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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배송 이어 드론배송…이젠 하늘길 타고 ‘5분배송’ 도전 [헤럴드 뷰]
세븐일레븐·CU, 서비스 첫선
정찰·재난구조 등 공공영역에서
배송 등 민간영역으로 역할 확대
SW 개발·스타트업 제휴 등 활발
정부도 관련 규제 정비나서 탄력
가격·안전성 확보는 여전히 난제

강원도 영월군에서 드론이 CU 상품을 배달하고 있다.

이달 중순 국내 상업용 드론배송 서비스의 ‘이정표’가 될 장면들이 펼쳐졌다. 12일 오후 경기도 가평의 한 펜션. 라면과 소시지 등이 포함된 ‘해장세트’를 실은 드론이 펜션에 별도 마련된 착륙장에 도착했다. 5분 전 고객이 어플리케이션으로 인근 세븐일레븐에서 주문한 음식들이다. 상품배송을 끝낸 드론은 다시 하늘로 솟아 설정된 항로를 따라 편의점으로 복귀했다. CU도 지난 8일 드론배송을 시작했다. 강원도 영월군에 있는 CU영월주공점에서 드론이 3.6km 떨어진 글램핑장으로 라면세트·분식세트 등을 배달했다.

미국 내 상업용 드론배송을 둘러싼 물류·유통업체 기업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세븐일레븐·CU 등 국내 대형 편의점 업체들이 드론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거나 관련 서비스를 시행하는 스타트업과 손잡고 첫 드론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마존이 드론배송 구상을 밝힌 2013년 이후, 10여년만이다.

아직은 소규모 지역에서 운영을 하는 수준이지만 3년 내에는 도서산간지역을 누비는 더 많은 배송드론들이 하늘에서 비행을 할 예정이다. 기술 수준이 향상된 데다, 정부도 관련 규제들을 손보기로 하면서 드론배송이 탄력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마침내 현실화된 드론배송이 대규모 상업 서비스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안전, 경제성, 비행규정 등을 넘어서야 제대로 날 수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드론은 정찰, 농업용 수준에서 국토정보수집, 산불감시, 재난안전 등으로 역할이 확대됐다. 그러나 주로 항공촬영 영상을 이용하는 서비스에만 머물러 있었다. 군사 문제를 고려한 공역 규제부터 관련 법률의 미비 등으로 드론 솔루션·서비스 기업들의 사업 계획이 번번이 좌초됐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관련 업계에서 특히 2018년은 국내 드론시장의 암흑기로 통한다. 당시 세계 최대 글로벌 드론업체인 DJI에 이어 패롯까지 한국지사를 철수시킨 것도 이때였다.

‘분위기 반전’ 기점이 된 건 2019년. 정부 차원의 드론 규제 샌드박스가 시행되면서다. 이듬해부터 추가 개발이나 실증이 어려운 국내 드론사업을 둘러싼 연구에 다시 불이 붙었다. 올해부터는 국토교통부와 항공안전기술원이 주관하는 실증사업으로 ‘도심 내 물류배송’ 서비스도 단계별로 진행 중이다. 드론 솔루션·서비스 관련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실증사업에 참여하면서 기술 개발과 시연을 활발하게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다.

‘라스트마일(운송서비스 마지막 단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편의점 업계가 조직 내 팀을 꾸려 드론배송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시기도 이 무렵이다. 2017년과 2018년 사이, 세븐일레븐은 물론 CU·GS25가 디지털 기술혁신팀을 조직 내 배치했다. 편의점업계와 드론업체들이 연합전선을 꾸리기 시작했고, 스마트시티로 혁신을 꾀하는 지방자치단체도 이 전선에 합류하기도 했다.

경기도 가평군에서 드론이 세븐일레븐 상품을 배달하고 있다.
경기도 가평군에 위치한 세븐일레븐 ‘가평수목원2호점’드론배송 관제센터.

실제로 이달부터 시행되는 드론배송을 위해 세븐일레븐과 CU는 각각 롯데벤처스-파블로항공, 영월군-보헤미안오에스와 손을 잡았다. 드론 편의점 업계관계자는 “편의점의 드론배송은 공공영역이나 엔터테인먼트 영역만이 아닌 국내 상업용 시장에서 드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10여년 만에 가장 큰 움직임”이라고 했다.

세븐일레븐과 CU의 배송드론은 최대 시속 36km로 배송 가능한 무게도 5kg 이하다. 배송드론은 세븐일레븐의 경우 40분간, CU의 경우 20분간 충전 없이 비행이 가능하다. 드론은 지상 약 100m 높이로 고객 인근에 위치한 착륙장까지 지정된 항로를 따라 비행한 뒤, 지상에 안착해 상품을 전달한다. 특히 세븐일레븐은 이를 위해 드론 관제센터를 구축한 편의점 점포로 리뉴얼 했다. 세븐일레븐은 8월 중 드론 2~3대를 추가 배치해 배송 가능한 펜션을 늘릴 계획이다. CU도 영월군 외 다른 지자체와 함께 도서산간지역을 중심으로 한 드론배송 서비스를 넓힐 예정이다.

미국의 경우 아마존과 월마트가 드론배송을 본격화하고 있다. 아마존은 오는 9월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소도시인 록퍼드와 텍사스주의 칼리지스테이션에서 의약품, 미용·반려동물 용품 등 2kg 이내 물품을 배송한다. 월마트는 본사가 있는 미국 아칸소주에 배달드론 기지를 만들고, 근거리 드론배송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지난 2월 FAA(미국 연방항공청)이 드론배송을 위한 규정을 만들겠다고 밝히고, 약 122m 상공에서 비행하는 드론을 대상으로 교통관제 시스템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상업용 드론배송 서비스 확대에 속도가 붙었다.

문제는 가격이다. 국내 편의점 업계가 사용하는 배송드론은 대당 가격이 8000만원 수준이다. 편의점업계가 쉽사리 운용 배송드론 대수를 늘릴 수 없는 이유다. 안전성도 걸림돌이다. 아마존 드론은 지난해 6월 시험 비행 중에 미국 오리건주 동부에 추락해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특히 인구가 과밀된 도심 지역은 드론 추락에 따른 위험으로 인해 비행에 제약이 많고 전신주·가로등으로 드론 이착륙에도 어려움이 크다. 비가 내리거나 바람이 거세면 운행이 불가능한 것도 한계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캠핑장 등 교외 산간지역 휴양지, 지상배송이 어려운 외딴 섬 등을 중심으로 우선 드론배송 서비스 적용 검토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세계 드론 서비스 시장은 2019년 5조5500억원에서 연평균 55.9%로 성장률로 증가해 2025년 79조7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드론배송 서비스의 성장세가 가장 가파르다. 드론배송 서비스는 향후 도심항공교통(UAM) 사업으로 이어지는 교두보 역할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정아 기자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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