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성연진·박자연 기자]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향후 물가가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점진적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을 시사했다.

이창용 총재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오늘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p) 인상한 만큼, 물가 흐름이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올리면서 상황을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1.75%에서 0.5%p 올리는 빅스텝을 결정했다.

이 총재가 언급한 '물가 흐름 전망 경로'는 이번 빅스텝 이후 물가 상승 기대 심리가 낮아지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번 빅스텝 결정은 이론적으로 경제 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총재는 "금리를 1% 정도 올리면 경기 성장률이 평균적으로 연 0.2%p 정도 하락하는데 그동안 올린 게 있으니 한 1년 내 (빅스텝) 영향이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이 총재는 "경기에 미치는 영향보다, 빅스텝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꺾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리겠다고 시사했지만, 금리만으로 물가를 잡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물가를 금리로만 잡으려고 하면 물가가 굉장히 올랐을 때 그 비용이 너무 크다"면서 "금리를 통해서 물가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시그널을 주면 개별 경제 주체가 각자의 노력으로 최대한 가격이나 임금 상승을 억제하고 또 정부는 물가를 잡기 위한 여러 정책을 동원하고, 이런 여러 경제 주체의 협조를 통해서 물가를 잡는 것이 비용을 최소화 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마지막으로 "향후 인플레이션 속도나 글로벌 경기 둔화 정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인 만큼 이를 잘 점검하면서 정책 대응의 시기와 폭을 유연하게 결정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