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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소후 또 살인·살인…권재찬이 다시 불붙인 해묵은 ‘사형 존치’ 논란 [사건 속으로]
알고 지내던 여성을 살해한 뒤 금품을 빼앗고, 시신 유기를 도운 공범도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권재찬(가운데). [연합]

강도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권재찬(53) 씨 사건은 해묵은 사형제 존치 논란을 불러왔다. 법원이 사형을 선고한 건 ‘안인득 사건’ 1심 선고 이후 2년 7개월 만이었다. 강력범죄를 반복하는 권씨가 교도소에서 출소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살인을 저지른 사실이 알려지면서 범죄자를 영구적으로 사회와 격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권씨는 도박장에서 만나 알고 지내던 여성을 살해한 뒤 11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고, 이 여성의 시신 유기를 도운 남성 공범까지 살해한 혐의로 지난해 말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권씨가 2018년 3월 교도소 출소 후 9000만원의 도박빚을 지게 되자 금전을 노리고 지인이던 여성에게 접근해 계획적 범행을 저질렀다고 파악했다. 또 자신에게 빚을 갚으라고 독촉하는 남성을 이 범행에 끌어들여 수월하게 범죄를 저지른 뒤 살해하고 빚을 없애려 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강도살인, 사체유기 등 총 6개 혐의로 권씨를 기소했다.

재판에선 국선변호인이 권씨 변호를 맡았다. 재판 과정에서 권씨는 두 사람을 살해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처음부터 피해자의 금품을 노린 계획적 살인이 아니라 우발적 살인이어서 강도살인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권씨 사건을 심리한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 이규훈)는 공범이었던 남성에 대한 범행을 강도살인이 아닌 살인죄로 봤을 뿐, 여성 피해자에 대한 범행은 강도살인으로 각각 인정하면서 형량은 최고형인 사형을 선택했다.

권씨 판결문은 총 40페이지 분량이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만 3분의 1에 해당하는 13페이지를 할애했다. 사형 선고에 고심한 흔적이다. 재판부는 ▷범행이 계획적이고 잔혹한 점 ▷반성하거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점 ▷강력범죄를 반복하고 있어 교화가능성을 기대할 수 없는 점 ▷범인이 아닐 가능성이 전무한 점 등을 권씨에 대한 사형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권씨는 이미 강력범죄 전과가 많은 상태였다. 강도상해, 강도강간 등 범죄를 저질러 징역 6년을 선고받고 형 집행 중 가석방으로 출소한 뒤 2개월여 만에 다시 특수강도강간, 강도예비 등 범죄를 저질렀다. 형기 종료 후 3개월여 만에 또 다시 강도살인 등 범죄를 저지르면서 15년간 수감된 뒤 3년 8개월 만에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

재판부는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실히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 사실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교화 가능성이 있다거나 피고인이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절대적 종신형’이 따로 없어, 무기징역을 선고하더라도 권씨에 대한 가석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1997년 이후 25년간 실제 사형은 집행되지 않고 있다. 권씨 사건은 앞으로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이규홍)에서 심리한다. 이 사건 이전 마지막으로 법원이 사형을 선고한 사례는 ‘안인득 사건’이다. 안씨는 2019년 경남 진주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화재를 피해 대피하던 주민 5명을 흉기로 살해해 살인 등 9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으로 죽거나 다친 사람은 22명이었다. 안씨의 1심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렸는데 배심원 9명 중 8명이 사형, 1명이 무기징역 의견을 냈다. 하지만 2심은 1심과 달리 안씨가 범행 당시 조현병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 있던 점을 인정하고 형량을 무기징역으로 낮췄고, 2020년 10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안대용 기자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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