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고물가·고금리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소비(소매판매)가 약 24년만에 4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통상 경기가 활성화되고 수요가 늘어나면 대면서비스업과 소매판매(재화소비)는 같이 늘어난다. 그런데 지금은 대면서비스업 소비가 재화소비를 갉아먹고 있고, 대면서비스업 증가세 자체도 점차 둔화하고 있다.

지난달 깜짝 상승했던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도 보합으로 내려 앉았다. 선행지수는 경기 전망을 나타낸다.

29일 통계청 6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118.3(2015년=100)으로 전월보다 0.9% 줄었다. 3월(-0.7%), 4월(-0.3%), 5월(-0.2%)에 이어 6월에도 감소했다. 소비가 4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1997년 10월∼1998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수치상으로는 4개월 연속이지만, 사실상 소비 침체는 올해 내내 이어졌다. 2월에는 보합, 1월에는 2.0% 감소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대면서비스업 수요가 일부 늘어 소비 침체를 상쇄하고 있다고 하지만, 증가세는 점차 둔화하고 있다. 6월 서비스업 생산은 감소세로 돌아서 0.3% 줄었다. 지난 3∼5월엔 석 달 연속 증가했던 데에서 기세가 꺾인 것이다. 대표적 대면서비스 소비 지표로 여겨지는 예술·스포츠·여가(-4.9%) 생산은 큰폭 감소했다. 숙박·음식점(1.7%)은 증가 폭이 전월과 비교해 둔화했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이어지면 소비는 더 흔들릴 수 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등으로 소비 심리가 다소 위축된 데 따른 영향도 있다”며 “대면서비스업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 흐름을 이어가는 양상이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글로벌 통화 긴축 기조 전환에 따른 금리 여건 악화, 물가 상승,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 하방 요인이 상존해 향후 불확실성이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소비가 급격하게 감소하면 우리나라 성장동력 상당부분이 상실된다. 최근 우리나라 성장률은 수출이 아닌 소비에 의존하고 있다. 올해 2분기 경제 성장률은 1분기 대비 0.7% 성장했는데, 민간 소비가 3% 증가한 영향이 컸다. 2분기 수출은 화학제품·1차 금속제품 등을 중심으로 3.1% 감소했다.

경기전망도 다시 어두워지고 있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2.4로 전월보다 0.2포인트 올라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보였지만,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4로 보합을 나타냈다. 5월 선행지수는 99.4로 0.1포인트 올라 11개월 만에 상승세로 반짝 전환했다. 오름세를 1개월만에 반납했다. 홍태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