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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칼럼] K-푸드의 가치 높이는 길

지금부터 정확히 55년 전인 1967년 8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5개국은 지역 협력 발전을 위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즉 아세안(ASEAN)을 발족했다. 이후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가 가입하면서 현재는 10개국으로 늘어났다. 아세안 국가들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 수준이지만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세계 평균보다 훨씬 높다. 특히 동남아는 세계 인구의 8.5%를 차지하고 있으며, 평균 연령이 30.2세로 매우 젊다. 사회가 역동적이고 트렌드 변화에 민감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식문화에 대해서도 개방적이다. 한국 가요, 드라마 등 한류의 인기도 대단하다. 이런 배경 덕분에 동남아시아에서는 우리 농수산식품 수출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앞으로의 잠재력도 크다.

얼마 전 말레이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식품박람회인 ‘2022 말레이시아 국제식품박람회(MIFB)’가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렸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2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행사여서 많은 식품업체와 바이어로 성황을 이뤘다. 농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도 주빈국으로 참여해 한국관을 운영했으며 국내 기업들과 함께 김치, 인삼, 음료 등 다양한 한국 식품을 선보였다. 3100만달러에 이르는 수출 상담도 큰 성과였지만 박람회 운영 과정 자체도 의미가 있었다. QR코드를 활용한 참가업체 디렉토리북을 제공하고 전자 상담일지를 활용하는 등 환경친화적인 한국관 운영을 통해 ESG 경영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특히 참관객들에게 K-푸드(Food) 에코백을 증정하는 이벤트는 환경의 중요성을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러한 작은 아이디어들이 모여 ‘친환경, 건강, 지속가능성’ 등 한국산 먹거리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세계 곳곳을 다녀보면 우리나라처럼 쓰레기 분리수거를 잘하는 국민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도 외식업체나 가정에서 대체로 원칙을 잘 지키고 있다. 반면에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는 쓰레기 분리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음식물과 전기배터리를 한 곳에 묶어서 버리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 버려지는 음식물과 이로 인한 쓰레기 처리 문제는 세계적인 과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에서 손실되거나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는 연간 13억t에 이른다. 1인당 연간 168kg의 음식물을 먹지 않고 쓰레기로 버리고 있는 셈이다. 음식물쓰레기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간 33억t에 달하며, 이렇게 늘어난 탄소는 지구온난화를 유발하고 지속 가능한 먹거리를 위협하고 있다.

환경 문제에는 국경이 의미가 없다. 함께 고민하고 함께 실천해야 한다. 생산부터 소비에 이르기까지 먹거리 전 과정을 환경친화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여러 국가가 함께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동남아시아는 우리나라와 오랜 교류역사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문화적·정서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공통점도 많다. 먹거리를 매개로 우리나라와 동남아의 교류가 늘어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환경 문제를 비롯한 ESG 실천 전략을 함께 나누고 행동에 옮길, 좋은 기회다. 최근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태국의 정부 관계자와 유통기업 대표들을 만났을 때 우리 농수산식품 홍보뿐만 아니라 저탄소 식생활 등 ESG 캠페인을 함께 전개해나가자고 적극 설득한 이유다. 이러한 실천이 장기적으로 K-푸드의 가치와 신뢰도, 위상을 높이는 길이 될 것이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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