 때는 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했고요. 이를 ‘마천루의 저주’라고 불렀습니다. 1999년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 앤드류 로런스가 100년간 건설업계 사례를 분석하며 내놓은 주장이라고 합니다.

초고층 건물은 대체로 경기 순환상 호황 때 착공합니다. 저금리 상황에서 유동성이 넘칠 때 지자체나 기업들이 초고층 건물을 짓고 싶은 욕망이 상승하는 경향이 생긴다고 합니다. 그렇게 공사가 시작되고, 준공 시기가 다가올 때 즈음 경기 순환상 거품이 꺼지고 불황의 시기가 온다는 겁니다. 경기가 과열되면 정부는 금리를 올리는데, 기업들의 자금난이 커지고, 경기도 한동안 내리막길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초고층 빌딩 개발 기간이 10년 이상 긴 것도 경기 순환 과정에서 불황을 지나갈 수밖에 없는 원인이라고 합니다.

당장 현 세계 최고층인 두바이 ‘부르즈할리파’만 봐도 그렇습니다. 오일머니가 풍부했던 2000년 전후 시작했으나,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던 2009년 두바이 국영기업의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 선언으로 경제위기에 빠졌죠.

세계 최고층 건축물(1007m, 168층)을 목표로 2013년 착공한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타워’도 비슷한 운명을 겪고 있습니다. 2018년 1월 70층 정도 올린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사업성 악화가 원인으로 여겨지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인부들이 떠나면서 공사 중단이 장기화하고 있습니다. 당초 2022년 완공 예정이었으나 현재로선 준공 예정일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관광 수요가 사라졌고, 글로벌 경기 악화로 사업성은 더 안좋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최고 높이 건축물인 두바이 부르즈할리파.

▶초고층 개발 시장 확대 한계= 최근 전세계 국가들이 대부분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긴축 모드로 바뀌었기 때문에 초고층 건설을 늘리긴 어렵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중국 정부가 최근 안전상의 이유 등을 들어 높이 500m 이상 빌딩의 신축을 승인하지 않고 있는 건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고 합니다.

국내 사정도 비슷합니다. 국내 기업들은 최근 막연한 초고층 경쟁보다 실용성, 효율성을 더 따지는 추세입니다. 삼성동 현대차GBC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2020년 10월 취임한 이후 115층(571m) 초고층을 포기하고 50층짜리 3개동으로 변경했습니다. 롯데그룹이 부산에 짓는 부산 롯데타워도 107층(428m) 건립계획을 포기하고, 최근 높이 340m 랜드마크 건물로 계획을 변경했습니다.

100층 이상으로 지으려던 부산 WBC솔로몬타워 계획은 백지화됐습니다. 솔로몬그룹이 파산하면서 당초 계획은 무산됐고, 동원개발이 2014년 부지를 매입해 현재 최고 73층 높이 2개동 복합건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생활형숙박시설, 상업 및 업무시설 등이 들어가는데 올 하반기 분양할 계획이라네요.

서울 상암동 DMC 랜드마크 빌딩 계획도 수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일단 130층 초고층 건립을 추진하긴 하지만, 최근 50층 규모 빌딩 여러 개를 짓는 방향으로 계획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100층 이상 빌딩 건설은 위험요소도 커 민간 사업자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전문가들은 무리한 초고층 경쟁보다는 혁신적인 설계나 독특한 외관으로 랜드마크 빌딩으로서 가치가 부각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단순한 높이 경쟁보다는 그 안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살기 좋은 건축물을 참신한 디자인과 접목시켜 설계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겁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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