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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값 인하 불복 소송에 건보재정 5년간 5730억 손실...국회 법사위는 팔짱만
희귀질환자 10만5천명 1년 약값 해당
재정 손실 방지법안은 국회 법사위서 제동

12일 서울 시내 한 약국에서 약사가 판피린을 정리하고 있다. 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동아제약은 10월 1일 자로 마시는 감기약 판피린의 약국 공급가를 12.5% 인상하기로 했다. 2017년 9월 이후 5년 2개월 만의 가격 인상이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통과를 미루면서 국민들이 납부하는 건강보험 재정이 막대한 재정손실을 보고 있다. 정부 약값 인하 조치에 반발한 국내외 제약사들이 ‘제도적 허점’을 악용해 잇따라 법적 소송에 나서고 있어 관련법 개정이 발의됐지만, 국회 법사위가 관련법 통과를 미루고 있어서다.

14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등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건보 당국은 건강보험에서 비용을 대는 보험 약품을 대상으로 각종 제도적 장치를 통해 약값을 깎는다. 불법 리베이트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경우나 약품 재평가 과정에서 기준에 미달한 경우, 오리지널약의 특허 만료 등으로 최초 제네릭(복제약)이 보험 약으로 등재될 때 기존 오리지널약의 가격을 100%에서 70%로 낮추는 경우 등이다.

문제는 국내외 제약사들이 정부의 보험 약값 인하에 맞서 집행정지 신청과 행정처분 취소소송으로 맞대응에 나선다는 점이다. 실제 정부 약값 인하처분에 대한 소송 건수는 2018년 10건, 2019년 9건, 2020년 10건, 2021년 15건, 2022년 5월 6건 등에 이른다. 최근 5년간 총 49건(종결 18건, 소송 진행 중 31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제약사가 약값 인하에 반기를 들고 집행정지 신청 후 행정소송을 벌이더라도 대부분 패소한다. 그럼에도 이들이 잇따라 행정소송에 나서는 것은 최종 판결 전까진 약값 인하 조치 효력이 정지돼 그 시간동안 비싼 값에 약을 팔 수 있어서다.

실제 법원은 제약사 측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이 있다는 사유로 집행정지를 신청하면 대부분 제약사 주장을 받아들인다. 최근 5년간 제기된 약값 처분 관련 행정소송 49건 중에서 47건이 법원으로부터 집행정지 인용을 받았다. 이 경우 본안 소송 판결 결과가 나올 때까진 약값을 내릴 수 없게 된다. 국내외 제약사들은 이런 합법적 소송 절차를 악용해 약값 인하를 지연시키는 방법으로 소송 기간 내내 큰 이익을 얻어오고 있다.

그러나 건보 재정에는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다. 건보 당국의 추산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집행정지가 인용된 소송 47건과 관련한 약값을 내릴 수 없게 되면서 발생한 건보 재정손실을 올해 3월 말 기준 5730억원에 달한다. 5730억원은 희귀질한 환자 등 10만5000명이 1년간 희귀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는 금액(2019년 기준 5569억원)에 달한다. 이 탓에 정치권에선 제약사의 무분별한 소송으로 인한 건보재정 손실을 막기 위한 관련법 개정안을 이미 발의한 상태다.

관련 소송에서 위법성이 없다는 판결이 확정되면 건보공단이 제조업자에게 손실 상당액을 징수하고, 위법한 것으로 나와 정부가 패소하면 제조업자의 손실을 의무적으로 보전해주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다. 김원이·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지난해 7월, 9월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대안 법안으로 통과해 지난해 11월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됐지만, 법사위에선 지금껏 법안심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개정안은 제약사의 소송제기나 집행정지 신청 자체를 제한하지 않고, 집행정지 기간 발생한 건보재정의 손실이나 이익을 사후 정산하려는 것으로 특히 위법한 처분으로 제약사가 손실을 볼 경우 환급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오히려 제약사의 권리를 강화했다”면서 “국회 법사위 위원들을 상대로 법안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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