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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식물성 대체육, 건강·맛·환경을 아우르다

동물성 단백질은 풍부한 영양과 고유의 식감으로 사랑받으며 오랜 시간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 그러나 늘어나는 육류 소비로 환경오염이 심각해지고 구제역, 광우병 등 동물전염병 문제가 해마다 대두되며 육류 소비를 자제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011년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환경워킹그룹(EWG)의 발표에 따르면, 콩에 비해 소고기는 13배, 양고기는 20배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육류의 포화지방, 콜레스테롤, 트랜스지방은 대사증후군을 비롯한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 가공육에 발색, 보존제로 흔히 사용되는 아질산나트륨의 위험성은 더욱 심각하다. 아질산나트륨이 동물성 단백질 중 아민 성분과 결합해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2015년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RAC)에서는 가공육을 발암성 관련 분류 1군에 포함시켰고, 우리나라 식약처도 지난해 8월 아질산나트륨이 직접적인 식품첨가물로 사용하면 주의 문구를 표시하도록 했다. 그런 이유로 미국에서는 일찌감치 채식문화가 보편적으로 자리잡았고, 비건들을 위한 식당, 가공식품, 요리법이 발달했다. 우리나라도 최근 건강과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채식협회에 따르면, 국내 채식인구는 2008년 15만명 수준에서 10년 만에 10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채식주의를 표방하지 않더라도 건강을 위해 채식 비중을 늘리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건강을 추구하고 환경을 지키면서도 육류가 주는 미식의 즐거움을 누릴 수는 없을까? 건강·맛·환경 등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식재료가 바로 ‘식물성 대체육’이다. 식품업계에서도 이런 추세에 주목해 대체육상품들을 속속 출시 중이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신세계푸드의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Better meat)’를 들 수 있다. 베러미트에서 선보인 첫 제품은 돼지고기 햄을 대체한 ‘콜드 컷’인데, 일반 햄과 색이나 향이 흡사하지만 아질산나트륨은 들어있지 않다.

비건레스토랑도 활발하게 개장하고 있다. 농심은 지난 2021년 비건 브랜드 ‘베지가든’을 출시한 후 올 7월에 비건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을 오픈했고, 풀무원도 ‘플랜튜드’를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신세계푸드 역시 최근 국내 최초 식물성 정육 델리 ‘더 베러’를 오픈하고 식물성 대체 식품을 활용한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관련 업계에서는 식물성 대체육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016년 4760만달러 수준이던 국내 시장 규모는 이듬해부터 연평균 15.7%씩 성장하여 향후 5년 이내에 2억달러를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과 영국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이 대체육기업에 거액을 투자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체육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큰 만큼 도전해야 할 과제도 많다. 지금은 대체가공육 분야로 출발했지만, 향후 더 다양한 제품이 등장하고 이를 활용한 조리법 개발도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대체육으로 우리의 식탁이 더 건강하고 풍성해지길 기대한다.

박미란 한식 명장·한복선 식문화연구원 부원장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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