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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값 빠지고 있지만 폭락은 없어…내년 이후 내집 마련 나서야 [부동산360]
전문가 10인 주택시장 진단 긴급 인터뷰
8월 이후 전세난 가능성은 낮아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경감 등을 골자로 한 윤석열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21일 헤럴드경제가 부동산전문가들을 상대로 진행한 긴급 진단에서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현 상태의 거래절벽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내년 이후 시장이 정상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금리 인상 기조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22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서 한 시민이 반포 아파트 일대를 바라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주택시장 침체의 골이 깊다. 올 상반기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는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반토막 났다. 급매물 위주로 거래되니 집값 하락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줄을 잇는다. 일각에선 30~40% 이상 폭락을 경고하기도 한다. 그런데 좀 헷갈린다. 지역별 분위기가 제각각이어서다. 집값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실상은 매물 자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급매물은 여전히 귀하다. 거래는 안 돼도 시세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서울 강남권이나 용산 등 인기지역에선 신고가를 경신하는 곳이 수시로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 시황으로는 집값 하락세가 뚜렷하나, KB국민은행 집계로는 여전히 집값이 오르고 있다. 주택시장은 지금 어떤 상태일까.

헤럴드경제가 21일 부동산 전문가 10인을 대상으로 ‘주택시장 긴급 진단’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부분 “대세상승기는 마무리됐다”는 진단이 많았다. 응답자 모두 거래절벽은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일시적 조정” vs “대세하락 초입” vs “혼조세”=전문가들은 현 시장 상황에 대해 역대급 ‘거래절벽’으로 인한 침체기라는 데는 모두 동의했다. 다만 ‘일시적 조정기’냐, ‘대세하락의 시작’이냐에 대해선 판단이 달랐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이나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 이재국 책사컨설팅 부동산연구소장 등은 2020~2021년 집값이 지나치게 많이 오른 이후, 금리인상 등 경기 여건이 악화되면서 일시적으로 조정국면을 거치는 차원으로 해석했다.

반면, 박덕배 금융의창 대표, 이명수 리얼앤텍스 대표 등은 현재 상태를 대세상승을 마무리하고, 하락시기로 진입하는 초기 단계로 파악했다.

보다 많은 전문가가 상승요인(입주물량감소, 새 정부 규제완화 계획 등)과 하락요인(금리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 경기침체 등)이 팽팽한 ‘혼조세’라고 진단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송인호 KDI 경제정보센터소장 등은 주택시장이 당분간 혼조·관망세를 이어가며 약보합을 기록하다가 금리인상 추이, 경기여건의 변화, 주택시장 여건 등의 변화에 따라 집값이 반등할 수도, 혹은 하락세가 본격화할 수도 있는 갈림길이라고 판단했다.

▶“거래절벽 올해 내내 이어진다”=공통적인 건 전문가들 모두 주택시장의 거래절벽 현상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역대급 거래절벽 현상이 최소한 올 하반기까진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금리인상 계획,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새 정부의 규제완화 계획 등 불확실성이 너무 커 매수 희망자건, 집주인이건 시장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김규정 소장은 “집을 사려는 매수희망자는 금리급등 등 경기여건에 따라 호가가 좀 더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는데, 집주인은 종부세 등 보유세 완화 대책으로 버틸 여력이 생겼고, 실제 집값도 그다지 떨어질 것으로 판단하지 않아 호가를 낮출 생각이 없다”며 “매수자와 매도자의 시각 차이가 커 거래 단절 현상이 길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덕례 실장은 “금리인상이 중단되고, 정부의 대출규제 완화 방안이 시장에서 작동하는 등 불확실한 상황이 해소돼야 매수자들과 매도자들이 시장가격을 받아들이면서 거래에 나서기 시작할 것”이라며 “일러도 내년 상반기는 돼야 거래가 살아날 여건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하반기 약보합, 혼조세 예상=그럼에도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집값 폭락’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게 이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9명의 전문가가 “약보합” 내지 “소폭 하락” 가능성을 예상했다.

박원갑 위원은 “개별 단지나 지역적으로 20~30%씩 떨어졌다고 체감하는 지역이 있을 수 있으나, 전체적으론 5% 이상 하락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권대중 교수는 “일각에서 집값이 30~40% 떨어질 수 있다는 폭락론이 나오고 있지만, 그건 우리나라 경제가 완전히 붕괴될 때나 가능한 이야기”라면서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많이 떨어져야 5~10% 하락하고, 서울 주요 지역은 3~5% 정도 조정되는 수준에서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인호 소장은 “서울에서 하반기 입주물량이 대폭 감소하고, 8월 이후 전세시장 불안으로 얼마나 매수세로 바뀔지 아직 확인해야 할 변수가 많다”며 “정부가 밝힌 세제개편 방향으로 인해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이 줄어들어 다주택자들이 버틸 여지도 있기 때문에 집값 폭락론은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현재 주택시장이 대세하락의 초입이라고 보고 있는 박덕배 대표도 폭락 가능성에 대해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당분간 거래는 없지만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후 물가가 떨어지면서 집값도 본격 하락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다만 “정부가 다양한 거시경제 정책을 통해 연착륙시키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어 대폭락 가능성은 지켜봐야 한다”고 예상했다.

▶“8월 이후 전세 폭등 상황 아냐”=8월 이후 우려됐던 전세난은 심각하지 않을 것이란 게 대부분 전문가의 생각이다.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원, 전월세상한제)에 따라 계약갱신청구권을 썼던 전세물량이 시장에 나오는 8월 이후, 전세시장 불안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지만, ‘월세 전환’ 등을 통한 해결책이 있기 때문이다. 전셋값을 5% 이내만 올리는 착한 임대인은 물론 임대보증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임차인에 대한 지원책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도 전세시장 불안을 막아줄 요인이다.

이재국 소장은 “올 상반기 역대 처음으로 월세가 전세 거래를 앞섰다”며 “정부가 전셋값을 5% 이내 올리는 착한 임대인에 대해 혜택을 늘리는 상황이어서 예상했던 것보단 전세시장 불안은 심각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합수 교수는 “전세 시세는 이미 임대차3법이 시행된 이후 이미 급등한 상태로 통계상 추가로 급등할 가능성은 작다”고 예상했다. 그는 다만 “가구에 따라 갑자기 몇억원씩 전세보증금을 더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는데, 정부가 서민 전세대출을 확대해 주고 있기 때문에 전세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전세대출이자보다 월세가 싼 상황이기 때문에 월세전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전세난과는 다른 차원에서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서민들의 어려움을 키울 것으로 예상했다. 송인호 소장은 “금리가 인상되면 월세전환율도 뛰어, 월세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전셋값이 급등하진 않더라도, 사실상 전세난을 겪는 세입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내년 이후가 주택 매수 적기=전문가들은 올해 내내 집값이 침체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내집 마련하려는 무주택자라면 급매물이 늘어나는 내년 이후를 노리는 게 좋다고 보고 있다.

박원갑 위원은 “정부가 한시적으로 완화해준 양도세 절세 매물이 늘어나고, 금리인상 계획도 정점을 찍었을 가능성이 커 급매물이 늘어나는 내년 상반기 정도일 것”이라며 “고점 대비 10~20% 싼 급매물이 나오면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규정 소장은 “시세보다 싼 분양공급을 우선 노릴 필요가 있다”며 “재고주택을 사려면 하반기 서두르기보다는 집값 조정 추세를 확인한 후 진입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자신이 감내할 수준이 된다면 대출규제 완화 여건을 최대한 활용해 급매물 위주로 언제든 내집 마련을 하는 게 좋다고 보는 전문가도 많다.

고준석 대표는 “무주택자라면 전월세 부담이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내집 마련을 미룰 필요가 없다”며 “시세의 70% 정도인 분양 아파트는 언제든지 청약해도 좋고, 시세보다 10~20% 싼 급매물이 나왔다면 시기 상관없이 매수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규제완화 더 적극 나서야”=지금 주택시장에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야 할 가장 시급한 부동산 정책을 묻는 말에는 규제완화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뤘다.

이명수 대표는 “집값 하락기가 시작됐고, 매수심리가 최악인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은 부동산 관련 규제를 풀어도 적극 집을 사려고 나서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임대차3법, 분양가상한제, 안전진단 등 재건축 규제를 적극적으로 풀어줘 시장 원리가 작동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준석 대표는 “주택시장이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계획했던 공급계획을 늦추면 수급불안이 커지면서 언제든 집값은 다시 오를 수밖에 없다”며 “공급계획 발표는 할 만큼 했으니, 사업이 빨리 진행되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덕례 실장은 “등록임대주택 제도를 하루빨리 정상화시켜, 민간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전월세 공급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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